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들고 후회하는 투자자”…코인거래소 4곳, ‘코인계 다트’ 만든 이유

“이성적인 친구도 이상하게 코인시장에 달려들고 후회한다.”

암호화폐 투자 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을 개발하는 크로스앵글의 김준우 최고전략책임자(CSO)의 말이다. 김 CSO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사무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암호화폐시장 또한 기존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전자공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쟁글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블록체인 데이터와 온라인 정보, 인터넷에 없는 프로젝트 관련 소식을 제공하는 전자공시 플랫폼이다. 현재 국내 코인거래소 고팍스, 빗썸, CPDAX,  코빗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 예정인 프로젝트에 대한 적격 평가보고서 및 사업 현황, 재무상태, 영업실적, 리스크 요인 등의 주요 사항을 토큰 거래량과 토큰 보유자 분포 데이터와 함께 공시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시장 가격의 의미를 해석하기가 어렵다. ‘왜 이 가격인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암호화폐가 유통되는 모양새다. 김 CSO는 “투자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시장이라 투기시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상장 심사 및 폐지 과정에서 쟁글과 협업하겠다고 밝힌 고팍스 오성광 사업개발 팀장. (이미지 출처 : 고팍스)

1999년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가 도입될 때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코빗의 정성문 사업개발 팀장은 “IMF 이후 1999년 다트 전자공시 시스템이 처음 도입되기 전 한국 주식시장도 공시 없이 루머가 매매의 주요인이었고, 개미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오랜 기간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혼란했던 주식시장이 지금에 이른 것처럼 무책임한 암호화폐 시장도 공정하고 독립적인 공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시중에는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전자공시 시스템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차 시장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에드가(EDGAR)를 꼽을 수 있다. 에드가는 연간 170만 건의 기업 공시를 취급한다. 2차 시장이란 증권 유통시장이며, 1차 시장은 증권 발행자가 매매 절차를 진행하는 시장을 일컫는다.

크로스앵글은 암호화폐 시장에 부재한 전자공시 사업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자료 출처 : 쟁글)

전자공시 플랫폼은 역사적으로 민간에서 주도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CSO는 “주식시장의 역사를 미뤄볼 때 처음부터 SEC가 증권 발행에 대한 규제를 주진 못했다”며 “도리어 JP모건 등 민간 차원에서 트레이딩 시장을 형성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시장 기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 공개를 꺼리는 회사와 속속들이 알고자 하는 투자자 사이의 합의를 정부가 제도권으로 받아들여 규제의 형태로 나왔다”면서 “크립토금융은 국경의 제한을 받지 않는 채 시작돼 특정 국가의 규제가 출발점이 아니고, 민간에서 다뤄야 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뿐 아니라 암호화폐 프로젝트도 전자공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 쟁글을 활용한 코스모체인의 김주용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 앞에서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토큰 가격 측면에서 보면 시장 교란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며 “정보 신뢰성과 계약상 기밀이라 말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많이 지출하던 차에 공시 사이트를 활용해 활동을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크로스앵글은 전자공시 아버 외에도 일본 증권사 노무라홀딩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 블로코 등과 협업한다고 공개했다.

코인거래소 입장에서도 외부 공시 플랫폼과의 협업은 유효하다. 빗썸 윤선일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담당자는 “이미 빗썸 내부에서 리서치 및 실사 과정, 상장 검토보고서 발행, 상장 이후 이슈 추적 등을 하고 있지만 쟁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면서 “2017년 12개였던 상장 리스트가 2019년 5월 86개로 늘어나면서 내부적으로 자원이 제한되고, 시중에 도는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거래소가 정보 공개 여부에서 자기 이익을 우선시해 고객에 피해를 고스란히 넘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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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시는 상장 폐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투자자와 소통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CPDAX 서문규 총괄이사는 “최근 특정 토큰을 상장폐지하는 일로 3개월간 고심했다”고 운을 뗐다. 코인거래소가 사실에 기반해 작업하더라도 공시데이터 없이 상장 평가부터 폐지까지 단계를 밟는 데 큰 비용이 든다는 설명이다. 서 총괄이사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정보가 없는 상황은 참 용감하게 사업하고, 투자자를 무책임하게 스캠화(사기꾼화)하는 것”이라며 “지금 어느 때보다 전자공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DGAR에서 기업 관련 공시정보를 찾는 법. 영상 출처 : UCSF)

이날 행사에서는 전자공시 플랫폼의 중립성이 이슈로 떠올랐다. 2014년 당시 에드가에 매달 1500달러를 내는 유료 계정이 있었다. 유료 계정이 일반 투자자보다 최대 1분 먼저 공시를 본 후 초단타 매매에 임한다는 논문이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9년 11월9일 미국 화학회사 발캠(Balchem)이 자사주 6000개를 매입한다는 내용을 에드가에 올렸고, 유료 구독자가 오후 1시45분25초에 이를 확인했다”며 “이 정보가 SEC 웹사이트에 1시45분48초에 게시되면서 그사이 주식은 31.9달러에서 32.13달러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김 CSO는 “매매에 관해 중립성을 벗어나는 내용은 공공 정보로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돈을 낸 기업이 정보 이용 편의성을 요구할 때 쟁글이 정보 자체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프로젝트의 민감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쟁글 포 엔터프라이즈(기업용 계정)’에서도 정보 공개 관련 통제권은 프로젝트에 돌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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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고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