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1년만에 활성유저 6만명…얼리어답터 모인 디앱, 어디?

올해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표 블록체인’ 클레이튼이 오는 6월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있고, 리플이 게임 디앱 투자에 나섰다. 또 트론 창시자 저스틴 선은 전 세계 1억 사용자를 보유한 분산형 파일 공유 서비스 비트토렌트를 통해 블록체인 상용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디앱 시장에서 이미 6만 명을 모은 서비스가 있다. 이름은 ‘스팀헌트’(Steemhunt). 얼리어답터들이 모여 기술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리뷰하는 커뮤니티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후 현재 월 방문자 40만 명, 활성 사용자 6만6000명을 보유한 디앱이 됐다.

지난 1일 서울 역삼 위워크에서 만난 스팀헌트의 김동혁, 조영휘 공동창립자는 “지난 1년간 서비스 업데이트를 수천 번 했다”며 “1년간 제품을 제대로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제 디앱을 확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타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달리 원래 IT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으로 제품 얼리어답터의 니즈를 발견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조영휘 대표는 화상채팅을 통해 인터뷰에 동참했다. 우측 상단 작은 화면 속 인물은 서울에서 근무하는 김동혁 공동설립자다.

Q.1년 넘게 스팀헌트를 운영했다. 기존 앱과의 차이가 궁금하다.

조영휘(이하 조) : 일단 사용자 스코어를 투명하게 정량화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블록체인의 장점이다. 사용자 스코어는 평판 점수라고 볼 수 있다. 스팀헌트 사용자 레벨은 일(1)에서 십(10)까지다. 사용자의 활동성과 사용자 간 상대평가 등 다양한 수치를 통해 스코어가 정해지고, 일정치를 충족할 때 사용자는 자기 활동에 대한 보상에 접근할 수 있다. 스코어에 따라 보상도 비례하게 생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다 보니 이런 수치 변화를 사용자가 정량적으로,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 활동을 해도 네이버 플랫폼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를 궁금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앱에선 내 활동의 기여도를 알 수 있으니 동기부여가 된다. 디앱 사용자는 토큰에 대해 “내가 이만큼 공헌했을 때 보상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패턴을 보인다. 블록체인 데이터가 기여자 간의 선의의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동혁(이하 김) : 앱 자체는 중앙 서버에서 업데이트한다. 실제 보상 정보, 수정 기록, 콘텐츠, 투표 내역 등 중요한 데이터는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사용자 스코어도 그 평가 로직은 중앙 서버에서 개선하고, 그 기록은 온체인에 두는 방식이다. 토큰 모델이 예상대로 안 될 확률은 거의 100퍼센트다. 그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업데이트를 족히 수천 번 했다.

스팀헌트에는 새로운 제품과 그에 대한 커뮤니티의 대화가 이어진다. (image : steemhunt)

Q.큐레이션 디앱에서는 콘텐츠 관리가 중요하다. 콘텐츠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김 : 콘텐츠 가이드를 디앱 개발사 직원이 직접 하면 검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서비스 초기부터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헤비 유저가 참여했다. 이들이 서비스를 함께 만들었다.

조 : 디앱에 올라온 표절 의심 콘텐츠나 부적절한 제품을 적발하는 역할을 각지에 사는 모더레이터들이 한다. 포스팅 가이드라인도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먼저 제안해 논의, 합의, 등재 과정을 거쳤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콘텐츠 질을 담보하면서 탈중앙화 가치를 지킨다.

김 : 콘텐츠에 대한 권한은 사용자에게 분산한 셈이다. 도리어 사람이 콘텐츠 관리를 맡으니 필터링이 더 잘 됐다. 시스템은 다 틈이 있고, 어뷰저의 진화 속도는 빠르다. 서비스 운영하면서 시스템을 통해 10개 이상의 콘텐츠 기준을 도입해 측정했다가도 기준이 너무 많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 탈중앙화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콘텐츠가 관리되는, 비즈니스가 가능한 환경이 필요했다.

조 : 디앱에서 대표적인 어뷰징이 익명의 부계정을 여럿 만들어 상호보팅하는 폐해다. 스팀헌트도 초반에 보상 풀이 커지자 어뷰저가 쏟아졌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사용자 스코어를 도입했다. 어뷰징을 하려면 손이 많이 드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짰다. 1년간 이렇게 제품을 만든 후 이제 막 디앱을 확장하는 중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수정할지 논의하는 장면. (image : steemhunt)

Q.제품 큐레이션 서비스에 토큰을 붙였다. 40만 명을 대상으로 어떤 비즈니스가 가능한가.

조 : 스팀헌트 유저는 이미 여타 대형 커뮤니티의 헤비 유저이기도 하다. 기업 입장에선 소셜미디어 레딧을 포함해 여러 곳에 얼리어답터들이 신제품을 먼저 써보고 리뷰를 퍼트리길 원한다. 리뷰슈머에 대한 니즈다. 제품 개발사와 리뷰어를 ‘리뷰헌트’라는 서비스로 연결해줄 수 있다.

김 : 더불어 테크 관련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스팀헌트는 킥스타터 등 기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유저층을 공유한다. 이들은 기존 펀딩 플랫폼에서 실제로 받은 제품이 예상과 달라 실망하거나 펀딩이 성사된 후에도 오랜 기간 제품이 나오길 기다리는 등 불편한 경험을 겪었다. 얼리어답터들 사이에는 테크 제품 한정판 또는 선착순에 대한 니즈도 있다.

이런 요소들을 현금보다 헌트 토큰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구상하고 있다. 예컨대 대체불가능형 토큰(NFT) 플리마켓을 떠올릴 수 있다. 본인이 펀딩에 참여해 얻은 제품 관련 권한을 토큰화해서 사고파는 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신제품에 묶여있는 투자금에) 유동성이 부여되고, 제품 개발사 입장에선 제품을 열심히 만들 동인이 생긴다. 헌트 토큰이 테크 제품 리뷰에 대한 보상에서 나아가 사용처를 늘려가는 셈이다.

현재 스팀헌트는 제품 발견과 코멘트 중심이다. “이런 거 아느냐”는 문화다. 이걸 기반으로 리뷰헌트는 헌트 사용자들이 외부 채널에서 생성한 리뷰를 우리 플랫폼에 등록하고 보상하는 방식도 포괄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쪽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스팀헌트는 헌트 플랫폼, 이에 연결된 여러 디앱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image : steemhunt)

Q.처음부터 이런 로드맵을 구상했나.

조 :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고려하진 않았다. 일단 스팀헌트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기 위해 시작했다. 여기서 사람들의 필요를 발견하고, 그 다음 로드맵이 나왔다. 모든 것을 설계하기보단 제품 얼리어답터 층을 통해 여러 디앱을 올리는 게 우리 플랫폼의 핵심이다.

김 : 이는 IT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간 앱 만드느라 정신 없다가 최근 거래소 토큰 상장(IEO) 등을 통해 소액 펀딩 절차를 진행하며 알았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파트너사가 어디냐’고 먼저 물어보더라. 펀딩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우리 입장에선 ‘아직 제품이 없는데 왜 그게 중요하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조 : 원래 기존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seed funding)로 10억 원을 받는다 해도 이를 인력 고용이나 제품 개발에 주로 쓴다. 반면 블록체인 업계에선 제품 외적인 부분에 비용을 많이 치르는 듯하다. 거래소 상장비, 마케팅 비용 등 말이다.

김 : 애초에 헌트 토큰은 에어드롭이 아니라 사용자 활동량에 따라 분배됐다. 초기 참여자부터 매일 토큰을 지급받아 현재 15%가량 분배된 상태다. 스팀헌트에 기여하는 이들에게 토큰을 공급하는 ‘생태계 바운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투자자는 사용자로 원활히 전환되기 어렵다. 도리어 사용자가 서비스에 자기 노력을 들인 초기 투자자로서 제품을 홍보하고 그 안에서 활동한다.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도 주는 ‘간접적 투자자’가 된다.

서비스 개선에 기여하는 디앱 사용자들에 대해 바운티 보상도 제공된다. (image : steemhunt)

Q.제품 리뷰 플랫폼은 이미 존재한다. 스팀헌트가 주력할 차별점이 듣고 싶다.

김 : 프로덕트헌트(Product hunt)라는 곳을 벤치마킹했다. 원래 테크 얼리어답터 커뮤니티로 시작됐지만, 활동 양상이 달라졌다. 여기도 제품 개발사와 투자자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각자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광고판이 됐다. 기존 서비스들은 핵심을 해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주로 스폰서십(광고주)이 있는 사용자에게 맞춰졌다.

스팀헌트는 얼리어답터가 서비스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다르다. 순수하게 얼리어답터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보존하고 그 곁에 비즈니스를 붙이는 방식을 고민했다. 토큰을 확장의 매개체로 활용해 이전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프로덕트헌트에서 사용자는 ‘보는 사람’에 국한되는 편이라면 스팀헌트에서 사용자는 자기 활동량에 따라 서로 다른 보상을 받기 때문에 댓글, 콘텐츠 생산 등 적극적인 기여로 쏠린다.

조 : 페이스북도 초창기부터 ‘페북코인‘이 있었다면 지금의 페북과 다른 모습으로 자리잡았을 것 같다. 스팀헌트는 토큰을 공유할 수 있는 디앱을 붙여가는 식으로 상상을 이어간다. 테크 얼리어답터 커뮤니티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토큰 모델로 잇는 연합 댑 플랫폼이다. 헌트 플랫폼에 붙는 디앱도 필요에 따라 이더리움, 스팀 블록체인 등 여러 메인넷 기술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

image : steemh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