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현의 499人터뷰] ‘세계 핀테크 여성리더 100인’…GBIC 이신혜 파트너, 누구길래

GBIC의 이신혜 파트너는 올해 핀테크 허브 래티스80의 ‘글로벌 핀테크 여성리더 100인’에 선정됐다. 그녀와 함께 명단에 오른 이들은 JP모건, UBS, 마스터카드, 텐센트, HSBC 등 글로벌 금융사의 임원이었다.

이 파트너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당시 ‘진짜 일’에 뛰어들고 싶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마치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화려한 경력의 그녀가 그 다음으로 선택한 직장은 미국, 중국, 한국에 기반한 크립토 펀드 ‘GBIC’이다. GBIC은 게임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크립토키티 제작사인 대퍼랩스, 코스모체인, 아르고, 테라, 메타디움 등 5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투자한 곳이다. 그녀는 GBIC과 GBIC의 컨설팅 자회사 Block72에서 블록체인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올해는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블록체인 과정의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김가현의 499人터뷰] 여섯 번째 주인공은 바이낸스 공동창업자 허이 인터뷰의 진행을 맡았던 이 파트너다. 이번 인터뷰의 진행은 뉴스원의 송화연 기자가 맡았다.

499인터뷰 이신혜 편 진행을 맡은 뉴스1 송화연 기자

송화연 기자(이하 송) : 세계 핀테크 여성 리더 100인에 선정됐습니다. 선정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신혜 파트너(이하 이) : 어느 날 지인들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와 저도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어요. 메시지를 읽어보니 제가 래티스80의 ‘세계 핀테크 여성 리더 100인’에 선정됐더라고요.  제 이름이 들어간 게 맞는지 믿기 어려웠죠. 핀테크 등 금융산업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잠재력 및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마스터카드, 비자 등 기존의 금융 강자들도 블록체인에 뛰어들고 있어요. 블록체인의 영향력 덕분에 제가 선정된 것 같아요.

송 : 어떤 계기로 블록체인 산업에 들어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 : 저는 궁극적으로 개인이 한 국가나 지역에 제한 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싶은 다양한 일(Multi-carrers/Multi-jobs)을 하면서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고, 다양한 통화로 자유롭게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해요. 얼마 전, 한국 공인인증서 시스템을 만든 인터넷 0.5세대 대표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말을 했더니 저보고 “이상주의자”라고 했어요. 처음 인터넷이 나왔을 때도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요.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2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민주주의를 이뤘듯 블록체인도 ‘정반의 진화’에 있는 단계예요. 2014년 실리콘밸리의 페이먼트 회사에서 일할 때 비트코인이 새로운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사상이 마음에 들어서 블록체인에 관심이 가지게 됐어요. 또 한국, 미국, 중국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세 국가인데 예전부터 제 꿈이 ‘한미중을 잇는 교량 역할’이었어요. 제 꿈과 연결되는 것 같아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TOP 100 WOMEN IN FINTECH 2019 (자료 = 래티스80)

송 : 어느 시장이든 초창기에는 여성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든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혹은 덕목은 무엇일까요.

이 : 여성 문제는 예전부터 관심을 가진 부분이에요. 10년 전 맥킨지에서 전 세계 국가의 여성 경제 참여에 관한 리포트를 낸 적이 있어요. 그 때도 한국은 여성 진출 면에서 열악한 상황이었어요. 얼마 전 한 컨퍼런스의 ‘우먼 인 블록체인’이라는 패널 세션에 초대됐는데, 거기에서 “여성들의 활동을 부각시키고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는 좋지만, 우리가 여성이라는 점을 스스로 상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는데,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든, 회의에 들어가든 우리는 스스로가 ‘소수’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앞으로는 특히 개인이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것보다 ‘작업증명(Proof of Work)’, 즉 자기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두 가지 팁을 공유하고 싶어요. 먼저, 무엇이 필요한지 구하세요. ‘다른 사람이 내가 필요한 것을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에요. 예를 들어 승진, 임금 인상, 교육 등을 회사에 합리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필요해요. 물론 예의 바르고 정당하게요. 두 번째로 여자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마세요. 본인이 스스로 소수라고 생각하면 더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송 : GBIC의 포트폴리오는 펀드 규모, 수익률, 사후 관리 등 모든 면에서 인정 받고 있는데요.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이 : 우선 프로젝트 팀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지 중요해요. 2017년, 2018년에는 암호화폐 공개(ICO) 열풍 때문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기존 스타트업보다 펀딩을 받기 쉬웠고, 너나할 것 없이 블록체인을 사업·투자 계획서에 넣었어요. 그런 회사들은 오래 못 가죠.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믿음과 지식이 있는 팀이 좋아요. 또 사람과 팀을 빼놓을 수 없어요. 멘토 중 한 분인 알토스벤처의 한 킴 대표와 얼마 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스타트업이 발표할 때 가지고 온 자료보다 팀을 유심히 살핀다고 했어요. 저도 그 말에 100퍼센트 공감했고요. 통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 중 소수만 성공합니다.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팀이 중요해요. 성공한 스타트업은 10퍼센트의 아이디어, 90퍼센트의 실행력이에요. 그 실행을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고요. 기술 혹은 비즈니스 혁신(Break-through)을 할 수 있는지 전략과 실행 계획도 봅니다.

송 : 눈여겨 보고 있는 한국 및 중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 제가 투자를 한 곳은 다 애정이 있는 곳이라서 한 곳씩만 소개하기는 어렵네요. 우리가 삼성넥스트, 구글벤처스, 안데르센호로위츠 등과 같이 투자한 대퍼랩스(Dapper Labs)는 ‘10억 명을 위한 블록체인(Blockchain for billions)’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곳이에요. 그 중 하나의 예가 잘 알려진 크립토키티고요.

블로코에서 만든 아르고라는 프로젝트도 눈여겨 보고 있어요. 블로코는 BasS(Blockchain as a Service)라는 개념을 국내에 퍼트리고 한국거래소, 한국은행, 신한금융그룹, 포스코 등과 일하며 상용화한 케이스가 30건이 넘어요. 기업 방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죠.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테라(Terra)도 티몬과의 연계로 실제 사용 가능한 블록체인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WDAS 호스트를 맡은 이신혜 파트너

송 :업계 분위기가 많이 다운돼 있습니다. 메인넷이나 디앱이 쏟아지는 올 하반기에는 나아질까요.

이 : 암호화폐 가격은 많이 떨어졌지만, 대기업 및 정부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요.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지갑을 탑재한 후 다른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진출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46개 국의 공공 부문에서 200개 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연구 또는 개발 중이라는 발표도 있어요. 그래서 삼성전자, 카카오뿐만 아니라 기존의 이용자와 접점이 있는 기업 혹은 정부가 의미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고 이는 블록체인 기술 확산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송 : 블록체인 업계 여성 리더로서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 제가 할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글로벌한 산업이지만 한국과 미국, 중국이 여전히 중요한 거점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적 혁신(Technical Break-through)은 미국에서 발생할 것이고, 비즈니스적 혁신(Business break-through)은 한국과 중국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제 경험을 살려 이 세 거점을 연결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요. 한국에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미국이나 중국에 진출할 때 도와주는 일, 혹은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리고 기존 산업과의 연계에도 관심이 많아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이 하는 일이 ‘그들 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기존 산업과의 협력을 잇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