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페이스북 새무기 ‘블록체인’…광장 경찰서 아파트 경비원될까

또다시 위기다. 페이스북 이야기다. 지난 15일 백인 우월주의자가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 테러를 벌여 현재 5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범인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범행을 생중계해 충격을 더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페이스북은 내부인이 당시 사정을 얼마나 미리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며 논란을 재점화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지난해 3월 영국 컨설팅사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CA)’가 페이스북 심리 퀴즈게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앱 이용자, 그리고 이들과 연결된 페이스북 친구의 정보를 수집해 미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캠프에 활용한 스캔들이다. 해당 사건은 CA 직원이 2018년 폭로하며 공론화했다.

페이스북은 이 위기를 ‘데이터 관리 책임 분산’과 ‘광고 이외의 수익모델 창출’로 돌파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있다. 지난 7일 페이스북 대표 마크 저커버그는 개방형 플랫폼에서 메신저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면서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기술을 인증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페이스북 코인’은 왓츠앱에서 송금 용도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페이스북, 데이터로 흥하고 데이터로 망하나

현재 페이스북의 최대 관심사는 프라이버시와 수익을 동시에 잡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공식 입장을 통해 ‘광장에서 안방으로’ 걸음을 옮기겠다고 말한 이유다. 페이스북은 개방형 플랫폼으로 20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어왔다. 이는 가짜 뉴스, 혐오 표현 등의 콘텐츠 관리 이슈와 사용자 데이터 스캔들을 동반했다. 미국 대선 후보인 민주당 상원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의원은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을 비판하는 캠페인 광고를 페이스북이 차단했다”며 “페이스북에 왜 이렇게 권한이 많은지 의문”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대표는 지난 7일 공식 입장을 통해 ‘프라이버시에 중점을 둔 소셜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말했다. 그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점점 긴밀한(intimate) 소통을 원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과 연결되면서도 자기만의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신저가 중요해졌다. 저커버그 대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으로 분산된 메시징 플랫폼을 통합하겠다”며 “암호화 기술, 데이터 정책을 통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Posted by Mark Zuckerberg on Wednesday, March 6, 2019

이에 대해 포브스는 “프라이버시로 향하겠다는 거짓 피봇팅(Fake Pivot)”이라며 “사용자들이 메신저 앱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따라가고 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16년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소비 시간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지만 2019년 들어 지분이 44.6%로 줄어들었다. 반면 2018년 하반기 조사에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사용자의 60%가 왓츠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50% 미만)보다 높은 비중이다.

개인정보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로스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광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는 시도, 그러면서도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해치지 않으려는 실험은 페이스북 주주들이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페북 코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새 돌파구 찾는 페북

페이스북 입장에선 광장이 아니더라도 수익을 내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암호화폐를 개발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사업 중심에는 왓츠앱과 송금이 있다. 페이스북 코인은 페이스북의 노선 변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견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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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코인에 손을 댄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진 풍문이었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통신은 “페이스북이 인도 시장을 대상으로 왓츠앱 송금에 활용할 암호화폐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도 “페이스북이 올 상반기를 목표로 특정 암호화폐 거래소와 코인 상장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암호화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이나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암호화폐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사업에서) 가장 먼저 내놓을 제품은 여러 기존 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먼트는 페이스북의 숙원이었다.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개발됐던 ‘페이스북 크레딧’을 거론했다. 당시 미국 핀테크사 멘로파크는 현재의 암호화폐와 유사한 페이스북 크레딧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1크레딧당 10센트에 살 수 있었다. 법정화폐로 이 크레딧을 구입하면 플랫폼에서 가상화폐를 구매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페이스북 크레딧은 페이스북에 자리잡지 못했다.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가 사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특히 대규모로 발생하는 소액 결제에 해당하는 이슈였다”고 분석했다.

9년이 흐른 지금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거대 소셜미디어 앱과 어우러져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이제 더 큰 사용자 기반으로 콘텐츠를 퍼트릴 수 있게 됐다”며 “페이스북은 소액 결제와 국내 양자 간(P2P) 송금을 위한 목적으로 페이스북 코인을 개발해 이전의 사업 전략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암호화폐는 페이스북으로 집중된 권한을 개인 사용자에게 분산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저커버그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일부 기업에 집중된 인터넷 권력을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이런 분산화를 위해 암호화폐 기술을 페이스북 서비스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블록체인 언급한 이유는…광장 경찰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물론 메신저와 송금용 암호화폐만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전히 사용자 데이터를 손에 쥔 이상 페이스북의 책임 소재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광장을 지키는 경찰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되고자 하는 페이스북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메신저로 노선을 바꾸자 우려가 이어졌다. 왓츠앱의 창립자 브라이언 액톤(Brian Acton)은 지난 13일 스탠퍼드 컴퓨터공학 강의에서 “왓츠앱의 모델은 끝단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면서 1년에 1달러를 서비스 사용료로 받는 것이었다”며 “사용자 규모에 따라 그에 알맞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조 원의 수익을 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방형 플랫폼에서 벗어나도 프라이버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쿼츠는 지난 7일 보도를 통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란 메신저 앱 시그널이나 검색엔진 덕덕고(DuckDuckGo)처럼 아예 사용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받지 않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저커버그의 입장문은 이 개념을 손쉽게 ‘공개적이지 않은 것’으로 치환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삭제해라!”, “평화는 프라이버시를 사랑한다”. (image : shutterstock)

포브스는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을 통해 데이터 시장(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페이스북은 플랫폼 내 개별 앱 개발자들을 통해 개별 사용자의 심박수부터 배란 주기까지 온갖 개인정보에 놀라우리만치 독창적으로 접근했다”며 “왓츠앱으로 인도에서 결제시장을 연다면 서드파티로부터 데이터 공유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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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앞서 저커버그 대표는 “페이스북 로그인에 블록체인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형태의 앱이든 그 밑단에 분산형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 관리 이슈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본적으로 정보를 분산된 시스템에 저장해 중간자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며 “기업들이 고객 정보를 거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 거래 내용을 디지털 장부(블록)에 저장하고 이를 전체 참여자에게 전달해 거래 신뢰도를 높이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가 일부 기업에 집중된 인터넷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정책을 실행하고, 우리의 도구가 남용되는 것을 막는 데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고 덧붙였다.

파운데이션엑스 정성동 전략팀장은 “저커버그가 밝힌 원칙은 블록체인 업계가 최근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면이 많다”며 “블록체인에서도 비공개 상호 작용, 안전한 데이터 저장 등 기술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움직임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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