“그래서 페북코인 얼만데?”…IT업계 ‘리브라’ 5가지 반응

18일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백서를 공개한 후 IT업계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낙관과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2020년 출시를 앞둔 리브라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각을 정리했다.

1.”얼마야”형

리브라가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응이다. 그 안에서도 세부사항은 다르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업계에 뛰어들어 비트코인을 포함한 코인 시장 전체가 힘을 받을지, 아니면 기존 코인의 수요가 리브라로 빠져나갈지, 리브라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이다.

리브라 백서에 따르면 개인 사용자는 리브라 협회가 공인한 리셀러(리브라 코인 판매사)를 통해 리브라를 매매할 수 있다. 리브라 협회는 법정화폐와 단기 국채로 구성된 준비금을 지불하는 리셀러에 판매 형태로 리브라를 발행한다. 리브라 소유자는 원론적으로 리브라를 리셀러에게 반환 시 예치금을 받는 것만 가능하다.

리브라 외에 ‘리트’(LIT, Libra Investment Token)라는 토큰도 발행된다. 이는 초기 준비금을 제공한 멤버에게 지급되는 증권 형태의 암호화폐다. 이 토큰을 통해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리브라 담보자산은 이자가 발생하는 저위험 자산에 투자되는데, 이때 발생한 수익은 리브라 협회 운영비용, 생태계 확장 등에 먼저 쓰인 후 초기 LIT 투자자에게 배당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브라가 마치 네이버페이, 쿠팡페이 등에 미리 예치해둔 후 쓸 수 있는 포인트와 유사하다면 LIT는 벤처투자 후 받는 지분의 성격을 띤다. LIT에 대한 접근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풀이된다.

2.”비슷해”형

‘페이스북 코인’ 호재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는 리브라를 보는 반응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리브라가 기존 암호화폐 업계에서 해결하려던 페인포인트(문제점)를 흡수해 시장의 파이를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외송금, 결제,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선 리브라가 기존 업체를 밀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브라는 여러 담보금과 단기 국채를 지급준비금으로 둬 가격을 안정화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를 두고 ‘또 다른 테더가 나왔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테더사는 개인 투자자로부터 미국 달러를 받은만큼 그 가치에 상응하는 증표로 USDT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급한다. 이 외에도 트루USD, 써클의 USD코인 등도 법정화폐를 담보로 발행된다.

최근 트루USD는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유로, 캐나다 달러, 홍콩 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시리즈로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루USD 발행사 트러스트토큰의 아시아 사업개발 총괄 라이언 로덴바흐(Ryan Rodenbaugh)는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정화폐 시장과 연결돼 있지 않은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를 지원하는 발판, 더 많은 기존 통화가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는 통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브라는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를 기반으로 시작한다. 이제 막 무대를 넓히는 기존 스테이블코인 입장에선 위협적인 경쟁사다. 가격 변동성도 최소화하는 까닭에 해외송금에 주력하는 리플, 스텔라 등에겐 새로운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24억 명의 사용자를 발판 삼아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을 잠식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3.”법규는”형

물론 리브라는 당장 규제 당국의 허들부터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규제가 미비하거나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일단 멈추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유사수신 등 스테이블코인에 따라붙는 법적 분쟁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애당초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IT업계에 규제 당국이 유사수신 카드를 꺼낸 바 있다. 네이버페이, 쿠팡페이 등 여러 간편결제 업체가 ‘현금을 미리 맡기면 캐시백이 쏠쏠하다’는 이벤트로 각축전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4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핀테크 업체들에 평균 잔액을 기반으로 이자나 포인트를 줘 충전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전했다”며 “유사수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유사수신은 인가를 받고 예금을 통해 이자를 확정적으로 주는 기관 외의 업자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법정화폐를 담보로 잡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비슷한 규제를 맞닥뜨릴 여지가 있다. 리브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리브라는 이런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공인받은 리셀러를 두고 1대 1 환급에 초점을 맞추지만, 미국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은 “현재 투자자와 소비자, 그리고 경제를 강하게 보호하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없다”며 리브라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 상원은 공개서한을 통해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대표에  “새 암호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이 모든 법과 규제 요구사항을 준수하느냐”고 물으며 “이 시스템에서 프라이버시 및 사용자 보호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외부 금융사로부터 받은 사용자 금융정보가 무엇인지 답하라”고 짚었다.

4.”탈중앙”형

리브라는 페이스북이라는 명백한 주인공이 있기에 ‘중앙화’ 이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리브라 네트워크를 소수의 기업이 운영한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럽 의회 마르쿠스 퍼버 의원은 “20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그림자 은행’(shadow bank)이 될 수 있다”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 암호화폐를 도입할 때는 규제의 자유에서 운영되는 것을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본래 그림자 은행은 한도 없이 마구잡이식 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은행을 일컫는다. 리브라의 경우 기존 금융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제 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금융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림자 은행’으로 지목받았다.

이같은 경계심은 조지 소로스에 대한 언급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는 환투자를 통해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폭락을 야기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를 리브라에 대입해보자면, 담보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이 자산을 토대로 삼는 국가가 리브라 권역에 들어선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규제를 피한다는 점에서도 그림자라고 일컫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리브라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앙화’는 네트워크 단위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다. 소수의 초기 멤버로 운영되는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폐쇄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유사한 프로젝트에도 꾸준히 따라붙었던 우려다.

리브라의 암호화폐 지갑 칼리브라(Calibra)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르커스(David Marcus) 헤드는 트위터를 통해 “(리브라 네트워크 초기 멤버인) 마스터카드, 페이팔, 페이유, 스트라이프, 비자, 부킹홀딩스, 이베이, 파페치, 리프트, 스포티파이, 우버, 프리텔레콤, 보다폰그룹, 앵코리지, 비손트레일스, 코인베이스, 자포, a16z, 크리에이비트드랩 키바, 메르시, 우먼스월드뱅킹에 건승을 빈다”고 전했다.

반면, 다수의 기업과 리셀러를 통해 권한을 분산화하는 형태가 반독점, 각 국가 금융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규제 이슈를 완화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리브라 네트워크는 5년 안에 공개형 블록체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개형 블록체인은 누구든지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가 취하는 방식이다.

5.”먼저가”형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실험을 일단 지켜보자는 시각도 적잖다.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화폐 결제가 보편화되면 학습효과 덕분에 관련 업계에도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디앱)이 널리 쓰이려면 앱을 더 쓰기 쉽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개발자를 위한) 프레임워크도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쓰기 쉽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리브라는 암호화폐 관련 사용자경험(UX)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브라의 경우 왓츠앱, 메신저앱 및 칼리브라 지갑앱을 통해 전송 버튼만으로 리브라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결제가 상용화되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열린 것처럼 블록체인 업계에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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