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플랫폼 독점 대항한 역사…이더리움 창시자 “블록체인 없다면 회의적”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블록체인 없이 웹 환경을 분산화하는 시도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이하 디코노미·Deconomy)에 참석한 부테린은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없는) 연합 모델이 수십 년간 시도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아스포라’(Diaspora)를 예로 들었다. 이 오픈소스 소셜미디어는 프라이버시 이슈로 뭇매를 맞는 페이스북을 대체하기 위해 2010년 등장했다. 통합관리 서버를 두지 않고 곳곳에 사설 서버를 포진한 분산형 플랫폼이었지만, 설립 취지와 상관 없이 테러집단 IS의 활동무대로 악용됐다. 그 사이 페이스북은 22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미국 규제 당국과 새로운 반독점 감시 협정을 맺었다.

디아스포라 재단 웹사이트 화면. 탈중앙화, 자유, 프라이버시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미지 출처 : 디아스포라)

부테린은 “대부분의 참여자가 똑같은 포드(pod, 네트워크 노드)를 쓰게 되면서 (디아스포라는) 이전과 같은 중앙화 시스템으로 빠르게 변모했다”며 “한쪽이 우세해지면 여러 다른 기능을 더해 스스로 차별화할 유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원래 의도했던 탈중앙화의 장점이 사라지고, 네트워크 영향력이 특정 주체에 쏠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공개형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관리자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게 부테린의 주장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인센티브 구조는 분산형 플랫폼에 탄력을 주는 시도로 해석됐다. 부테린은 “경제적 인센티브도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며 “프로토콜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등 전혀 다른 부문에서 커뮤니티를 비롯한 사람들이 다르게 행동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부테린은 이와 함께 두 차례 디코노미에 참석한 소감, 십대에게 소개하는 이더리움의 가치, 이더리움의 현재와 미래, 모바일 서비스가 발달한 지금 블록체인과 탈중앙화가 시사하는 의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Q.1회에 이어 2회 디코노미에도 참석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프라이버시 패널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여타 패널의 경우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기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프라이버시 패널에선) 깊이 있는 대화와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어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실망이라고 언급했던 비트코인SV 패널의 경우 ‘비트코인 확장성’ 패널이라서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어요. 막상 들어보니 블록체인 상에서 광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기이한 아이디어가 오가는 자리였습니다.  

Q.2회 디코노미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누구였나요.

필 짐머만과 (Z캐시의 수장인) 주코 윌콕스요. 주코 같은 캐릭터를 제가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zk-SNARK와 같은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이죠. 프라이버시가 왜 필요하고 가치 있는 지에 대한 이해도 있고요. 양면을 모두 갖추고 일하는 사람은 늘 흥미롭습니다.

*zk-SNARK : ‘간결하고, 비상호작용적인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Succinct, Non-interactive ARgument of Knowledge)’의 약자. 거래 상대방에게 본인이 가진 모든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를 증명하는 영지식증명 기술의 일환이다.

Q.십대에게 이더리움의 가치를 설명한다면.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탈중앙화, 개방성(openness),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는 프로토콜, 이런 게 왜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이요. 대개 당장 쓸 만하거나 사람들을 사로잡는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위에 바로 스마트컨트랙트를 짜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굉장히 강력하고 개발자들이 흥미로워할 지점입니다. 예컨대 탈중앙화 금융은 쿨하면서도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이밍을 포함한 비금융 분야에서도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고 있죠. 무엇보다 새로운 영역이라 누구든지 사람들에게 많이 쓰일 법한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부테린, 윌콕스, 필 짐머만이 참여한 프라이버시 패널에선 “프라이버시는 정부뿐 아니라 모든 주체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심지어 정부 또한 프라이버시를 원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 출처 : 디코노미)

Q.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이 널리 쓰이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나요.

앱을 더 쓰기 쉽게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다루기 어렵게 만들어진 앱도 적잖아요. 수개월 사이에 애플리케이션을 더 쉽게 만드는 노력이 들어갔고요. 예컨대 유니스와프(Uniswap)이라는 분산형 거래소(DEX)는 1년 전에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쓰기 편해졌어요. 굉장히 중요한 개선 중 하나랄까요.

어거(Augur)의 인터페이스도 굉장히 잘 디자인됐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워크가 더 필요하겠죠. 좋은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한 소프트웨어 툴이 필요하고, 스마트컨트랙트를 쉽게 만들어 테스트해보는 소프트웨어 툴도 필요합니다. 우리 팀이 이 부분에 대해 작업하고 있고요.

Q.솔리드처럼 블록체인 없이 분산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분명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연합형 모델에는 회의적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모델이 수십 년간 시도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진 못했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다이아스포라(Diaspora, 디아스포라)도 연합형 구조(federated model)를 시도했었죠. 하지만 제대로 된 결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참여자는 똑같은 포드(pod, 네트워크 노드)를 쓰게 되면서 이전과 같은 중앙화 시스템으로 빠르게 변모했습니다. 한쪽이 우세해지면 여러 다른 기능을 더해 스스로 차별화할 유인이 생겨요. 그럴 경우 더는 기준이 되는(standard) 프로토콜이 못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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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탈중앙화한 프로토콜을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하기 어려운 표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솔리드와 같은) 일련의 프로젝트가 주는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왜 그간 이들이 제시한 것들이 나타나지 않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탈중앙화한 구조 자체를 만드는 작업이 그래서 이전과 다른 시도라는, 좋은 대답이라는 점도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인 디앱에도 답이 있다고 봅니다. 탈중앙화 덕분에 쏠림이 없다는 지점도 강력합니다. 경제적 인센티브도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고요. 프로토콜의 각 부위를 개발하거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참여하는 등 전혀 다른 부문에서 커뮤니티를 비롯한 사람들이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도록 독려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암호화폐가 필요하죠.

디코노미 발표를 통해 이더리움2.0에 대해 설명하는 부테린. (이미지 출처 : 디코노미)

Q.규제 당국에서 동참하길 주저하는 눈치입니다.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를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몇몇 주장은 오해(mistake)이고요. 앱에 참여하거나 트랜잭션 수수료를 내고, 지분증명 검증인 시스템을 운영해 네트워크 합의를 안전하게 구축하는 등의 이유로 블록체인에 암호화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없이는 공공감시(public watch)가 불가능해요.

더불어 암호화폐가 없는 디앱도 일부 존재할 수 있고, 사람들이 이를 구축해 사용하기 시작하는 지점에 기술을 대입할 책임이 있습니다.

Q.’탈중앙화’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

블록체인이 오픈소스라는 아이디어의 정신적 계승자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자유로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장점은 특정 중개자가 컨트롤하며 임대료(rent)를 받을 여지 없이, 사람들이 협업해서 프로토콜을 만들어 간다는 점입니다.

중앙 통제가 있는 게 좋지 않다고 느끼는 거죠.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되고, 권한(power)이 한 곳에 집중되는 방식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커뮤니티의 관심사와 온도 차를 보이기도 하고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는 커뮤니티나 나를 위해 작동하는 프로토콜,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과 같아요. 소프트웨어를 만든 특정 회사를 위한 것 대신에 말이죠.  

하지만 지난 20년간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가 대세였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인지도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왜냐하면 애플리케이션 전체 데이터가 몇 대의 서버에서 굴러가고, 이전보다 더 많이 점유하는(proprietary) 모양새이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블록체인은 코드만 개방되는 게 아니라 전체 프로세스에서 누구든지 네트워크에 연결돼(plug into)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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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디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