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넘보는 블록체인, 블록스택…하버드 선택받은 이유는

‘하버드가 1000만 달러 토큰 세일에 참여한 프로젝트’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록스택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문구다. 지난 12일 미국 하버드대학교 기부금을 관리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가 이 프로젝트 토큰 판매에 직접 참여해 화제를 낳았다. 같은 날 대중을 대상으로 한 토큰 판매 제안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스타트업은 블록체인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으로 바라봤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IT 공룡’이 등장한 지금 탈중앙화한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혁명 앞에 서 있다는 의미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의 아버지’ 팀 버너스 리도 지난해 9월 “모두를 위한 웹을 위해 극렬히 싸워왔다”며 솔리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버너스 리는 2016년 6월 트위터를 통해 “블록스택에 내 블록체인 ID를 인증해 만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만난 블록스택 무니브 알리 공동창립자는 블록체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인터넷이 바뀌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등장했다”고 짚었다. 알리 공동창립자로부터 블록스택의 구조와 토큰 활용법, SEC 규제와 웹3.0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Q.블록스택에 대해 소개해달라

블록스택은 탈중앙화 컴퓨터 네트워크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안(alternative)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대개 개발자는 클라우드 서버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그 안에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블록스택은 이 기능을 대체한다. 사용자가 개별적인 데이터 라커(locker)를 갖는 구조다. 대형 기업이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뽑아갈 필요 없이 앱과 데이터는 그 사용자의 소관이 된다.

그래서 ID를 등록할 때 유니버셜 ID, 일반 사용자 명(Universal User Name)을 얻는다. 블록스택에 있는 모든 앱에 이 사용자 명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새 앱을 사용할 때마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 동일한 사용자 ID가 블록스택의 모든 앱에 적용된다.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보편적인 ID를 보유하는 기능은 본래 인터넷에 있어야 했다.

이미 80개 앱이 블록스택에 있다. 블록스택이 4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코어 인프라를 설계 및 구축한 후 네트워크를 지난해 4분기에 출시했다.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것을 공개적으로 갖춘 상태다. 개발자들의 관심이 모여 매 분기 앱 개수가 두 배씩 늘어났다.

Q.하버드로부터 투자를 받고, 팀 버너스 리가 언급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스택은 오랜 기간 인프라를 준비해왔다.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에서 수학한 컴퓨터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복잡한 컴퓨터과학 난제를 해결해야 했다.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인프라와 사용자를 위한 기능(skill)을 먼저 고민했다.

여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무거운(heavy) 블록체인을 개발한다. 체인에 상당량의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고, 프로세스를 위한 로직(코드)을 담아야 하는 식이다. 만약 이더리움에 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트윗을 전송할 때마다 블록체인에 트랜잭션을 보내야 한다. 네트워크 사용료(가스비)도 내야 한다. 확장성 측면에서도 유저 하나가 트윗을 날리면 전 세계 모든 이더리움 노드(네트워크 관리 컴퓨터)가 이걸 처리해야 한다. 모든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의 활동을 느리게 하는 셈이다.

블록스택 브라우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디앱 랭킹. (이미지 출처 : 블록스택)

블록스택은 이와 다른 행보를 택했다. 중요한 정보만 블록체인에 담고, 대부분은 오프체인으로 구성했다. 예컨대 트윗 자체는 블록체인상에 퍼블리시하지 않고 사용자 데이터 라커에 전송된다. 이 데이터를 읽으려는 사람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뉴스피드를 구성하는 식도 상상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속 뉴스피드(Newsfeed)는 내 것이니 그것을 로컬하게(local, 지협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다른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블록체인에서 사용자의 상호작용이 다른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다르다.

Q.나만의 데이터 라커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현재 트위터는 모든 고객 데이터를 저장한다. 반면 블록스택 트위터가 1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했다면 100만 명이 각자 데이터 라커를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데이터 라커가 어디에 위치하든 필요에 따라 접근해 읽어 들인다.

이론상으로는 하드 드라이브로 간주할 수 있지만, 꼭 스마트폰 기기는 아니다. 노트북도 되고, 각자 쓰는 서버든 드롭박스와 같은 서버 제공자든 데이터 라커를 놓을 수 있다. 물론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등의 서버 제공자가 데이터 라커 속 프라이버시 정보를 들여다볼 순 없다. 완전히 암호화하기 때문이다.

유저는 각자 클라우드에 프라이빗한 하드 드라이브를 갖고,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느낀다. 대형 회사에 데이터를 내어주지 않고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운영하는 격이다.

Q.블록스택 토큰도 독특하다. 블록체인 관리자(채굴자)뿐 아니라 앱 개발자를 위한 보상으로도 쓰인다

블록체인 채굴자가 컴퓨터 자원을 들여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토큰을 받는 개념을 넓혔다. 양질의 앱을 퍼블리싱하는 쪽에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주는 인센티브 매커니즘이다. 블록스택에서 4~5개월 동안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자동화 랭킹 매커니즘도 있다. 매달 앱 순위가 나오는데, 유저의 평가가 결합돼 10만~1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가 매 라운드 매겨진다. 탈중앙화한 랭킹 매커니즘이 이달의 앱 최강자를 알려준다. 파일럿 모드로 킬러 앱을 찾고 플랫폼을 개선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개발자 입장에선 분명한 보상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앱스토어와 차이를 보인다. 앱 마이닝이 이들에게 초기 투자에 가깝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개발자가 자기 앱을 개발하고, 훗날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큰 단위의 투자를 받거나 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개발자가 그 시작점에 서도록 독려하는 일종의 보상 체계를 제공하려고 한다.

(블록스택 앱 마이닝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Q.블록스택 토큰(스택스, STX)은 SEC에 암호화폐 토큰 판매를 신청했다. 지금 시점에 토큰 판매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2013년 프로젝트를 시작할 초창기 회사 주식을 토대로 연구자금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블록스택 코어 커뮤니티와 개발진이 시간을 벌었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메인넷 출시를 준비하면서 토큰 판매에 접어들었다. 특정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가 자체 토큰을 보유하도록 신경 썼다. 블록체인 관련 투자라서 더 그랬다.

네트워크 출시와 함께 토큰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한 법적 절차도 준비해왔다. 미국 시장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번 SEC 제안서가 받아들여져서 법적 프레임이 마련된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토큰 판매가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Q.SEC는 ‘대부분의 토큰 판매는 증권 판매’라고 보고 있다. 스택스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나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우리 토큰이 유틸리티형이라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 미국 시장 밖에선 일단 명백히 유틸리티 토큰이라고 해석되는 셈이다. 실제로 블록스택에서 토큰은 여러 사용처에 쓰이고 있다. 디지털 자산 등록, 스마트컨트랙트 실행, 앱 사용 때 쓸 수 있다. 물론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토큰 판매 전이니) 토큰이 여러 사람에게 널리 분포되진 않았다. 17여 개 회사, 800여 투자자가 투자에 참여한 시점이라 그렇다.

미국 시장에서도 유틸리티 토큰으로 기능할 것으로 본다. 그래도 일단 증권법 준수사항에 맞추려 한다. 미국 규제당국도 스택스가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토큰 자체는 사용성을 충분히 띠고 있다.

블록스택이 SEC에 낸 제안서 첫머리. (이미지 출처 : SEC)

Q.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블록체인뿐 아니라 웹 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여럿 이어지는데, 블록체인은 어디 쯤에 있나

팀 버너스 리의 솔리드와 여기에 기여하는 MIT 팀에도 크게 감명받았다. 최근 들어 대학 내 스타트업이 웹 관련 제품을 상업적으로 출시하고자 한다. 이런 움직임 자체는 블록체인과 상관 없이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블록스택은 2013~2014년 블록체인이 완전히 탈중앙화한 웹을 재건하는 데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봤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탈중앙화한 도메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IWW(Identity Workshop)에서도 블록체인을 소개했다. 이들은 수십년간 탈중앙화한 ID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이들에게 블록체인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개발자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느냐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프로젝트는 여러 개발자를 끌어모아 그 위에서 무엇인가를 만들게 하는 쪽이 될 것이다.

Q.꼭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아니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블록스택 팀은 지금을 ‘컴퓨팅 혁명’이라 간주한다. 데스크톱, 클라우드 등등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쓰이느냐(written)’ 혁신하는 움직임이다. (블록체인을 포함한) 모두 인터넷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다.

분명 블록스택에 있는 앱 중에 안드로이드 등 기존 앱스토어에도 포진할 수 있는 앱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차별점이 있다. (블록스택은) 개발자들이 사용자 신원확인, 데이터 저장, 서버 및 데이터베이스 운영 등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는 모든 앱마다 자기 계정을 만들면서 ‘데이터 이슈가 발생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앱을 사용하는 더 나은 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가깝다. 지금이야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이라 칭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더 나은 앱’이라 불릴 수 있다. 더 안전하고, 개발자나 사용자 입장에서 더 낫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케 하는 앱이랄까. 인터넷 혁명이지, ‘이 앱을 쓰기 위해 블록체인과 가까워져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시드라운지에서 블록스택에 대해 설명하는 무니브 알리 창업자의 모습.

Q.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디앱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다. 앞으로 어떤 앱이 흥할 것으로 예상하나

사람들은 디앱이 훗날 유용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데, 사실 이미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블록스택에 존재하는 앱이 좋은 예다. 2단계 인증(2FA,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조합해 본인을 인증하는 절차)을 제공하는 기존 앱은 불편할 수 있다. 만약 여행을 가기 위해 스마트폰을 대여했는데, 그 안에 이중 신원인증 앱을 다시 깔기는 번거롭다. 블록스택에선 블록스택 ID로 로그인한 후 2FA 코드를 개별 데이터 라커에 암호화해 저장할 수 있다. 새 폰에서 이중 신원인증으로 로그인하더라도 이 코드를 얼마든지 라커에서 불러올 수 있다. 제3의 기업에 인증 코드를 맡기지 않고도 어떤 기기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Q.SEC 규제를 제외하고 블록스택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흥미롭게도 하이프(hype, 거품)와 투기가 이끄는 시장에서 일한다는 게 큰 도전이다. 마케팅을 굉장히 많이 하고 과한 약속을 하지만, 성과가 적은 프로젝트가 많다. 우린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개발이나 연구에 오랜 기간 신경을 쏟고, 기술이 구비되고 나서 시장에 진출했다.

규제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법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저지르는 식이었다. 이런 류의 ‘빠르게 실패하기’ 전략은 거품을 조성했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신중론자 입장에선 이 마켓에 몸을 담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테크 분야에서 흔치 않은 양상이다. 대개 이 분야는 제대로 규제를 받고, 하이프나 투기가 만연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암호화폐 업계는 굉장히 결이 다르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이에게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방식이 시장 성숙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영향력을 얻기 전까지 악의적으로 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견뎌야 하지만 말이다.

썸네일 출처 :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