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미디어 해커톤 밤샘 체험기…블록체인서 발견한 ‘뉴스 유토피아’

지난해 4월 북경대 한 여학생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공개 서한을 올렸다. 미투(Me too) 운동이 학교 측으로부터 검열을 당하자 한 네티즌이 블록체인을 찾았다. 블록체인은 검열과 규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대자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언론이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9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2019 구글 미디어 해커톤’에서도 블록체인과 미디어의 만남이 주목을 받았다. 구글코리아와 미디어오늘이 공동 주관한 이번 해커톤의 주제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 : 맥락 저널리즘’이었다. 기자는 진실에 다가가는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룸 네트워크 김시준 커뮤니티 매니저(개발자), 학생독립만세의 김고은 디자이너와 함께 팀을 꾸려 해커톤에 참가했다. 팀명은 ‘블록인사이드’.

이번 해커톤에는 블록인프레스뿐만 아니라 KBS, 조선일보, YTN, 매일경제 M로보 등 다양한 매체 기자들로 구성된 20팀이 참가했다.

구글 캠퍼스에 모인 구글 미디어 해커톤 참가자들

뉴스계 대자보, ‘뉴토피아’ 탄생기

해커톤은 1박2일 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서비스 이름을 짓고, 각자 역할에 맞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순서로 이어졌다.

블록인사이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서비스를 구상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9 세계언론자유지수’ 보고서가 눈에 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자유지수가 양호한 국가는 전 세계 24%에 불과했다. 언론의 자유가 취약한 국가가 76%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독재 정권의 미디어 장악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 팀은 뉴스와 유토피아를 결합한 ‘뉴토피아’를 서비스 명으로 내세웠다. 이후 규제와 검열, 사측의 이해관계 등을 초월해 모든 것을 다루고 쓸 수 있는 뉴스계 유토피아를 구체화해 나갔다. 누구든지 제보 및 보도할 수 있으며, 상호 평가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일종의 대자보와 같은 매체를 구현키로 했다.

실제로 구현한 뉴토피아 프로토타입

김 개발자는 인터넷만 있으면 별도로 도메인에 접속하지 않아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하고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김 디자이너는 프로토타입 시연 영상 작업에 돌입했다. 서비스에 접속했을 때 보일 메인 화면부터 콘텐츠를 작성하고 게재하는 화면까지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연 영상을 준비했다. 기자는 발표자료 준비를 하며 팀원들과 구글캠퍼스에서 밤을 지새웠다.

신기하게 피곤하지 않았다. 관심 있는 주제를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몰랐다. 발표 자료를 찾고 작성하다 보니 시계는 어느덧 새벽 5시를 향하고 있었다.

밤샘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 드링크들

의견 공유 뉴스부터 DIY뉴스까지…싱가포르행 주인공은?

이번 해커톤의 우승팀에는 오는 7월에 열리는 ‘APAC 트러스티드 미디어 서밋’ 등록비와 항공권, 숙박을 지원했다. 20일 오전 개발과 시연 영상, 발표 준비를 마친 뒤 우리 팀원들의 마음은 이미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었다.  

20팀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각양각색이었다. 뉴스에 개인 의견을 정리해 지인들과 공유하며 뉴스를 만들어 나가는 ‘위드뉴스’부터 뉴스의 DIY(DO IT YOURSELF) 버전까지.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싱가포르행 티켓

우승팀을 발표하기 전 구글 미디어 해커톤 진행자는 “세 팀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는데,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두 팀에 ‘스페셜 멘션’을 주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아쉽지만 그 두 팀 중 한 곳이 우리 블록인사이드 팀이었다.  

이숙번 심사위원은 “계속 지켜본 팀이 있었다”며 “블록체인 관련해 최근 특별하거나 성공적인 서비스가 없었는데, 유의미하게 블록체인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이어 “실제로 한 국가나 권력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구글 미디어 해커톤 참가자들

다양한 아이디어 중 최종 우승은 ‘대한민국 국회 실록’을 구현한 쨈(Jjam) 팀에게 돌아갔다. KBS 디지털뉴스부 소속 장슬기 기획자, 이준원 디자이너,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가 개발자로 모인 이 팀은 국회 회의록 전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실록 사이트’를 만들었다. 구글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이트를 온라인 뉴스 페이지에 연계하고, 팩트체크 기능을 더했다.

진실을 전하기 위한 미디어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기자는 이러한 고민의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꼽는다. 2020년 구글 미디어 해커톤에서는 블록체인과 미디어의 만남이 우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