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플랫폼”…게임 산업 뒤바꿀 블록체인 비법은?

“게임의 중심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지난 4일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해시드랩스 에피소드 1화 : NFT는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인가’ 행사 발표에서 애니모카 브랜드 얏 시우(Yat Siu) 창립자가 한 말이다.

NFT는 대체불가능형 토큰(non-fungible tokens)의 약자다. 비트코인이 다른 비트코인과 1대1로 교환할 수 있지만, NFT는 식별 표가 있어 희소성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게임의 중심이 게임 그 자체나 개발사가 아니라 콘텐츠를 쥐고 있는 게이머에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이 흐름의 시발점으로 주목되고 있다.

‘게임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영원히 남는 아이템’. 시우 창립자는 “콘텐츠가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이미지 출처 : 해시드랩스)

이날 행사 연단에 선 3팀은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애니모카 브랜드는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을 다루는 다국적 기업이다. 엑시 인피니티 팀은 블록체인 기반 다마고치형 게임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더 샌드박스 : 에볼루션’이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월간 120만 명을 유치했던 더샌드박스 팀은 NFT를 활용한 거래 시장(마켓플레이스)과 게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해시드랩스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에서 운영하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더샌드박스와 엑시 인피니티는 해시드의 포트폴리오사다.

얏 시우 창립자는 모바일 게임 시장도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프리미엄 모델’이 등장한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예로 F1과 애니모카 브랜드가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레이싱 게임 ‘F1 델타 타임(Delta Time)’이 소개됐다. 게임 속 자동차는 모두 NFT 아이템이다.

F1 델타 타임에서 처음으로 경매에 부친 가상 경주용 자동차 ‘1-1-1’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415.9 ETF(이더리움)에 낙찰됐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 269달러를 감안하면 11만 달러(한화 1억2900만 원)가 넘는 가격이다. 시우 창립자는 “실제 기존 게임에서 유명 운동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칼 아이템이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며 “사용성은 그대로지만, 5달러짜리 물 마시는 컵과 마이클 잭슨이 들고 있던 컵의 가치는 다르다”고 말했다.

(F1 델카가 최초로 공개 경매를 진행한 이더리움 기반 경주용 자동차 아이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개발하는 엑시 인피니티 프로젝트 알렉산더 라센(Aleksander Lasen)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소셜에서 게임 커뮤니티가 자기가 가진 희귀 자산을 자랑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중요하다”며 “게임 자산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팔지 않고 소유한다면 장기적으로 가치 있을 테고,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가치는 0으로 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은 게임 콘텐츠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기반으로 소개됐다. 블록체인을 통해 게임 아이템이 게임 안팎에서 모두 존재하게 됐고, 이 변화로 인해 게임의 중심이 게임 아이템, 이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게이머 커뮤니티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시우 창립자는 “리니지든 워크래프트든 (설령 게임이 망해 없어지더라도) 게이머 커뮤니티에게 아이템이 남아 있고 이 가치가 보장된다면 커뮤니티에서 콘텐츠를 다시 만들어 가치를 재정립한다”며 “게임 아이템이 영원하기 때문에 콘텐츠는 플랫폼이 되고, 미래에는 게이머가 무엇을 소유했는지에 따라 게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엑시 인피니티의 공식 소개영상)

여러 게임 앱이 하나의 세계관에 통합된다는 점도 블록체인 게임의 차별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가상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는 고양이를 분양받는 본 게임 외에도 이 디지털 자산을 타 애플리케이션에 옮겨 경주 게임에 참여하는 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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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센 COO는 “제3의 개발 커뮤니티가 엑시 인피니티 자산을 토대로 자기들만의 게임을 만들고, 엑시 월렛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게임들에 참여할 수 있다”며 “투명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크리에이터 활동에 보상을 주는 연결고리를 개발사가 늘 만들려 한다”고 전했다.

이는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에도 해당된다. 게임 속 논플레이어 캐릭터(NPC)로부터 아이템을 사거나 파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여러 게임 아이템을 맞바꿀 수 있는 플랫폼도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통해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더샌드박스 세바스찬 보르겟(Sébastien BORGET) 공동창업자는 “디지털 레고(voxel)로 사람들이 쉽게 자기만의 콘텐츠를 (조립해) 만들어 창작활동을 수익화하는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70여 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이들이 만든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를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는 아티스트가 제작하길 바라는 게임, 관련 콘텐츠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에도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샌드박스’의 공식 소개영상)

한편, 패널 토의에서 사용자 경험은 기존 게임 개발의 방식으로 인센티브 감각은 ‘크립토 마인드’로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시우 창립자는 “첫 경매를 진행할 때 이 경주용 차 아이템이 10~20달러쯤 되겠지 짐작했다”며 “평생 게임 디자인을 해온 사고방식을 바꾸는 게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라센 COO는 “이더리움만 활용하는 데 한계를 느껴 점차 하이브리드 접근방식을 취했다”며 “(기존 게임 산업의) 전형적인 접근법을 취해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면서 분권화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보르겟 공동창업자는 “NFT에 해당하는 ERC1155라는 토큰은 아직 표준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 이에 대한 제안이 제출 및 거절을 반복하고 있다”며 “활발하게 표준안을 제시해 커뮤니티의 승인을 기다리는 식이니 (기존 모바일 게임 업계와 달리) 제품에만 시간을 할애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게임 아이템 마켓플레이스가 게임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시우 창립자는 “아마존과 같은 제3의 오픈마켓도 중요하다”며 “(게임 안팎으로) 거래시장이 늘어날수록 제품이 발견되고,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센 COO는 “콘텐츠가 왕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게이머는 마켓플레이스가 아닌 게임으로 찾아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썸네일 출처 : 해시드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