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북한·넥슨 김정주 공통점은?…’코인계 교통경찰’ 비트라이선스

암호화폐 규제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비트라이선스(BitLicense)’. 미국 뉴욕시에서 암호화폐 비즈니스에 요구하는 자격이다. 이달 비트라이선스는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거래소(ICE)가 개발 중인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 백트(Bakkt), 코인거래소 비트렉스의 북한 계정 논란, 넥슨 김정주 창립자의 블록체인 투자처와 함께 거론됐다.

비트라이선스의 행보는 코인 업계의 역사를 담고 있다. 4년 가까이 ‘코인계 교통경찰관’으로 사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금지 일변도를 걷고 있는 국내 암호화폐 규제에 어떻게 디테일을 더할 수 있을지 참고해봄 직한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에 블록인프레스는 2017~2018년 코인 열풍을 연상시키는 비트라이선스 공청회와 최근 소식을 정리했다.

#공청회 #줄을서시오 #마운트곡스사태

비트라이선스는 2015년 처음 도입됐다. 암호화폐 허가제의 신호탄이었다.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전송 ▲타인의 가상화폐를 보관, 수탁, 조정하는 업무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화폐를 매매하는 행위 ▲고객 대상으로 한 거래소 운영 ▲가상화폐 관리 및 보관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기업은 뉴욕에서, 뉴욕 시민에게 서비스할 때 비트라이선스를 보유해야 한다.

비트라이선스가 들어선 시기는 2014~2015년 무렵이다. 비트코인 역사에서 상징적인 시기다. 다큐멘터리 <비트코인 – 암호화폐에 베팅하라>에 따르면 2014년 비트라이선스 도입을 위한 공청회는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 해킹 피해 소식이 알려진 후 마련됐다.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약 70%를 차지했던 이 거래소는 해킹 공격으로 85만 개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 이후 파산과 폐업 전철을 밟아 ‘비운의 거래소’로 불린다. 이로 인해 2013년 7월6일 67달러에서 11월30일 1149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5년 1월17일 197달러로 다시 주저앉았다.

마운트곡스 CEO 마크 카펠레스는 지난달 도교지방법원으로부터 금융 전자기록 조작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2016년 보석으로 풀려나는 모습이다. (image : Bitcoin.com)

비트라이선스에 대한 입장은 공청회 때부터 도입 직후까지 ‘투자자 보호’와 ‘지나친 규제’로 갈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비트코인 거래소 제미니의 창립자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 유니언스퀘어벤처스 파트너 프레드 윌슨 등은 규제가 기술을 통한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뉴욕금융감독청(NYDFS) 감독관이었던 ‘월가 저승사자’ 벤저민 로스키는 마운트곡스 사태를 근거로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대립했다.

2015년 8월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유망한 비트코인 회사들이 뉴욕에서 영업을 종료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라이선스 인증 절차에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보는 반면, 법률가들은 비트라이선스가 사업을 가로막기 위해 안달난 게 아니라고 본다”고 보도했다.

2015년 9월 비트라이선스를 받은 첫 타자는 암호화폐 개발사 서클(Circle)이다. 이 회사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시작해 결제사로,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사업을 확장했다. 두 번째 주자는 2016년 해외송금에 초점을 맞춘 암호화폐 시가총액 3위 리플, 세 번째 주자는 2017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다.

공청회를 앞둔 NYDFS 감독관의 모습. (image : betting on bitcoin)

#타고미 #비트스탬프 #김정주투자처

지난달 열여덟 번째 비트라이선스 문턱을 넘은 기업은 암호화폐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벤처 타고미(Tagomi)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암호화폐 투자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NYDFS는 “타고미는 비트라이선스와 함께 송금업자 라이선스도 취득했다”고 밝혔다. 타고미 그렉 투사르(Greg Tusar) 최고경영자(CEO)는 “보다 투명하고 공평한 환경을 만들고자 암호화폐 시장 구성원에 대해 철저한 검토와 사려 깊은 접근을 보여준 NYDFS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타고미는 넥슨을 창립한 NXC 김정주 대표의 투자처로 유명하다. 투자 데이터 조회 사이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1550만 달러(한화 179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투자에 벤처캐피탈 콜라보레티브펀드(Collaborative Fund)도 참여했다. 김 대표와 넥슨 모회사 NXC의 미국 투자 전문 자회사 NXC LLC가 파트너로 활동하는 펀드다.

콜라보레티브펀드에 파트너로 이름을 올린 김정주 대표의 사진(중간). (image : collaborative fund)

김 대표와 비트라이선스의 연결고리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에도 있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유일하게 유럽 시장에서 허가를 받은 코인거래소 비트스탬프는 지난 9일 NYDFS로부터 비트라이선스를 얻은 열아홉 번째 주자가 됐다.

비트스탬프는 뉴욕시를 무대로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리플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거래소는 2015년 처음 비트라이선스를 신청했던 22개 사 중 한 곳이다. 비트스탬프 넥 코드릭(Nejc Kodrič) 대표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비트라이선스 심사도 뉴욕 당국의 일상이 되고 있다”며 “올해 우리가 다섯 번째로 승인된 것을 고려하면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NXC의 벨기에 투자 전문 자회사 NXMH는 비트스탬프 지분 80% 이상을 사들이며 인수에 나선 바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이어 또다시 코인거래소에 베팅했다. 업계에서 넥슨을 매각하는 김 대표의 다음 행보가 블록체인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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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 shutterstock)

#백트 #난안되겠니 #언제승인되니

최근 백트가 비트라이선스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8일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NYDFS로부터 받은 자격으로 백트가 고객의 자산을 보관(커스터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비트라이선스를 취득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백트 출범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학수고대하는 이슈다. 기존 비트코인 선물 플랫폼과 달리 비트코인 현물을 기반으로 투자 거래를 중개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비트코인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다.

ICE의 제프 스프레처(Jeff Sprecher) 대표는 “백트 출시를 포함해 미래 전략을 위해 10억 달러(1조 1237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 투자자와 파트너를 끌어모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ICE의 스콧 힐 최고재무관리자는 “백트는 장기 프로젝트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이익과 시장의 기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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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트 출시일은 지난해 12월12일에서 올해 1월24일, 또다시 올 연말로 미뤄졌다. CFTC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CFTC는 특히 (기관 투자자를 포함한) 고객의 토큰을 어떻게 보관하고, 해킹이나 조작으로부터 보호할지 우려한다”고 꼬집었다.

비트라이선스를 도움닫기로 활용하려는 백트의 행보는 곧, 비트라이선스가 암호화폐 사업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이다. 제도권 안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규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비트라이선스의 무게감도 더해질 전망이다.

#비트렉스 #진실공방 #갑자기북한

“비트라이선스 거절 이유는 사실무근이다.”

최근 NYDFS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코인거래소 비트렉스(Bittrex)의 주장이다. 지난 10일 NYDFS가 비트렉스의 비트라이선스 신청을 거절한 이유를 두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NYDFS이 한 코인거래소 비트라이선스를 거절하고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서 잡음을 빚었다. (image : NYDFS)

앞서 NYDFS는 공식 서한을 통해 “(비트렉스가) 정직하게, 공평하게, 신중하게, 효율적으로 뉴욕에서 사업할 것이라고 설득하지 못했다”며 비트라이선스 신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결정으로 비트렉스는 오는 6월 전까지 뉴욕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NYDFS가 거론한 이유 중 ‘고객 실사가 불가능하거나 식별이 어려운 계정이 다수 드러났다’는 대목이 논란을 낳았다. NYDFS는 지난 18일 코인데스크를 통해 “(비트렉스가 비활성화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던) 가명 계정(fake name) 중 70%가량이 자금을 보유했거나 활동을 보였다”며 “2개 북한인 계정 중 1개는 2017년에도 거래소를 사용했고, 2019년 비트렉스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란인 계정 2개가 활동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트렉스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 이용자 거래는 거짓 주장”이라며 “해당 계좌를 조사한 결과 한국 이용자가 국가 선택 메뉴를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으로 잘못 고른 해프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별 신분증, 실제 물리적 주소, IP 주소 등을 통해 두 계정 모두 대한민국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도입 당시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얻은 비트라이선스는 승인 거절 시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트렉스는 NYDFS의 기고에 대해 “좋은 뜻으로 라이선스를 신청한 중소기업을 공격해 기업이 NYDFS와의 정보 공유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뉴욕에 있는 고객을 보호하기보단 해치는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통 방식도 여전히 NYDFS의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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