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자로 지낸 2년5개월…미래는 이미 와 있다

[블록인프레스 김지윤 기자] 이름 뒤에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살아온 2년5개월의 시간, 신기술을 취재하는 기자여서 외로웠다. 새로움에 가슴 뛰고, 이곳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그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게 기자의 숙명이었다. 어떤 신념으로 무엇을 취재하는지 설명할 때 가족과 지인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웠다.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마따나 ‘미래는 이미 와 있지만 널리 퍼져있지 않았다’. 지금 존재하는 미래와 현실 사이에서 매일 휘청거렸다.

블록체인을 출입처로 두게 된 후 고독은 지독해졌다. 2017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매일 최고치를 갈아치울 때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무엇을 쓸지, 쓰지 말아야 할지 엄두도 안 나는 시점이었다. 불에 덴 듯 뜨거운 공기는 돈이 된다면 쓸개라도 건네줄 수 있는 투자자와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라는 냉소로 점철됐다.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소리가 소나기처럼 후두둑 내렸다. 누군가는 옥토에 떨어져 나무 뿌리를 향했고, 대다수는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하수구로 흘렀다.

2018년 9월,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 이직을 앞두고 면전에서 ‘블록체인 미디어는 다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 판에 돈이 흐르니 개나 소나 기자라고 나선다는 뜻이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IT 안에 수많은 화두를 놔두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만 천착한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이 아니라 나름의 속셈이 있는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블록체인을 주 출입처로 둔 기자로서 블록체인에 대해 비판하자 ‘매체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블록체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디어가 그것을 부정하면 존재할 근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였다. 고소하겠다는 으름장, 돈 받고 기사 썼느냐는 힐난은 양반이었다.

“역시 기사는 머리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쓰는 거군요” 블록체인 미디어가 처한 곤경을 가장 잘 표현한 피드백이다.

2019년 1분기 업계는 이제 막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이 태동하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있다. 지난 두 해 동안 세상을 뒤집겠다고, 지금 이 세상은 문제 투성이라고 선언했던 약속 중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다. 현재 진행 중인 언약도 기약을 알 순 없다. 조회 수는 ‘암호화폐 가격’ 기사로 몰렸다. 이마저도 시장 침체기로 인해 잠잠했다. 장이 열려도 발길이 끊긴 모양새다. 블록체인 덕분에 기술을 취재하는 기자와 미디어의 생존 방식을 원점에서 되짚을 수 있었다.

여전히 발걸음에 앞서 걸음 소리가 들린다고 느낀다. 블록체인 취재에 주력하게 된 계기를 떠올린다. ‘이미 와있는 미래’를 더 많은 이에게 제대로 전할 의무가 주어졌다. 기자로서 옳다고 믿는 미래를 발견할 책임도 있다. 블록체인은 가장 먼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선사한 개념이었다. 내 일상에 들어온 IT와 디지털 서비스가 거기에 기여하는 사용자에게 더 투명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피사체가 없다고 해서 사진사가 멈출 수 있을쏘냐. 이대로 카메라를 멈추면 누군가는 갑작스러운 비보로 미래를 받아 들게 된다.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해고 통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용자 피해 등등. 미국 벤처캐피털 안데르센 호로비츠의 파트너 크리스 딕슨은 “오늘날 인터넷 세상은 공공도시보단 디즈니랜드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은 모두의 삶에 더 깊이 박히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IT 업계도 차츰 변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지난해부터 회사 수익을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호스트들’에게 분산하기 위해 고민했다. 실리콘밸리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루나DNA는 사용자가 자기 DNA 정보를 제공하면 스톡옵션을 보상으로 지급하도록 법 해석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 관리 책임에서 한 걸음 물러나기 위한 묘책으로 ‘블록체인’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와이드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는 자신의 다음 과제로 사용자가 자기 데이터를 저장하는 ‘솔리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을 삭제해라!”, “평화는 프라이버시를 사랑한다”. (image : shutterstock)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기술은 IT가 아닌 사회면을 자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당연한 이야기다. 유튜버가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이자 직장인의 부업이 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레 자신을 표현할 권리, 남으로부터 함부로 영역을 침해당하는 고통은 너무 중요한 이슈다. 그 사이 플랫폼은 나를 통해 광고로 돈을 번다. 더 늦기 전에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 오늘 이야기 나눠야 하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그 미래가 반드시 블록체인을 통해 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블록체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해서 그 중심에 블록체인이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를 듣고 싶어한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 거기로 가닿기 위해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와 현존하는 미래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 따름이다. 블록체인은 논조일 수 없다.

어쩌면 블록체인 미디어는 블록체인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끝까지 기록하는 증인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지 모른다. IT 트렌드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던진 ‘자유, 개인, 분산’이라는 메시지는 그 기술이 개발된 시대와 연결된다. 과연 그 당위를 넘어 더 널리 사랑받을지, 이로울지 포착하면 어떨까. 신기술과 세상을 함께 취재하는 게 그래서 외로운 업이라면 기꺼이 그럴 가치가 있다고 본다. 머리나 손가락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몸으로 부딪히고 볼 일이다.

image : Deci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