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증권형토큰 거래소 ‘스마트밸러’ 대표 “증권형토큰, 부의 민주화 가능케해”

이미지 출처: 스마트 밸러 제공

올해 암호화폐 시장의 화두는 증권형토큰 공개(STO)다. STO를 통해 토큰이 실제 자산 가치를 대변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암호화폐 공개(ICO)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같은 STO의 잠재력을 진작에 눈여겨본 스위스 여성이 있다. 스마트밸러의 올가 펠드미어 최고경영자(CEO)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2017년 스위스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스마트밸러를 공동 창업했다. 바클리스캐피털(Barclays Capital)과 UBS AG를 거쳐, 창업 직전에는 비트코인 커스터디사인 자포(Xapo)에서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금융 및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녀는 UBS로부터 ‘여성 기업인 톱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블록인프레스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에서 펠드미어 대표와 만나 STO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Q. 스마트밸러는 어떤 회사인가.

스마트밸러는 대체 투자를 할 수 있는 증권형토큰 거래소다. 스마트밸러는 초기 기업 지분, 벤처캐피털 펀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 대체 투자처를 토큰화해 유통시장에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이런 곳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유동성을 마련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토큰 형식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기존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 토큰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스마트밸러는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톰슨로이터의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2017년 설립됐다. 톰슨로이터는 당시 400여 개사 중 5곳을 선정했는데 이 중 한 곳이 스마트밸러였다. 현재 스위스 크립토밸리에서는 두 번째로 큰 회사가 되었다.

올가 펠드미어 스마트 밸러 최고경영자

Q. 스마트밸러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 거래소로 이해하면 쉽다. 증권형토큰이 최초로 공급되는 발행시장과 토큰이 투자자들 간에 거래되는 유통시장을 겸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증권형토큰이 최초 상장된 다음, 사람들은 토큰 형태로 된 회사의 지분을 매매할 수 있다.

우리의 고객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자산 발행자이다. 자금 조달을 원하는 회사나 펀드가 여기에 속하며 이들은 토큰을 발행한다. 다른 하나는 자산 투자자이다. 제조회사, 기술회사,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등의 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들이다. 정리하자면, 스마트밸러는 금융상품을 발행하는 측과 투자하는 측이 만날 수 있는 투자 플랫폼 내지는 마켓 플레이스이다.

Q. 스마트밸러에서 토큰화될 수 있는 대체 투자자산에는 무엇이 있나.

크게 세 가지 자산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는 지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금하고자 하는 초기 기술기업이다. 두 번째는 벤처캐피탈 펀드이고 세 번째는 부동산, 호텔 같은 인프라개발 프로젝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토큰을 구매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오너십을 가질 수 있다.

Q. 자산을 토큰화할 경우 토큰 발행자와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최소 투자비용이 큰 자산에는 투자하기 쉽지 않다. 가령 부동산, 원자재, 선박 등의 대체 투자자산은 보통 대형 기관투자자나 은행 같은 큰손들이 참여하는 영역이어서 개인들의 투자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개인은 대부분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한다. 하지만 자산을 토큰 단위로 발행한다면, 그만큼 최소 투자금액을 낮출 수 있다. 토큰 발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스마트밸러의 거래소 플랫폼을 이용하면 일반 개인들도 토큰 구매를 통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투자 이후 시간이 흘러 토큰을 판매하고 싶어도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믿을 만한 시장이 없어서 못파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밸러는 일일 거래가 없더라도 투자자가 경매를 열어 토큰을 판매할 수 있게 한다.

토큰 발행자의 입장에서는 최소 투자금액을 작게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액 투자자로부터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Q. IPO와 절차가 비슷하다. STO는 무엇이 다른가.

IPO는 성숙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보통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런던 증권거래소 같은 큰 거래소에 지분을 상장한다. 이들은 공공 거래소에 상장되기 위해 높은 자격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거래소별로 다르지만 5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하고, 최소 3년 이상 운영해야 하며 공시를 위해 금융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작은 회사들은 그럴 수가 없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반면, STO는 초기 기업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투자자에게 지분을 토큰의 형태로 공개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TO를 통해 발행된 시큐리티 토큰은 다음 단계가 있다. 초기 토큰 공개 이후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스마트 밸러 공동창업자인 올리버 펠드미어(우)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펠드미어 CEO.

Q. 시큐리티 토큰 거래소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선 ICO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ICO는 회사가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공개적인 행사다. 수만 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하나에 투자하기도 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점도 불거졌다. 건실하지 못하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너도나도 시류에 편승해 ICO에 나서 토큰을 발행한다.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증권에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있다. 투자를 하면 증권 발행자는 지분과 배당금을 줘야 한다. 이것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의 ICO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유틸리티 토큰과 시큐리티 토큰의 등장 덕분에 길이 열리게 됐다.

Q. ‘부의 민주화’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민주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 세계 인구 중 20억 명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투자를 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현존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이지만 실물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다. 그러나 스마트밸러 플랫폼에 비트코인을 보내면 관심 있는 초기 기업, 부동산, 토큰화된 벤처캐피털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웨스턴유니온이나 페이팔 등의 은행 및 송금 시스템 없이도 누구든지 투자에 접근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의 탈중앙화 시스템인 것이다.

인디언 남성이 17살 된 딸의 생일선물로 금을 선물로 준다고 해보자. 금은 탈취될 수도 있고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딸에게 투자 앱을 깔아준 다음 런던에 있는 부동산 지분을 선물해 준다고 생각해보라. 실제로 가본 적 없지만 딸에게 작게나마 지분을 선물해줄 수 있다. 기술 발전 덕분에 이 모든 게 가능하다. 게다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스마트 밸러 팀원들과 함께

Q. 스위스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우호적인가.

스위스는 암호화폐 종주국으로서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실 스위스 정치인, 국회의원들도 초창기에는 암호화폐 사업의 유망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미래 금융시장의 인프라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스위스는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이후 스위스 대통령은 스위스를 ‘크립토 국가’(Crypto nation)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크립토 밸리’라 불리는 주크 시에는 현재 700여 개의 회사가 있다. 스위스의 암호화폐 기업은 규제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스위스는 각각의 케이스마다 복잡한 규칙을 마련하는 대신, 몇 가지 대원칙을 정한 후 그 안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게 했다. 유연한 규제를 적용한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행보다.

Q. 펠드미어 대표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가지길 원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디서 살아야 하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며, 어떻게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그런 자유와 선택권을 가져다 줄 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과거 은행 자산관리부서에서 일하며 부자들이 더 돈을 벌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창출하고 투자를 통해 윤택해질 수 있다면 훨씬 보람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