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욕망이 몰린다’…210조 코인판에 드러난 이해상충 문제

돈이 있는 곳에는 욕망이 몰린다. 특히 210조 원 규모의 암호화폐 시장은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정글’과 같다. 이곳에 규제는 부재하다. 룰이 없는 운동장이 기울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대두했다. 최근 업계는 법정 공방, 보유자산 공개, 회계 감사 등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소하려는 모양새다.

#업비트 #공시 #실사 #게임의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달 자산 실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공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지난달 26일 업비트는 올해 2분기 예금 실사 결과, 고객 예치자산의 102%에 달하는 암호화폐와 150% 금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부터 시행하는 주요 정보 공시 제도는 대량 보유 지분 변동, 암호화폐 자산 구조 변동, 재무 및 지배구조 관련 정보 등 코인 프로젝트의 사업 진행 정보를 게시한다.

업비트의 최근 행보는 지난해 12월 이 거래소가 맞닥뜨린 이해상충 문제를 중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당시 업비트의 일부 운영진이 불구속기소됐다. 가짜 회원 계정을 만들고, 해당 계정에 실물자산이 예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는 혐의다. 또 해당 계정으로 254조 원 규모의 허수주문과 4조2000억 원 상당의 가장매매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사보고서 공개와 공시제도 도입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이미지 출처 : 셔터스톡)

업비트는 가장매매를 ‘자전거래’로, 허수주문을 ‘유동성 공급’으로 바꿔 불렀다. 지난달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가 연 첫 공판에서 피고인은 “기존 증권 등 시장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장이라 어떠한 법률도 없다”며 “거래소가 거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규제 역시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9~11월 비트코인 수요가 급등한 까닭에 거래소가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었다는 반론도 이어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허수주문, 가장매매를 해선 안 된다고 본 검찰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점이다.

‘코인거래소가 거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규제는 없다.’ 이 문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증권시장은 투자자, 거래소, 마켓메이커, 수탁자(커스터디), 청산소 등 여러 업무가 분리돼 있다. 이해상충 방지 체계가 단적인 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업자의 겸업을 허용하는 대신 이해상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정보교류 차단 장치다.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공평하지 못한 투자가 되지 않게 하는 규칙이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런 규칙이 없다. 이는 코인거래소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코인 수탁업체 아톰릭스의 황현철 대표는 “미국 기존 증권시장을 보면 마켓메이킹을 하는 딜러, 거래 청산, 결제 업무 등이 복잡하게 분리되고 연결된다”며 “현재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선 이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담당하면서 생기는 이해상충 이슈, 투자자 보호 문제가 대두된다”고 짚었다. 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는 “산업에서 노력한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규정이 없을 때 거래 투명성 등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보 공개, 내부거래 방지, 공모 관련 규정은 정부 기관이 더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파편화한 증권 시장에 대한 간략한 그래프와 암호화폐 투자시장과의 비교. (자료 : KFTA)

규제당국뿐 아니라 코인거래소도 이 이슈에 민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다각화 아이디어 중 상용화하지 못한 사업은 거래소 운영사로서 이해상충이 있을 수 있어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거래소 토큰 공개(IEO)도 이해상충이 없는 선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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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파와테더 #자금유용했나 #이해상충인가

고질적으로 이해상충 문제를 겪는 두 업체, 글로벌 코인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USDT).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는 실소유자가 동일 인물인 탓에 꾸준히 유착 의혹을 받았다.

“거래소와 거래소 내부자, 그리고 고객 사이에 ‘이해관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뉴욕 최고법무책임자(NYAG)는 지난달 25일 공문을 통해 비트파이넥스 운영사이자 USDT 발행사의 지주사 아이파이넥스가 뉴욕법을 위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트파이넥스 운영자들이 8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용자 자금 및 기업 자금 손실을 숨기기 위해 테더 보유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적했다.

경과는 다음과 같다. 비트파이넥스는 2015년 파나마 소재의 결제대행 및 커스터디 업체 크립토캐피탈과 협업했다. 비트파이넥스는 이 업체에 8억50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넘겼다. 문제는 적절한 사전계약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이파이넥스는 이달 8일 발간한 자체 토큰 백서에서 “2018년 여름 크립토캐피탈이 맡은 자금이 몇몇 규제 당국에 의해 묶였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해당 자금이 폴란드, 포르투갈, 미국 등에 묶여있는 탓에 크립토캐피탈이 이 자금 운용을 안 하거나 못 한다는 말이 나왔다”며 “지난해 하반기 비트파이넥스 사용자들은 심각한 입출금 이슈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뉴욕시는 비트파이넥스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테더 자금을 융통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테더 투자자에게 별도의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USDT는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하는 가격 안정화 암호화폐로 투자자는 자기가 제공한 달러만큼 USDT를 얻는다. 만약 테더 자금이 사전 협의 없이 비트파이넥스 운영에 쓰였다면 테더 투자자 입장에선 위급 시 달러 자산을 되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뉴욕시는 이 지점에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테더도 반격에 나선 상태다. 올 초부터 테더가 현금 지급준비율을 100%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 논리다. 지난달 30일 테더의 스튜어트 호그너 법률 고문이 공개한 테더의 달러 지급준비율은 74%다. 호그너 고문은 “USDT 자산이 현금이 아니라 대출 채권 등을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며 “기존 상업은행도 고객 예금의 일부만 준비금으로 보유한 채 나머지를 투자에 배치한다”고 반박했다.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는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경우가 적잖았다. 지난해 테더가 USDT 가격 방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비트파이넥스 지갑을 활용했다는 의혹과 비트파이넥스가 USDT 하락장에 6억3000만 개를 환전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2월 비트파이넥스는 투자자에게 암호화폐를 테더로 교환해 투자하도록 유도, 2017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양사의 불투명한 관계는 꾸준히 제기된 투자 위험요소다.

테더 CEO도 역임하고 있는 비트파이넥스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 CEO.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행적이 묘연하다’는 루머를 달고 산다. (이미지 출처 : 링크드인)

아이파이넥스와 뉴욕 최고법무책임자 간의 설왕설래는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6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뉴욕 대법원 조엘 코헨 판사는 “양측이 먼저 문제를 조율하라”고 고지했다. NYAG가 우려하는 피해가 당장 발생한다고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NYAG가 제기한 예비 금지명령을 내리기는 모호하다는 판결이다. ‘무법지대’에 섣불리 등장한 규제도 투자자 피해를 우려하게 한다. 뉴욕시는 본 바 없는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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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린 #찰리리 #기자 #지갑공개 #탈중앙화

이해상충 이슈는 코인거래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여러 암호화폐 진영에서도 거론된다. 물론 암호화폐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보유자산을 공개하거나 암호화폐를 소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지난 2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과 주주 관계를 공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레딧(Reddit) 게시물을 통해 이더리움과 상관 없는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 도지코인, 지캐시를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총합은 본인이 소유한 이더리움 자산 가치의 10% 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블록체인 리서치사 클리어매틱스(Clearmatics)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스타크웨어(Starkware)의 주요 주주라는 점도 명시했다. 같은 게시물에 이더리움 재단 저스틴 드레이크 연구원도 “재단으로부터 이더(ETH)를 지급받는다”며 “이더리움 외에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연관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비탈릭 부테린이 자산 현황을 적은 레딧 글. (이미지 출처 : 레딧)

게시물 제목은 ‘이더리움 리더십과 책임감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였다. 이 게시물의 발단은 당시 이더리움 지갑 클라이언트 패리티를 개발하던 아프리 쇼든이다. 그는 이더리움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를 앞두고 이더리움 관련 개발을 그만뒀다. 커뮤니티는 그의 결정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그가 개발 선봉에서 내려온 배경에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었다. 지난 2월 IT매체 브리커매거진에 따르면 쇼든이 일하는 패리티는 폴카닷(Polkadot)이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구축하고 있다. 폴카닷은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을 지향한다. 쇼든은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세리니티가 해야 할 일을 폴카닷이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언급했다. 쇼든은 이더리움과 폴카닷과 모두 연관이 있다며 여론은 그의 발언이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쇼든은 폴카닷 개발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양쪽에 발을 걸치고 이더리움이 아닌 폴카닷에 시간을 쏟는다는 추궁까지 이어졌다. 그는 브리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더는 이더리움이나 관련 프로젝트에서 일하진 않지만, 패리티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 쇼든을 두고 ‘이더리움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무책임하게 그만둔다’는 반응에 부테린을 포함한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은 지갑을 공개했다. 혹시 불거질 수 있는 이해상충 이슈를 사전에 진화하겠다는 의미이다.

인터넷신문윤리강령 중 이행상충 문제에 대해 적시한 대목.

이는 암호화폐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행태다. 암호화폐를 취재하는 기자 중 기사 말미에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명시하는 경우다. 이해관계와 상관 없이 독립적인 취지로 보도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의 경우 출입 기자가 쓴 기사에 따라 주가 변동이 생기는 편이라 때로 기자들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다”며 “소위 돈 받고 허위로 기사를 써서 주가 급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기자윤리에 따른 자율적 규제와 별개로) 이런 조사도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지난 3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수잔 애시 교수도 이해상충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는 ‘금융의 진화’라는 초청 강연에서 “비트코인은 소수 채굴장에 좌우되는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 강연을 들은 스탠퍼드대 학생 코너 브라운은 “교수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중앙화 됐다고 설명했지만 채굴장 자체가 여러 채굴자들로 구성돼 있어 하나의 개체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교수가 거짓 주장을 하면서 특정 제품을 홍보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애시 교수가 리플랩 이사회 소속이라는 점을 사전에 밝혔는지의 여부가 관건으로 등장했다.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탈 캐슬아일렌드벤처의 닉 카터(Nic Carter) 파트너는  트위터에서 “애시 교수가 2014년 리플 재단에 선임됐다는 것을 강연에서 공시(disclosure)했느냐”고 질문했다. 애시 교수는 “5분간 구두로 커리어를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강연 당시 애시 교수는 비트코인의 대안으로 리플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에서 이해상충 이슈가 첨예한 까닭에 본인이 창안한 암호화폐를 전량 매각한 인물도 있다.

2017년 12월 라이트코인 창시자 찰리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라이트코인 전량을 매각했다. 투자자들은 찰리리가 라이트코인을 버리고 도망간다고 우려했다. 찰리리는 지난해 2월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신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짜 분산화한 암호화폐에는 이를 통제할 지도자가 없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내 결정이 라이트코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찰리리는 라이트코인 관련 개발과 프로젝트 확장에 기여하며 투자자들의 의혹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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