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바라보는 SEC 속내 살펴보니…투자자에 득일까, 독일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공개(ICO) 규제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지난 3일 전용기 대여 서비스 턴키젯(TurnKey Jet)에는 ‘비규제조치(no-action letter)’로 답했고, 같은 날 ICO 가이드라인에 대한 간행물을 발간했다.

이달 초 SEC는 두 가지 행보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명시했다. 지난 3일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SEC 빌 힌만과 발레리 슈체파닉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계약 프레임워크 분석’이란 제목의 간행물을 공개했다. 이들은 간행물을 통해 “훗날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경우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 당시 증권으로 간주했던 토큰도 투기가 아닌 특정 용처에 바로 쓸 수 있고, 화폐로서 가치 저장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재평가한다”고 전했다.

또 터키젯은 증권 관련 규제를 공식 면제받은 첫 사례로 떠올랐다. 터키젯의 토큰은 증권이 아니라 비즈니스 여행객에게 쓰이는 미국 1달러어치 ‘상품권’으로 인정받았다. 정상 참작을 요청하는 터키젯의 서한에 대해 SEC는 ▲토큰을 통해 얻은 자금을 플랫폼 개발에 쓸 수 없다는 점 ▲토큰은 항공기 차트 서비스에만 쓰인다는 점 ▲ 토큰 재구매 시 할인가로 제공해야 하는 점 ▲턴키젯이 토큰을 통해 잠재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점을 들어 비규제조치를 취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가 포인트와 다를 바 없어 잠재력을 잃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SEC 규제에 의하면 디지털 토큰은 싸이월드 ‘도토리’로 전락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SEC가 서비스 고객이자 개인 투자자인 토큰 소유자들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재단 마르코 산토리(Marco Santori) 자문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비규제조치와 ICO 가이드라인 프레임워크가 모두 토큰을 양도하는 가능성을 배제(no-transferability)했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당장 논의 진전이나 규제 명확성을 보여주진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앤장 로펌 임무영 변호사는 지난 5일 열린 디코노미에서 “SEC가 세운 투자계약 관련 논의치곤 광의의 개념이 담겼다”며 “앞으로 암호화폐는 소매점 거래용보다 고도화할 금융시장에서 더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 금융업자에 대한 정의로 토큰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의 기회를 앗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환경’에 대한 토론에 임하는 임 변호사(중간)

앞서 ‘캐나다 국민메신저’ 킥의 데드 리빙스턴 대표는 “구글플레이와 iOS 앱 스토어를 통해 30개 넘는 앱에서 킥의 암호화폐 킨(Kin)을 사고팔 수 있다”며 “이미 수십만 명이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에 킨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킨이 실제 ‘암호화폐’로 쓰이고 있고, 1934년 제정된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통화’는 증권 정의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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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암호화폐가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잖았다. 네트워크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토큰과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토큰이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카이메도우 한인수 파트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플랫폼과 달리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은 주관하는 쪽이 명확하다”며 “디앱 회사에서 발행하는 증권형 토큰이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지는지, 디앱의 성장이 토큰 소유자뿐 아니라 이를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회사에도 이익인지 등등 진정한 의미로 증권형과 유틸리티 토큰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도 블록체인을 통해 크립토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전동스쿠터 공유 서비스) 스핀은 처음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증권형 토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크립토펀드 GBIC 이신혜 대표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 규제와 정책이 생기면 기존 시장의 자금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서비스에 쓰이는 유틸리티 토큰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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