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스 메인 체인 론칭 1년… 거버넌스 실험의 교훈 – 上

[이오스얼라이언스 이기호 한국 커뮤니티 매니저] 이오스(EOS) 커뮤니티에 6월 15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EOS 메인 체인을 커뮤니티의 힘으로 론칭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이는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역사에서도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블록체인을 운용할 노드를 커뮤니티가 투표로 선정해 제네시스 블록을 생성한 첫 번째 사례였다. 1주년을 맞아 그간 EOS 커뮤니티와 거버넌스에 참여하며 느낀 점과 교훈을 회고하고자 한다.

필자는 스타트업에서 다음 투자 유치를 고민하던 중, 리버스 암호화폐 공개(ICO)를 검토하며 블록체인에 대해 처음 접했다. 이더리움연구회에서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하면서 EOS와 댄 라리머에 대해 알게 됐고, 그 사상과 철학에 빠져들었다. 이후 EOS 메인 체인 론칭 전부터 EOS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커뮤니티 헌법 작성과 공공 개발 자금 프로그램의 위원회 후보로 참여했다. 현재는 EOS얼라이언스(Alliance) 한국 커뮤니티 매니저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EOS 블록체인과 그 거버넌스가 단순히 블록체인 노드 선정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미지 출처 : 이오스얼라이언스)

① 통치 가능한 블록체인

EOS 메인 체인은 세계 최초의 통치 가능한 블록체인이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지만, 최초로 헌법과 분쟁 조정 방안이 적용된 블록체인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이오스의 첫 메인넷이었던 eosio를 개발한 블록원의 댄 라리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팀잇 재직 당시에도 스팀에 적용할 헌법을 준비했다. EOS에선 처음으로 이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드포크로 흔히 이야기하는, 커뮤니티의 분열을 피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꼭 필요하다. 커뮤니티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하드포크는 다수결 원칙(Majority rule)의 취약성 때문에 발생한다. 1%의 표로도 어뷰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OS 메인 체인의 헌법은 이를 초월하는 단계(Layer)에 자리한다. 헌법은 커뮤니티가 공유하는 가치를 명시한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그 가치를 지키는 방향에서 발전 사항을 합의한다. 따라서 EOS 메인 체인에는 커뮤니티 분열을 뜻하는 하드포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과 더불어 EOS 메인 체인에서는 분쟁 조정이 가능하다. 라리머는 코드가 법(The code is law)이 아니라, 코드의 의도가 법(The intent of code is law)이라고 말한다. 버그 없는 코드와 소프트웨어는 존재하지 않기에 블록체인에서 구동되는 스마트 컨트랙트에도 버그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넘어서 조직 구성과 운영의 새로운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쟁 상황을 조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댄 라리머는 이를 위해 리카르디안 컨트랙트(Ricardian contract)를 스마트 컨트랙트와 함께 작성하도록 했다.

② 모험적인 기업가(Entrepreneur)가 활동할 블록체인

통치 가능한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기업가는 이를 토대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물론 eosio 소프트웨어의 강력한 성능도 기업가가 취할 장점이지만, 사업에 영향을 줄 리스크를 거버넌스 측면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온전히 블록체인을 통해 모든 조직 활동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매우 많으며, 그 채택 속도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모험적인 기업가가 개척해야만 한다.

동시에 기업 활동은 매우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여러 기업가가 모여서 블록체인에서 구동되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해보자. 만약 해당 블록체인이 하드포크로 커뮤니티가 분열될 경우 외부에서 발생한 이유로 조직의 명운이 갈리게 된다. 더군다나 그 조직이 현실 세계의 법인과 거래한다고 가정해보자. 모종의 이유로 그 거래가 중간에 깨어지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분쟁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EOS 메인 체인은 이를 위한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만들고 있다.

③ 새로운 세계를 위한 블록체인

댄 라리머는 자유(freedom)에 대한 깊은 고민을 EOS 블록체인 디자인에 녹였다. 그는 더 나은 거버넌스 모델, 화폐 체계, 자원 재분배 등을 제시하며 그 자유를 함께 찾고 있다. EOS 커뮤니티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eosio 소프트웨어의 커뮤니티 테스트넷을 처음으로 론칭했던 고스트버스터즈는 리버랜드(Liberland)에 DAG(Decentralized Autonomous Government, 탈중앙화한 자동화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REX는 열리자마자 DeFi 분야에서 가장 큰 플랫폼이 돼 EOS 토큰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osio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블록원이 발표한 소셜미디어 디앱 보이스(Voice)는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실험할 것이다.

*REX(Resource EXchange) : EOS 토큰과 자원 사용권을 분리해 거래하는 시장이다.

다음으로 필자는 이더리움연구회를 포함해 1년여간 크립토이코노믹스와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또 EOS 메인 체인 거버넌스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 중에서 다른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적용해보면 좋을 내용을 정리해봤다.

댄 라리머 “사람들이 토큰을 사기 전에 정의되지 못한 까닭에 이오스 거버넌스는 실패했다” (이미지 출처 : 이오스 텔레그램)

① 평가의 어려움

EOS 생태계 참여자가 동의하는 가장 첫 번째 가치는 EOS 생태계의 발전이다. 이를 위해서 EOS 토큰 홀더는 블록 프로듀서가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평가하고 투표해야 한다. 블록 프로듀서는 블록 생성 보상을 EOS 생태계가 발전하는 데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필자는 EOS 메인 체인 론칭 직후, 블록 프로듀서의 공약과 이행 사항을 평가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유치한 투자 자금으로 구입한 EOS를 투표에 사용해 스스로 블록 프로듀서 순위에 오르는 것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블록 프로듀서는 eosio를 사용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자금을 EOS 생태계에 가져오고 그 발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니 좋은 블록 프로듀서일까.

블록 프로듀서 투표나 레퍼랜덤에 참여하지 않은 토큰 홀더는 어떨까. 이 홀더는 모든 블록 프로듀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모든 레퍼랜덤 안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단지 REX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블록 프로듀서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투표한 토큰 홀더는 어떨까. 어찌 됐든 투표하고 스테이킹했으니 좋은 토큰 홀더일까.

결국 올바름에 대한 판단 기준은 너무나 다양해 일정하게 나눌 수 없고, 개인마다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EOS 생태계도 계속 성숙해지고 있기에 그 기준도 변한다는 것, 기준이 될 외부 요인도 함께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상과 처벌을 위한 올바른 행동 기준을 한 번에 명확히 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도 계속해서 진화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② 경계 짓기의 어려움

현실 세계의 거버넌스 참여는 명확한 자격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 자격을 마음대로 포기할 수도 없다. 서울 시민은 부산 시장 투표에 참여할 수 없으며, 한국의 거버넌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1분 만에 국적을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이 경계가 불분명하다. 토큰을 구입하면 누구나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토큰을 판매하고 떠날 수도 있다.

현실 세계에서 범죄가 일어날 경우 강력한 외부 권위체가 이를 감시하고 처벌한다. 블록체인에 암호화해 만들어둔 보상과 처벌 체계, 즉 크립토이코노믹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감시체가 필요하다. 이 감시는 기회비용을 수반하기에 자신의 이득보다 기회비용이 높아질 경우 더 이상 감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블록체인 거버넌스 참여자에 대한 모호한 경계로 그 기회비용이 매우 높다.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토큰을 판매하고 떠날 수도 있다.

필자는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위해 게임이론, 메커니즘 디자인, 행동 경제학 등을 공부해봤다. 그런데 이를 적용한 블록체인 거버넌스 역시 참여자가 떠나지 않을 것임을 가정해야만 한다. 실제 블록체인 거버넌스 디자인과 운영에 참여해보니 처음부터 모순이었음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

블록원이 선공개한 소셜미디어 디앱 ‘보이스’. (이미지 출처 : 보이스)

블록원의 보이스를 단순한 소셜미디어 디앱으로 바라보고 그 경쟁자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설정한다면 그 매력이 매우 떨어져 보일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와 적용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일이다. 보이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객 신원확인(KYC)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이스 계정을 EOS 메인 체인에 새로이 깔리는 신원인증 레이어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그 계정만 대상으로 토큰 발행을 고려한다면 상기에 서술한 어려움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블록원도 현재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필자는 EOS 블록체인이 10년 뒤에도, 필자의 다음 세대에도 살아 움직이길 바란다는 생각으로 EOS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 필자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참여자가 많을 것으로, 블록원과 댄 라리머도 그러한 참여자로 믿는다. 물론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겠지만, 이러한 참여자가 함께하고 있기에 EOS 커뮤니티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년 회고에서는 더욱 발전한 EOS 체인과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해 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썸네일 출처 : 이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