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디코노미 수놓은 ‘말말말’

지난 4~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청중 4000명을 모은 ‘제2회 분산경제포럼(이하 디코노미·Deconomy)’이 막을 내렸다. 이틀간 디코노미의 무대를 가득 채운 거장들의 연설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여운을 남겼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디코노미 패널 토의에서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블록체인 산업 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다. 

업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디코노미의 백미 중 하나였다. ‘디코노미 2년 차’ 부테린은 지난 5일 열린 프라이버시 패널 토의에서 “암호화폐를 ‘사이버 코인’으로 바꿔 부르자”는 필 짐머만 박사의 의견에 “블록체인 산업이라는 말은 한쪽으로 쏠린 느낌이 든다”고 동의했다. 이어 “이 말 대신 탈중앙 경제나 ‘디코노미’라고 칭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해 좌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 전문가가 프라이버시 기술과 추세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자유의 산증인’이자 암호학 전문가인 짐머만은 암호화폐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같은 날 그는 “암호화폐 제작자 중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별로 없는 듯하다”며 “진짜 암호화폐를 만드는 사람은 암호화 방식 자체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로는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없으므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확장성과 변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암호화폐 저격수로 유명한 루비니는 지난 4일 부테린과의 설전에서 “암호화폐가 다음 세대의 스위스 비밀계좌가 돼선 안 되고, 어떤 정부든 무정부 상태를 원하는 게 아닌 이상 이런 익명성을 허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의 초인플레이션은 현실에서 예외적인데 사이버 세상에선 너무 흔한 사례”라며 “ 암호화폐가 실물경제의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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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위원장, 정병국 의원, 송희경 의원, 원희룡 지사가 디코노미 패널 토의에 참석했다.

올해 규제 변화에 대한 예고도 디코노미를 장식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블록체인 규제에 대해 “청와대 경제수석, 국회 규제상임위원회와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산업 가이드라인 제정 문제가 관료의 타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국회의 무지 때문인지 확인하며 병목현상을 반드시 풀어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에게 규제 개선을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익명성을 극대화한 ‘다크코인’ 지캐시 주코 윌콕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분석해 거래내역을 추적하더라도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몰타에 있는 바이낸스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며 “(차라리) 규제 당국은 ‘남이 내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지캐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블록인프레스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제주도의 입장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산업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들이 많아지면 이를 통해 암호화페를 설득하자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다크코인 명가’ 지캐시의 수장 주코 윌콕스가 디코노미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디코노미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코넬대 컴퓨터과학과 에민 건 시러(Ein Gun Sirer) 부교수는 “기존 시스템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식으로는 블록체인이 살아 남을 수 없다”며 “블록체인이 가치 저장, 자금 조달, 디지털 시스템 등 여러 담론을 끌어냈지만 기업의 기술 수용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더리움 전문 개발사 컨센시스의 수장 조셉 루빈은 탈중앙화 지수(DTPS)를 공개했다. 그는 “초당 트랜잭션 수(TPS)와 분산성을 모두 고려한 수치를 측정해 우리가 목적에 얼마나 다가가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블록체인은 ‘분산화’라는 가치를 포함하는 기술”이라며 “물고기가 물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듯 디지털 인프라는 공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 제프리 터커 “무엇보다도 비트코인이 상향식(Bottom-Up)으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 “예전에는 정부,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을 조작하는 상황이 있었다면, 이제는 중앙 통제 방식의 하향식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DTPS 지수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높은 수치를 낳았다.

‘비트코인 교과서’로 불리는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암호화폐를 수용하는 초점은 기존 시스템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그는 “십수 년 전 팩스가 보편화하고 잘 작동하고 있던 시절 인터넷 기반의 이메일 시스템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왜 이메일을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기존 시스템과 약간 달라졌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은 변화가 모여 새로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image : D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