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현의 499人터뷰] 비트코인에 홀린 하버드 역사학도, 고팍스 이준행 대표

“역사학을 전공해서 비트코인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공학도와 경영학도가 모여있는 암호화폐 산업에 눈에 띄는 학력의 소유자가 있다. 하버드 역사학과를 졸업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다. 그는 대학시절 들었던 금융사 수업이 비트코인의 사회적 함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2015년 암호화폐 송금 솔루션 스트리미를 운영하다 2016년 거래소 해킹 사건을 접했다. ‘안전한 거래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그를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으로 이끌었다. 고팍스는 상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또 월렛 블랙리스트 공유와 추적 기능 고도화를 통해 안전한 거래소를 내세우고 있다.

[김가현의 499人터뷰] 여덟 번째 주인공은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다. 이번 인터뷰는 기자가 직접 진행했다.

김가현 기자(이하 김) : 스트리미와 고팍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준행 대표(이하 이) : 스트리미는 2015년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인프라를 만들고자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때 신한은행과 국내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어요. 2016년 중반 차기 사업을 고민하던 중 몇몇 거래소의 해킹 사건을 목격했어요. 안전한 거래소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1년간의 개발 끝에 고팍스를 2017년 11월에 오픈했습니다. 고팍스는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로 안착한 상태입니다.

김 : 하버드 역사학과 출신이 블록체인 산업에 들어온 계기가 궁금해요.

이 :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대학 때 금융사 수업을 들었던 것이 비트코인의 사회적 함의를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이었어요. 또 이라크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현행 금융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정치경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08년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철군하고, 펀더멘탈과 상관 없이 원화가치도 떨어졌죠. 월가를 점령하려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화폐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2014년 말 비트코인을 발견했어요. 비트코인을 자산군으로 봤을 때 발행인을 통제할 수 없고, 프로그램할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매혹적이었어요. 홀린 듯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공부하다 보니까 사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월가 점령 시위(출처 = 위키백과)

김 : 최근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했죠.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이유와 추가 진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이 :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는 좋은 운영 파트너를 만났고,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또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도국에서 블록체인이 더 많이 쓰일 수 있죠.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스마트폰 침투율은 빠르죠. 게다가 암호화폐에 열려 있는 2030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블록체인 유즈케이스를 만들 수 있는 거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추가 진출에서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인데, 태국의 경우 운영 파트너 사가 현재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있어요.

김 :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사업 다각화에 나섭니다. 고팍스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이 : 공공 부문에 수요가 있어 예치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어요. 공공 부문 고객의 니즈에 맞게 커스토마이즈한 예치 서비스 ‘DASK’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 필요한 기반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어요. 구체화된 아이디어 중 상용화를 못한 사업은 거래소 운영사로서 이해상충이 있을 수 있어 파트너를 찾고 있어요.

김 : DASK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이 : DASK는 암호화폐를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 국내 준법 기준에 맞춘’ 형태로 보관할 수 있는 예치 사업입니다.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어요. 또 국내 수사기관의 수요에 맞춰 압수된 암호화폐와 사건을 관리할 수 있어요.

법정화폐 거래소의 경우 정부 기관과 많이 이야기를 하게 돼요. 검은 자금이 침투하려는 시도도 포착되니까요.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당국과 대화하고, 악용되는 사례를 접했을 때 ‘이런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겠다’는 것을 구현해 놓은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 : 규제당국의 코인주소 추적 등 거래소 감독 소식이 들리는데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이 : 너무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핀테크산업협회에서 블록체인 분과장을 맡았을 당시 다른 거래소와 도입하려고 했던 부분이에요. 월렛 블랙리스트 공유나 추적 기능 고도화는 계속 노력했던 핵심 사업 항목이기도 합니다.

김 : 바이낸스 런치패드, 후오비 프라임 등 거래소 토큰 공개(IEO)가 트렌드입니다. IEO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가요.

이 : IEO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투자자 리스크가 소명될 수 있고, 이해상충이 없는 선에서는 고팍스도 좋은 프로젝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 올해 거래소 트렌드를 전망해 본다면

이 : 제도화와 통폐합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술적으로 쓸모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한국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나오는데, 사실상 간접적인 인허가제가 들어서는 과정이라고 보여져요. 또 2017년과 2018년 ‘묻지마 투자’와 비슷하게 암호화폐 공개(ICO) 붐이 일었다고 한다면, 2019년에는 블록체인 한계점에 대해 알고 조심성이 생긴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사용자에게 쓸모를 보여 주는 프로젝트가 나와야 해요. 거래소는 이런 프로젝트를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초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고팍스

김 : 하락장이 지속되면서 거래소는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고팍스도 이런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겠죠.

이 : 우리는 상장 수수료를 받지 않고, 여타 거래소들이 수익을 위해서 하는 행위도 안 하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매출 측면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 가운데 보안과 기술 투자는 늘리다 보니 지출하는 비용은 커졌고요. 그래서 자금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김 : 2020년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 올해 장은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이 : 지난해부터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어요. 생각보다 반등장이 빨리 오는 느낌이에요. 비트코인이 18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렇게까지 밀려나진 않을 것 같아요. 올해 반등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 크립토 금융 인프라에 대한 전망과 올해 고팍스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 : 한국은 영미권 국가와 달리 규제가 발전에 절대적입니다. 특금법 개정안부터 시작해 룰이 들어서면서 상향 평준화가 되고,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정부는 예치원을 통해 기관의 암호화폐 물량 출입을 관리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고팍스의 목표는 ‘기본에 충실하기’, ‘좋은 프로젝트 지원하고, 좋은 상품 제공하기’, ‘이용자 저변 늘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