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서 과연 주민등록증이 필요할까”

[메타디움 박훈 대표] 지난해 9월 전 세계 25억 명의 가입자를 지닌 페이스북이 해킹을 당했다. 사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국내에서도 3만여 명의 이용자가 해킹 피해를 입었다.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데이터 저장을 분산화해서 해킹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블록체인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은 소유권의 증명, 안전한 데이터 교환 등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탈중앙화 신원인증(DID)에 대한 관심과 이를 적용하기 위한 시도도 늘고 있다.

자기주권신원(Self-Sovereign Identity)은 DID(Distributed Identity)로 인해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해진 신개념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쉽게 말해 내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내가 보유하고, 내 동의 하에 필요한 만큼만 최소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가지고 있거나 나만 알고 있는 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나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솔리드 프로젝트로 인터넷상에 신뢰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 논의돼 온 웹 3.0도 차세대 인터넷을 통해 결국 ‘디지털상의 정보는 누가 정의하는지’, 그리고 ‘그 정보는 누구에게 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지난해 GOTO 컨퍼런스에서 웹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팀 버너스-리의 영상)

필자가 메타디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체성의 근원이자 핵심인 ‘나’라는 신원인증(ID)을 위해 신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서비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이들은 모두 원하든 원치 않든 디지털 발자국(footprint)을 남긴다. 음성인식기술 및 집안 곳곳에 설치돼 있는 기기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우리의 정보를 끊임 없이 수집한다. 데이터들은 모여서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성향, 미래에 필요한 물품까지 예측하며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꽤 정확한 그림을 완성한다. 아이덴티티에 대한 개념이 변모하고 있는 양상이다.

메타디움이 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줄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덴티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한단계 한단계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데이터는 내가 지정한 곳에 보관되고, 오직 나의 동의 하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메타디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서비스와 플랫폼의 방향성이다.

삶은 갈수록 디지털화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신원은 여전히 중앙에 머물러 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국가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 없이는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들 증명서가 없더라도 디지털 시대에 다양하게 형성되는 나의 신원과 정체성에 맞는 증명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 데이터의 주인은 자신의 정보를 적시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자기주권형 ID는 핵심적인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 예로 대학 졸업증명서를 종이가 아닌 모바일로 발급받고, 이에 대한 증명이 블록체인으로 간소화될 수 있다면 단 한 번의 졸업증명서 발급으로 여러 기업에 입사 원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에어비앤비와 같은 주거 공유 플랫폼에 공간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주소 및 나이, 성별, 그리고 신분증 사본까지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불필요할 수 있다. 내가 증명해야 할 바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집주인’이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메타디움이 최우선으로 집중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인 게이밍에서도 예를 들 수 있다. A슈팅 게임에서 승률 70%를 달성해 ‘슈팅계의 달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했다면 비슷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B슈팅 게임에서도 동일한 칭호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집합체인 사회에서 아이덴티티는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미에서건, 사회적인 의미에서건, 집단을 살아가는 개인의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로건 우리의 정체성은 그 깊숙한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기술이 발전해 나가면서 나를 표현하는 아이덴티티가 점점 더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덴티티의 디지털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돼 나갈지는 현재의 우리가 기술과 맺는 관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철학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핵심기술을 제공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자기주권신원에 대한 대화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갈 책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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