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현의 499人터뷰] 1세대 코인거래소 ‘코인원’ 창립자, 차명훈 ”올 살아남을 업체는…”

‘암호화폐계 모범생’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다. 차 대표는 컴퓨터 공학도 출신으로 엔지니어의 길을 걸어왔다. 2014년 한국에 비트코인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 암호화폐 거래시장의 미래를 보고 코인원을 창업했다. 이때부터 그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자리잡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코인원은 검증인, 국제 송금 등 사업을 다각도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1세대 암호화폐 거래소 창업자이자 암호화폐계 모범생으로부터 거래소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가현의 499人터뷰] 아홉 번째 주인공은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다. 이번 인터뷰는 블록인프레스의 김지윤 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블록인프레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이하 김) : 코인원을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 그간의 소회도 듣고 싶습니다

차명훈 대표(이하 차) : 코인원은 2014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설립 당시 미국, 영국, 일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이 확대되고 있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였죠. 기회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또 블록체인은 기존의 금융 서비스가 갖고 있는 비효율성과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모든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거래소를 시작으로 송금과 결제, 그리고 모든 금융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그림을 그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짧은 시간 동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은 엄청난 성장과 침체를 경험했습니다. 숨가쁘게 달리기 바빴던 시기였어요. 코인원이 놓치고 지나친 부분은 없는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돌아보며 숨 고르기 중입니다.

김 : 말씀하신대로 2017~2018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은 큰 등락을 겪습니다.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시는지 알려주세요

차 : 돌이켜보면 2017년 말 당시 건강한 성장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탄탄하게 자리 잡기 전에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은 시장 전체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정화 작용이 필요합니다. 2019년은 원칙을 지키는 거래소와 탄탄한 프로젝트가 살아남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거래소와 프로젝트는 시장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김 : 원칙을 지키는 거래소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이 인상깊습니다. 코인원은 어떤 원칙을 지키고 있나요

차 : 상장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프로젝트의 비전, 실현 가능성, 진행률 등을 체크해 사기 프로젝트를 걸러내고, 장기적으로 우리 일상에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프로젝트만 상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거래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김 : 본격적으로 거래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코인원이 주력하고 있는 검증인 사업이 떠오릅니다. 테조스에 이어 코스모스 검증인으로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차 : 코인원은 기술 트렌드를 읽고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더리움 최초 상장, 리플 최초 상장, 직구 센터 등 업계 최초로 론칭한 서비스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위임지분증명방식(DPoS)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투자자가 PoS 수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서비스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코인원 노드가 되고자 검증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자산 위임을 통해 블록 생성 검증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히 암호화폐 상장을 통한 거래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인원은 코인원 노드를 통해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합니다.

김 : 거래소 토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내용의 대표님 칼럼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거래소 토큰에 대한 의견을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차 : 모든 거래소 토큰에 비판적이지는 않습니다. 경쟁력이 없는 거래소가 거래소 토큰을 만들고 트레이드 볼륨에 따라 토큰을 나눠주는 것에 비판적입니다. 필연적으로 (경쟁력 없는) 거래소 토큰의 가격은 ‘영(0)’에 수렴할 것이고 대부분의 거래는 자전거래일 것이기 때문이에요. 거래소 토큰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걱정했습니다. 최근 거래소 토큰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가치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이해해 주세요. 거래소가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그 안에서 토큰에 분명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 ‘좋은 거래소 토큰’의 특징을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차 : 위에서 언급한 관점으로 본다면 바이낸스코인(BNB)은 거래소 토큰 중 가장 가치를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토큰을 유통시장인 거래소와 발행시장인 런치패드를 잇는 매개로 사용합니다. 또 BNB 보유자들에게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잘 설계된 토큰 이코노미를 통해 생태계가 선순환되는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 코인원리서치센터는 시큐리티 토큰(ST)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설계된 ST 모델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차 : ST는 분명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콘셉트 토큰이지만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의 ST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상적인 ST는 기존 증권의 한계를 극복해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또 중개 수수료 없이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기술적인 관리 감독이 내제된 형태의 증권을 소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ST가 최근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 내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효율적인 구분은 ‘증권’입니다. 그래서 증권의 색깔을 입힌 형태의 토큰이 인기를 끌게 됐죠. 그리고 법적으로 요구 조건이 많은 증권 대신 토큰을 통해 증권 발행과 같은 효과를 얻으려는 플레이어가 많아졌습니다. 시장의 관심 대비 인정 받은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 코인원은 ‘크로스’라는 해외 송금 서비스도 공개했습니다. 해외 송금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차 : 코인원은 코인원트랜스퍼 자회사를 통해 해외 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리플의 ‘엑스커런트’ 솔루션 계약을 맺고 이를 활용한 블록체인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이용자는 거래소에서 미래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가치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 가치를 현실화하는 비즈니스가 바로 해외 송금입니다.

김 : 해외 거래소는 인큐베이팅, 기관 투자용 거래 서비스, 커스터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보는 해외 거래소의 비즈니스 사례가 있나요

차 : 당연한 행보로 생각합니다. 최근 거래소들은 기존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거래, 타 금융 영역, 해외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흐름입니다. 코인원도 이러한 흐름에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관심 있게 보는 분야는 인큐베이팅입니다. 코인원은 타 거래소에 비해 까다로운 심사 기준과 절차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프로젝트를 심사하고 기준을 만들어 왔습니다. 상장 검토에서 나아가 극초기의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로드맵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진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 코인거래소는 규제기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국내에선 규제 여건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요, 향후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리라 보시나요

차 : 적절한 규제는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은 관련 법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 그리고 서비스 이용자가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낸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한 답은 어렵겠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더 이상 규제를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안에 들어왔다고 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가치 있는 기술이라면 규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리 업계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 : 규제가 갖춰지기 전까지 자정 작용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인가요

차 : 코인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실명계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 ISO27001 획득 등 탄탄한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거래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이 하루 사이에 거래됩니다. 시장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는 조 단위의 거래량을 보이기도 했죠. 암호화폐 거래소를 ‘스타트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기존 금융권 수준의 인프라는 필수적이며, 금융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 또한 마련돼야 합니다.

김 : 코인원의 가까운 계획과 장기적인 비전을 알려주세요

차 : 최근 코인원은 시스템 개선을 통해 기술부채를 해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 기능을 개선하고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코인원 부흥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를 발판 삼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기반한 미래의 금융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