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블록체인 랩장이 본 미래…”4~5년 후 블록체인이 메인 기술”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다. 2~3년 안에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다만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고,  4~5년이 지나면 블록체인 기술이 메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신한은행에서 블록체인 랩(Lab)을 이끌고 있는 윤하리 랩장이 ‘블록체인’에 대해 내린 정의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생활의 모든 것을 바꾸는 만능이 될 것이라는 허상보다는 일상 속 편의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9일 윤 랩장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블록인프레스와 인터뷰를 통해 “은행의 모든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수는 없다”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는 서비스에 한해서 수수료가 감소되는 등 고객에 편의성을 줄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수는 없지만, 기존 업무에 도입해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 블록체인 전문가로 통하는 윤 랩장은 개발자 출신이다. 블록체인 개념이 생소했던 7~8년 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6년 IBM에서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며 핀테크, 블록체인에 대한 리서치를 했다. 2017년 7월 그를 주축으로 삼성SDS, LG CNS, SK C&C등에서 합류한 전문가들이 모여 블록체인 랩이 탄생했다. 비즈니스와 기술을 총괄하는 조직인 블록체인 랩은 새 비즈니스 발굴과 개발, 기술 검증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처음 활용한 것은 약 2년 전이다. 골드바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블록체인을 이용해 구매 교환권과 골드 안심 보증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종이보증서 분실에도 걱정없이 골드바 거래를 할 수 있게 됐고, 위변조도 불가능해 안전하게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이자율스왑(IRS) 거래 체결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자체 기술과 역량으로 금리파생상품 거래에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도입,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불일치를 차단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라 불리는 블록체인의 코드를 통해 딜러들이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특징이다. IRS 업무를 할 때 만큼은 엑셀 작업이나 이메일, 팩스 등으로 거래 확인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또한 은행권 최초로 대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데도 성공했다. 지난 24일부터 ‘신한닥터론’ 상품에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대출을 받을 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소속 정회원인지 확인받기 위한 시간이 2~3일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 블록체인 자격 검증 시스템으로 대체한 덕분에 당일날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윤 랩장은 “기존에 고객이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2~3일 후에 대출 가능 여부를 통보했지만, 이제는 바로 할 수 있다”며 “최대 3~4일 걸리던 전체 대출 업무 시간을 하루 이내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에도 다른 대출 상품으로 블록체인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윤 랩장은 “모든 대출 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는 않다”면서도 “특정기관과 협약되어 있는 닥터론 같은 대출 상품의 경우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한은행이 이 같은 성과물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내부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다. 은행의 현업 부서와 블록체인 랩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했고, 내부 기술검증을 진행해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부서와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블록체인에 대한 서비스 도입 여부를 검토하면 약 10건 중 2~3건만 효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윤 랩장의 귀띔이다.

올해  3분기 중에는 신한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통합 블록체인 인증서비스인 ‘신한통합인증’ 이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서비스 약관을 심사하고 있는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계열사의 인증서를 받지 않더라도 신한은행 고객이 신한카드나 신한생명 등 다른 계열사를 하나의 ID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랩장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B2B(기업 간)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B2C(기업-소비자간)거래로 확대되기 시작하면 이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편의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년 동안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검증 단계가 마무리 됐기 때문에, 향후에는 사용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그는  “블록체인이 당분간은 금융기관을 포함한 B2B거래에 초점이 맞춰졌고, 앞으로 1~2년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법적 규제나 정비가 마무리 되면, B2C 시장으로도 진출을 확대해나가는 곳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윤 랩장은 “사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도입된 기술이 블록체인인지 아닌지는 관심이 없다”면서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주는지에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도 있고,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썸네일 출처=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