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화두 ‘실사용 부재’…드롭박스서 해결 실마리 찾다

[딜로이트 스타트업 자문그룹 허상범 컨설턴트] 2019년은 퍼블릭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 많은 사용자를 불러들이기 위해(on-boarding) 보안성과 사용성을 갖춘 월렛이 필요하고, 메인 블록체인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성능을 보완해주는 확장성 기술, 그리고 개발자들의 편안한 개발을 돕는 개발툴 등 신산업으로 제도권에 안착하기까지 필요한 일이 많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실제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특정 서비스에서 응용돼야 할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가운데 이러한 이유를 상대적으로 명확히 하며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미래 드롭박스는 블록체인에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제품 개발사 양대산맥은 ‘스토어제이 랩스(Storj Labs)’와 ‘프로토콜 랩스(Protocol Labs)’다. 스토어제이 랩스는 스토어제이라는 양자 간(P2P)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프로토콜 랩스는 ‘파일코인(Filecoin)’이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 프로토콜 랩스의 경우 탈중앙화된 파일 표준 인프라인 IPFS의 개발사로 더 유명하다. 파일코인 프로젝트는 IPFS의 광범위한 채택을 촉진시키고자 파일코인이라는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IPFS 기반의 파일 활용에 대한 인센티브 레이어를 구축하고자 한다. .

양사의 공통적인 슬로건은 ‘블록체인 기반의 P2P 금융거래 인프라를 통해 기존 제품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유경제형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만들어 제품 사용료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분산형 파일 저장 서비스가 블록체인을 만난 대표적인 두 프로젝트. (image : Capital Altcoin)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스토리지 서비스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드롭박스(Dropbox), 네이버 N드라이브 등 클라우드 스토리지 제품군에 관심이 많았던 탓이 일차적이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했을 때 소비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가치가 비교적 명확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들 외치는 구호인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Why Blockchain)’라는 부분에 대해 다들 한 걸음 내딛는 것 같다면 이들은 이미 답을 알고 일하는 느낌을 준다.

◆ 블록체인, 토큰 통해 테크핀 회사로 거듭난다

스토어제이와 파일코인은 공통적으로 특정 기업의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P2P 네트워크 상 특정 노드의 스토리지에 유저 데이터를 저장하는 탈중앙화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토어제이의 경우 ‘파머’(Farmer)라고 불리는 스토리지 운영 노드의 유휴 용량을 통해 공유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스토어제이 유저는 파머의 스토리지를 빌려 P2P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들이 공급한 용량에 대해 사용료를 지불한다. 파일코인도 이와 흡사한 서비스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스토리지 공간을 대여해주는 ‘마이너’(Storage Miner)가 네트워크 상에 존재한다. 파일코인 서비스 사용자는 특정 마이너에게 일정량의 토큰을 지불한 후 마이너가 제공한 스토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토큰을 통해 발생되는 수익은 스토리제이 랩스나 프로토콜 랩스가 매출로 인식하지 않는데, 이 부분은 기존의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해 보인다.

이러한 서비스를 주목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현금이 아닌 디지털 자산만으로도 SaaS(서비스 소프트웨어, Software as a Service) 제품을 향유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P2P로 각종 데이터를 거래하는 웹하드뿐만 아니라 P2P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의 대표격인 레실리오싱크(Resiliio Sync, 전 토렌트 싱크)도 특정 소비자가 스토리지 노드 운영자에게 디지털 자산을 지불해 서비스를 사용하진 않는다. 여타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현금으로 서비스를 사용하게끔 가격 정책이 설정돼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네트워크 내지 미래 금융 생태계에서 이러한 형태의 디지털 상거래,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적으로 매칭되는 거래가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국내 P2P 대출 관련 핀테크 업체인 핀다도 라이온 프로토콜이라는 P2P 대출 관련 디앱(Dapp)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핀테크사가 탈중앙화된 거래 알고리즘을 만들어주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중간 수익을 배제하는 형태의 거래들이 많아지면 기존 시장에 비해 비용 효율적인 거래들이 많아질 것이다. 다만 이 때 숙제는 오픈소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엘라스틱 서치(Elastic Search)나 레드햇(Red Hat) 등의 전통 사례나 이오스 나이츠(EOS Knights), 크립토키티(Cryptokitty) 등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사례를 참고하며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정교화하는 일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디지털 자산 기반의 금융 생태계와 관련해 더 많은 연구자료를 공유하고 있는 회사는 스토어제이 랩스다. 파머 노드 운영에 대한 예상 수익 스케줄 등 스토리지 공급자의 수익, 유저 입장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 관련 데이터들이 공식 블로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활발하게 연구 및 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 생태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 딜로이트가 꼽은 ‘혁신적 스타트업’…이유는?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이자 회계법인인 딜로이트(Deloitte)는 올해 초 ‘딜로이트 글로벌 블록체인 서베이 2018(Deloitte Global Blockchain Survey 2018)’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서베이가 주로 진행됐지만, 블록체인 산업은 퍼블릭 블록체인 섹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블록체인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스타트업(Emerging Disruptors) 총 3개 사가 선정됐다. 이들 가운데 2개 사가 앞서 소개한 스토어제이 랩스와 프로토콜 랩스다. 일반적으로 대형 컨설팅사나 금융기관, IT사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기가 쉽지 않은데 퍼블릭 블록체인 업계 플레이어들에게는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딜로이트 글로벌이 꼽은 ‘혁신적인 스타트업’ 3곳. (image : Deloitte Global)

그렇다면 딜로이트는 왜 이들을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한 것일까.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자면 딜로이트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와 커머스의 미래가 발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혁신적인 플레이어로 선정했고, 필자도 이러한 주장에 수긍하는 편이다.

이렇게 디지털 자산만으로도 운영될 수 있는 서비스가 점차 많아진다면 현재 블록체인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실제 사례 부족’에 대한 비판도 사그라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미국 스탠퍼드에서 발간된 ‘기계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의 가능성과 한계(Smart Contracts for Machine-to-Machine Communication: Possibilities and Limitations’ 논문에서는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이용한 자동 결제 솔루션을 구현 및 평가한 내용이 담겨있다. 논문 말미에서 이더리움 관련 서비스가 실생활에서 사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주된 이유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성능 및 프라이버시 관련 이슈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기술적 이슈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교환 매개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산을 결제수단으로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화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유망한 산업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앞서 살펴본 두 회사가 만들어가고 있는 생태계처럼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및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된다면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치가 점점 더 실체를 가질 것이다.

블록체인은 태생부터 금융 인프라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발행 및 응용한 금융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심지어 올해 이더리움 디앱 생태계의 화두는 탈중앙화 금융(De-Fi) 산업이다. 여담이지만 올해 이더리움 개발자 컨퍼런스(DEVCON)의 주제는 De-Fi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은 전자증권 발행 인프라로 기능하거나 다양한 수익 인식의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기록하는 인프라로 작용하기도 한다. 향후 어떤 식으로 더 확장돼 쓰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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