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노미] “블록체인 사업, 어느 나라서 하면 좋을까”…규제 전문가 답은?

“규제 이야기는 재미 없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죠.”

4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 대응하는 전문가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환경’에 대한 패널 토론에 참가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규제 환경으로 ‘안정성’을 강조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 기준이 기존 시스템보다 엄격하다는 첨언도 이어졌다.

이날 규제 전문가들은 ‘어느 국가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했다.

킹앤우드 말레슨 로펌의 우슐라 맥코맥(Urszula McCormack) 파트너는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등 어느 국가에서 블록체인 회사를 설립하면 좋으냐는 물음을 자주 받는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조건은 가장 낮은 수준의 규제환경이 아니라 가장 안정적인 규제환경을 가진 국가”라고 답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회사 체인애널리시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드 율리시스 델로토(Ulisse Dellorto)는 “규제마다 서로 상이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사실 규제 관할당국이 코인거래소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앤장로펌 임무영 변호사도 “어떤 인프라가 더 필요한지, 사업을 시작하려는 국가의 금융체계가 제대로 잡혔는지, 규제 개방성이 높은지 등등 여러 기준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정답은 없다”고 전했다. 패널들의 답변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규제당국의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암호화폐 개발사 써클의 규제 담당 베네딕트 놀렌스(Benedicte Nolens) 수석은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점이 기존 금융시스템과 암호화폐 업계에 다르게 적용되는 점을 짚었다. 그는 “애초에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서도 자금세탁 규모는 8000억 달러에서 많게 3조 달러에 달한다”며 “기존 제도는 익숙하니 더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말하기 쉽지만, 숫자를 살펴보면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 제2회 분산경제포럼에서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히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 변호사는 “블록체인은 자금 흐름이나 거래 추적에 효율적일 수 있다”며 “도리어 현금이 제일 추적하기 어려워서 범죄에 가장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고객 신원 확인(KYC)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범죄 규명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맥코맥 파트너는 “새로운 법규를 만드는 데 전문가로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쟁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며 “안 좋은 제안을 미리 꼬집을 기회조차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로토 리드는 “국가 차원에서 코인거래소가 널리 영향을 미칠 경우 준법 여부에 따라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보여주려 나설 것”이라며 “규제 미준수 시 산업 와해 등의 결과가 어떻게 수반되는지 거래소가 이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놀렌스 수석도 “표준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규제당국에 말해주면 이들도 보수적인 기존 입장에서 점차 진보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오전 발행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간행물이 패널 토의의 화두로 등장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계약 프레임워크 분석’이라는 제목의 간행물은 SEC 직원 빌 힌만(Bill Hinman)과 발레리 슈체파닉(Valerie Szczepanik)이 담당했다. 놀렌스 수석은 “가치 상승이 예상될 경우 투자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내용을 굉장히 상세히 담았다”고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를 전문 금융업자에 대한 정의에 가깝게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소매 개인투자자의 투자 기회를 앗아갈 수 있기에 모두에게 적용될 정의를 찾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