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와 딴판 ICO업체, 고소할 수 있나요?”…변호사에 듣는 ‘코인 분쟁 가이드라인’

최근 암호화폐 관련 분쟁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수백억 원 규모의 소송도 있다. 장부거래 혐의, 암호화폐 공개(ICO) 투자 사기 혐의 등 다양한 분쟁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소송은 난맥상을 이루는 모양새다. 암호화폐 규제가 부재한 탓에 관련 소송에 대한 법적 해석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 같은 상황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지난 7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오킴스 사무실에서 권오훈 파트너 변호사에게 암호화폐 분쟁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권 변호사는 오킴스 산하 블록체인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Q. 최근 암호화폐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나요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ICO 붐이 일 때는 법무법인에서 관련 기업을 자문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투자자들이 ICO 업체를 대상으로, 또는 ICO 기업 내부에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오킴스만 하더라도 올해 벌써 20건의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분쟁 사례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어떤 유형의 분쟁인가요

크게 민사 소송과 형사 소송으로 나뉩니다. 민사 소송으로는 반환청구 소송이 있습니다. ICO 업체에 투자금으로 지불한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을 반환해 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형사 소송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사기와 관련된 유형은 ICO 업체가 백서에 거짓 광고를 했다던가, 백서에 밝힌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아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경우입니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유형도 있습니다. 수익배당형 토큰을 발행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에 걸쳐 수익을 보장하는 자산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만약 토큰을 증권처럼 수익배당형 상품으로 만든다면 그 자체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동시에 무인가영업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유사수신법에 위반되는 사례입니다. 투자자로부터 금전을 받으면서 원금 지급을 약속하거나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토큰을 팔면 유사수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해당 토큰이 채무증권에 해당한다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미등록 다단계 방식으로 토큰이 판매된 유형입니다. 다단계란 다단계 판매 조직을 이용해 영업하는 행위입니다. 법적 용어로는 후원수당의 지급이 세 단계 이상에 걸쳐 이뤄지는 경우를 뜻합니다. 본인이 추천해 토큰을 구입한 사람 A가 또 다른 누군가를 추천했는데, 그 사람이 토큰을 구입한 데 대한 보너스를 본인이 받는다면 세 단계에 해당하므로 다단계입니다. 참고로 등록만 하면 다단계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방문판매법에 따라 상품권은 다단계의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토큰 판매는 사실상 다단계로 판매하기가 어렵습니다.

Q. ICO 백서는 구속력이 없는 계획인데, 백서에 쓰인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투자자는 토큰이 어떤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백서의 약속을 믿고 토큰을 구입합니다.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투자 및 구매 계약의 미이행으로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약 성립 여부를 간접 사실로 증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원칙적으로 계약은 문서뿐 아니라 구두로도 성립 가능합니다. 프로젝트 업체와 투자자가 구두로 약속을 주고받은 경우에도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녹음한 자료가 있다면 정황 증거로 삼아 소송이 가능합니다. 만약 공증문서로 계약했다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Q. 최근 주목하고 있는 분쟁 사례는 무엇인가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사례가 눈길을 끕니다. 업비트는 허위 회원을 만들어 원화 포인트를 주고, 봇을 돌려 매수 주문을 냈습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가격을 다른 거래소보다 높게 유지시킨 거죠. 사실 주식시장에서는 일정한 조건 내에서 시장조성 행위로 허용이 됩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 관련 법안이 없습니다. 게다가 업비트는 회삿돈이 아니라 없는 돈을 허위 회원에게 지급해서 봇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죠. 만약 업비트의 행위가 불법인 것으로 인정되면 업비트 이용자들도 민사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재정거래를 한 A씨의 사례가 있습니다. A씨는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해 다시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송금했습니다. 그리고 해외 거래소에서 발급받은 본인 지갑주소에 외환을 송금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외국환거래법상 ‘예금 거래’에 해당되는데다가, A씨가 해외 송금 내역을 신고하지도 않았다며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외국환거래법상 예금 거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김치 프리미엄: 국내 거래소의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된 현상

캐셔레스트의 배당형 코인 사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곳이죠. 거래소 토큰을 발행하면서 이용자들에게 거래소 수익을 배당해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수익보장의 성격이 있다면 증권에 해당할 수 있어서 자본시장법상 무인가영업행위 혹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거래소의 토큰 발행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요

두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형태의 상품은 금융상품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처벌 가능한가’ 등입니다. 암호화폐 상품이 실제 금융상품처럼 취급된 정황이 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를 증권도, 화폐도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위반 여부를 가리기가 애매합니다. 또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가 무조건적으로 ICO를 금지한 상황이라 처벌 여부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사한 사례도 아직 결정난 바가 없고요. 만약 거래소 토큰이 문제가 없다면 더 난리가 날 겁니다. 너도나도 배당형 코인을 만들 테니까요.

Q. 분쟁이 해결되기 위해서 현행법이 어떻게 개정돼야 할까요

지금은 금융위가 세세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 괴리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기업들의 니즈도 있는 현실을, 현재의 규제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법률적으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가이드라인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은행을 대상으로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해주지 말라는 식의 간접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합니다. 국민에게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규제 혹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도 미국처럼 ICO를 어떤 방식으로든 증권으로 등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은 등록된 대부분의 ICO를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투자계약증권을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면서 기업에 다양한 투자 요건을 조성하는 일이 병행돼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둘 다 안 되는 상황입니다. 한국 금융위가 ICO를 증권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썸네일 출처: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