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보다 낫겠죠”…20대 크리에이터들, 디앱에 옮겨가는 이유는?

‘크리에이터’는 장래희망이 됐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중고교생 2만7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5위는 유튜버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산업계가 주목하는 마케팅 기법이 됐고, 구인 사이트에는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업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의 미래도 크리에이터에게 달렸다. 정당한 보상 체계, 광고 없는 자체 콘텐츠는 블록체인 업계의 단골 메뉴다. 우후죽순 등장한 제2의 페이스북과 유튜브부터 플레이어에 공을 돌리겠다는 게임 디앱까지 ‘크리에이터 경제’는 디앱이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크리에이터들이 디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앞으로 크리에이터의 주류가 될 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이에 블록인프레스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네이버D2에서 열린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 디앱 어팬(aFan)의 1기 크리에이터 밋업을 찾았다. 그곳에는 콘텐츠에 빠진 20대 초중반 크리에이터들이 있었다. 이들로부터 Z세대 크리에이터가 바라본 디앱, 암호화폐,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다양한 재능을 품은 크리에이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 디앱으로 발길 돌린 크리에이터들…”기존 앱 진입장벽 높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무대에서 콘텐츠를 만든다. 최대한 더 많은 이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위함이다. 이들이 이미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더불어 미개척지에 가까운 디앱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전업이든 부업이든 플랫폼을 선점하고자 이들은 무주공산을 찾고 있었다.

이날 모인 크리에이터들은 각자 주로 활동하는 플랫폼을 갖고 있었다. 명지대 일어일문학과 김나은(23) 씨는 자기소개 자리에서 “인스타그램 친구해요”라며 웃어 보였다. 김은비(21) 씨는 “유튜브 채널을 연 지 한 달이 지났다”며 “패션 콘텐츠로 출발해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 등 서브 콘텐츠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양회화를 전공한 황다예 씨는 “인스타 뷰티 서포터즈, 개인 작업으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무대가 있음에도 이들이 디앱에 도전하는 이유는 ‘진입장벽’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기존 앱의 경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한 오서현(23) 씨는 “이제 막 시작하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유튜브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며 “이미 유명한 곳도 좋지만,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앱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유일한 직장인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에 참여하는 이창한 씨는 “열심히 하더라도 직장인 입장에선 부업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하기는 힘들다”며 “수익화는 어렵고, 진입장벽도 만만치 않아 중도에 그만두게 된다”고 꼬집었다.

‘블로거지’. 파워블로거가 영향력을 명목으로 진상고객이 되는 경우를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다.

◆ 조회 수, 별풍선, 도네이션…’코인 조상님’에 익숙한 Z세대  

“코인 그거, 별풍선이랑 비슷한 거잖아요.”

20대 크리에이터에게 암호화폐는 익숙한 존재로 읽혔다. 유튜브 조회수, 아프리카TV 별풍선, 트위치 도네이션(후원)까지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이미 다양하다. 콘텐츠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이들은 암호화폐가 여러 조상을 거쳐 나타난 형태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시점에 디앱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신선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튜브 채널 ‘어니언즈’에서 메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우지원(23) 씨는 “대놓고 코인을 선물하는 게 신선하고 좋았다”며 “코인은 여러 요소 중 하나”라고 짚었다. 김나은 씨는 토큰에 대해 “아프리카 별풍선을 수익으로 환산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봤다.

이들은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로서 암호화폐 인센티브가 가지는 장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신예은(21) 씨는 “팬으로서 크리에이터에 코인을 투자할 수 있다는 콘셉트가 신선하다”며 “코인이 크리에이터에게 책임감과 열정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난감 일러스트를 그리는 대학 졸업반 서한비 씨는 “기존 플랫폼에선 크리에이터의 팬들이 ‘내 새끼’라는 심정을 갖고 있어도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며 디앱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회사 ‘엉클대도’의 오창훈 운영총괄은 “싸이월드가 흥하던 시절에도 원더걸스 텔미 UCC 찍기 열풍이었다”며 “하지만 VOD가 수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흐름은 아프리카TV, 유튜브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형태에 따라 수익모델이 다르고, 크리에이터의 활동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는 후문이다.

엉클대도는 2015년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설립한 MCN 회사다. 대도서관과 윰댕이 소속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헤엄치는 세대에게 이곳의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image : shutterstock)

◆ ‘어뷰징 주의보’…디앱 프로젝트 골칫거리, 해결방안은

가짜뉴스, 허위 ‘좋아요’, 댓글부대. 어뷰징(abusing)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등 유수 플랫폼과 함께 거론되는 사회 이슈다. 특히 암호화폐가 직접적인 수익원과 연결되는만큼 현장에서도 코인 어뷰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지금 어뷰징을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어뷰징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새 고민에 직면했다.

디앱에 도전하는 크리에이터 중에는 디앱 유경험자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크리에이터는 “지난해 화장품 리뷰 디앱 ‘코스미’의 베타 테스트 때 처음 코인을 접했다”며 “당시 돈을 벌려고 무리를 형성한 아저씨들 때문에 정말 화가 났었다”고 토로했다. 한 사람이 화장품 사진을 올리면 여러 명이 ‘좋아요’를 몰아줘 해당 콘텐츠를 인기 게시물로 만들었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등급이 오르지 않아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며 “이번 디앱 크리에이터 활동 때는 거래소에서 돈으로 바꾸는 게 메인은 아닌 것 같아 조금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어뷰징은 디앱 출시를 앞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왓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콘텐츠 프로토콜’이 CPT라는 자체 토큰을 선보이자 곧바로 가격 상승에 이목이 집중됐다. 코인 투자를 낯설어하는 이용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당시 콘텐츠 프로토콜 원지현 공동대표는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뷰징을 원천적으로 막는 답은 없다”면서도 “어뷰징을 기민하게 모니터링하고 계속 발전해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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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팬 서비스 개발사 커먼컴퓨터의 김정현 최고운영총괄(COO)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스팀잇의 셀프보팅처럼 1대 1 혹은 1대 다수의 순환투자가 현재 디앱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라며 “어뷰징을 통해 무한대로 가치를 불리는 게 불가능하도록 여러 장치를 이미 디자인해 넣었고, 원천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계속 개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