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다음은 암호화폐”…1돌 코인거래소 키우는 배민 개발자, 신진욱 대표

‘항상 지켜보고 있다.’

스쿱미디어 신진욱 대표의 메신저 프로필 메시지이다. 직원들에게 공포로 다가올 이 메시지는 사실 신 대표가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한 다짐이다. 개발자는 개발에서 손을 떼는 순간, ‘옛날 기술자’가 되기 때문에 대표직에 있는 동안에도 개발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개발자 출신 대표가 아니라, 개발자 겸 대표로 활동 중이다. 덕분에 배달의민족, 쏘카 등 인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소닉’을 론칭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올 4월 한 돌을 맞은 비트소닉은 거래소 수익의 90%를 고객에게 돌려주고,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연동하는 등 잇따른 차별화 전략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올 3월에는 서울 강남에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열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의 스쿱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객은 쉽게 타 거래소로 갈아탄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해 블록체인 혁신을 증명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왜 암호화폐 시장을 택했나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일하며 그 다음을 생각했어요. 1998년 인터넷 붐 시기에 IT업계에 몸담고 큰 축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과정을 경험했어요. 이후 손에 들고 다니는 디바이스가 저렴해지면서 그 다음을 고민했죠. 답은 암호화폐였어요. 개인이 과거의 슈퍼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처럼 장비와 네트워크 비용이 저렴해지면 중앙화된 것이 분산화됩니다. 탈중앙화가 가능한 시기를 맞은 것이죠.

Q. 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 중 거래소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해요

2005년 넥슨에서 보안 분야를 총괄하고 있을 당시 ‘보안 화폐’를 고민했어요. 비트코인은 저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했죠. 이후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만 받는 쇼핑몰을 운영해보기도 했어요. 회사 차원에서 거래소 설립 여부를 수차례 검토했는데, 결국 암호화폐 사업에 있어서 거래소는 필수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17년 거래소 설립을 결심했죠.

Q. 당시 구상했던 거래소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중앙 거래소에서 탈중앙 거래소로 탈바꿈해나가는 것을 계획했어요.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204개에 달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중앙 거래소이죠. 탈중앙 거래소는 서비스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탈중앙 거래소로 첫선을 보였다면 아마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거예요. 중앙 거래소에서 좋은 서비스를 보여주고, 서비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거래소를 탈중앙화할 것입니다. 이 작업은 최종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했어요. 이제 딱 한 해가 지났는데 올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테스트넷을 통해 실체를 보여줄 생각이에요.

이와 함께 거래소 코인이 실생활에 쓰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적은 수라도 거래소 코인이 결제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리의 핵심 계획이에요.

Q. 현재 ‘중앙 거래소’ 버전인 비트소닉에서 보여주고 있는 좋은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API를 연동했어요. 초반에는 연동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결국 시간이 증명해냈어요. 우리는 이를 통해 타 거래소의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었고, 연동 노하우를 갖게 됐어요. 우리가 바이낸스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나중에는 작은 규모의 거래소에 우리 오더북을 공유할 계획도 있어요. 올해 중에 타 거래소와 연동해 오더북을 받아오고, 이를 다른 거래소에 전달해주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거래소 수익의 90%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으로도 이름을 알렸죠

거래소의 주요 수익은 거래 수수료인데, 고객의 참여를 늘리려면 이 수익을 고객과 나눠야 해요. 블록체인 상에 노드가 참여하고 탈중화에 일조하면 그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처럼요. 2013년 비트코인과 관련한 발표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도 제가 같은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거래에 참여한 고객이 거래소 수익을 가져가는 배당 구조를 예전부터 생각한 것이죠. 고객 배당량은 거래소에서 매일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어요.

Q. 지난 1년간 거래소를 운영한 소감이 궁금해요

거래소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라고 봐요. 보안의 다른 이름은 신뢰이죠. 저는 넥슨에서도 보안 업무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보안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신뢰를 쌓는 과정은 어려웠어요. 특히 고객과의 약속인 공지사항을 지키는 일은 힘들었지만, 반드시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언론을 통해 고객을 만나는 것도 중요했고요. 고객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기에, 언론에 제 모습을 비추고 생각을 드러냈어요. 덕분에 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고객도 생겼죠.

Q. 시장 침체로 많은 거래소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어요. 비트소닉도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시장이 침체됐던 점은 매우 아쉬워요. 투자자로서 손해를 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거래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시장이 횡보해서 다행이었요. 덕분에 거래소를 준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죠. 아마 상승장이 이어졌다면 거래소에서 잇따라 큰 사고가 났을 거예요. 시장 전체가 한 발자국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성숙할 수 있었어요.

비트소닉은 암호화폐 가격 급등 시기에 오픈한 거래소가 아니에요. 다른 말로 하면 시장이 안정됐을 때 문을 열었기 때문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현재 거래소 인력이 전체 60명인데, 최적의 인원을 150명으로 보고 채용을 늘리고 있어요. 블록체인 시장은 성장할 여력이 커서 향후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고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비용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비트소닉의 향후 계획을 들려주세요

국내에서 문을 열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주력할 생각이고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그래서 한국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몰리죠. 국내에서 아웅다웅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국내 규제를 운운할 필요 없이 괜찮은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 해외로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뛰어난 암호화폐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과 협업할 계획도 갖고 있죠. 많은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