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현의 499人터뷰] ‘특별한 꿈 꾸는 공간’ 논스의 터줏대감, 문영훈 대표   

서울 9호선 신논현역 4번 출구 인근에는 특별한 꿈을 좇는 공간이 있다. 블록체인 분야 종사자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사는 공간인 ‘논스'(nonce)다. 논스의 유일한 입주 요건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에 특별한 꿈의 공간을 만든 이는 문영훈 대표다. 그는 블록체인이 ‘인류를 위해 무조건 필요한 기술’이라는 믿음 하나로 100명이 함께 살 수 있는 빌딩을 빌려 블록체인 연구자와 개발자, 사업가를 모았다. 이후 해커톤, 밋업 등을 잇따라 열며 논스를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문 대표는 “꿈을 꾸는 사람을 큐레이션하고 있다”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고 하는 마음과 공유정신,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한다.

김가현의 499人터뷰의 첫 번째 주인공은 논스의 터줏대감, 문 대표이다. 이번 인터뷰는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해시드(Hashed)의 최지영(Jade Choi) 커뮤니티 매니저가 진행을 맡았다.

인터뷰 호스트 최지영(Jade Choi)

최지영(이하 최) : 본인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문영훈 대표(이하 문) :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했고, 수학경시대회 나가서 상을 탔죠. 이후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 진학해 수학과 컴퓨터를 복수전공했어요.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던 건 2014년이었어요. 당시 비트코인을 보며 ‘돈이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기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후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하던 중 통역장교로 같이 복무했던 하시은 씨의 제안으로 2017년 2월부터 유튜브에서 블록체인 콘텐츠 ‘블록체이너스(Blockchainers, 현 스튜디오디센트럴)’를 시작했어요. 논스의 전신인 ‘블록체이너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당시 한국에서는 블록체인 정보가 부족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이너스를 봤어요.

유튜브를 시청자들이 블록체이너스가 있던 작은 오피스텔에 놀러오기 시작했고, 점차 사람이 늘어나 서울 강남역 인근에 50평 규모의 주택을 빌려 함께 살았어요. 공간이 좁아지다보니 ‘100명이 살 수 있는 빌딩 하나를 빌리자’라는 생각으로 현재 논스로 이사를 하게 됐죠. 논스의 루프탑에서 보는 서울의 경치는  끝내주게 멋있습니다.

최 : 논스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 주세요.

문 : 논스란 작업증명 알고리즘에서 해시값을 구하기 위해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임의의 숫자예요. 해시값, 즉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논스를 하나씩 대입해봐야 하죠. 답을 찾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최근 우리는 방향성을 ‘오픈소스 블록체인 대학’으로 잡고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이벤트나 스터디그룹, 컨퍼런스, 밋업 등을 지원하고 있어요.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오픈소스랩’이에요.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실력이 뛰어나고 가치 있는 일을 해도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일반 기업에 취직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우리는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이들이 강의를 하면서 후배를 양성하는 구조예요. 블록체인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오픈소스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존재에 집중하고 사람, 지식, 문화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논스에서 진행된 해커톤 – 논스 루프탑 파티

최 : 말씀하신 오픈소스 문화 외에 다른 커뮤니티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 : 탈중앙화를 충실하게 지키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대부분 토큰이 없어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토큰을 억지로 넣은 모델이 대부분이에요. 따라서 오픈소스 개발자를 지원한다는 것은 탈중앙화의 철학에 충실한 가장 블록체인다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려는 취지예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훌륭한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논스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또 탈중앙화의 철학에 충실한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키워주는 역할도 키워갈 생각이에요. 우리를 ‘대학’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정치, 철학, 사회, 경제 등 기초 연구를 집중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고요.

최 : 최근 국가 및 기업 권력과 블록체인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문 : 결국 비트코인이 처음에 등장한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 일어났잖아요. ‘왜 돈을 찍어내서 상위 1%가 소유하고 있는 큰 은행을 구제 금융해주었냐’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죠. 결국 화폐 및 금융주권과 관련된 내용이죠.

코인센터에서 발간한 ‘전자 현금을 위한 케이스'(The Case for Electronic Cash) 리포트가 있는데 여기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현금(Cash)의 본질은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A와 B라는 사람 간에 프라이버시를 보존받으면서 비허가성(permission-less)으로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만약 블록체인이 없다면 현금 없는 사회는 모든 돈의 흐름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가 되겠죠.

최근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의 저서 <감시 자본주의>(In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도 재미 있게 읽고 있어요.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우리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예측하고 이를 상품화해서 파는 것이 감시 자본주의의 핵심이죠. 이러한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주권과 자율성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결국 블록체인의 핵심은 ‘권력의 분배’에 대한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중앙화된 기업과 국가의 권력 앞에서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블록체인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최 : 어떻게 중앙화된 기업과 국가의 권력이 분배될 수 있을까요.

문 :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중앙화된 인터넷기업들이 온라인에서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통제하고 있어요. 이들 기업은 한 순간에 개인을 없는 사람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어요. 인터넷 대기업들이 국가 권력을 초월해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많이 있잖아요. 특히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그러한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죠. 단순히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도 있어요.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수많은 센서로 데이터를 추출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지겠죠. 그래서 자기 주권신원(Self-soverign identity)이 중요해요. 현재의 중앙화된 웹2.0에서 분산화된 웹3.0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이 필요해요.

논스 루프탑

최 : 블록체인이 기업권력을 해체하면 기존 주식회사 모델에서의 투자-수익 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문 : 기존 주식회사 모델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점차 프리랜서처럼 일하게 될 것이고 한 회사에 오래 있는 경우도 줄어들 거예요. 더 수평적인 분산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분산자율조직)가 주식회사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지는 모르겠어요.

이러한 변화가 가장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는 금융과 디지털정보 큐레이션이에요. 기존에는 JP모건 등 큰 은행만 금융상품을 만들어서 팔 수 있었는데 블록체인 기반의 오픈 파이낸스가 확산되면 누구나 금융상품을 만들어서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올 거예요. 디지털정보 큐레이션은 인센티브가 중요해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디지털 네이티브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더 깊이있는 정보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는가’예요. 이러한 부분에서 재미 있게 보고 있는 것은 ‘TCR(Token Curated Registry·토큰기반등록)’이나 ‘예측시장’이에요. 물론 이 경우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가 어렵죠. 그래서 고서를 많이 읽어요. 예를 들어 1991년 노벨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교수는 거래비용과 기업 크기와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어요. 신제도주의 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 분야의 학자들과 이런 책을 많이 읽으면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독자들과 특히 공유하고 싶은 인물은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의 저자인 엘리너 오스트톰(Elinor Ostrom)이에요.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이에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 아닌 공유지의 희극(comedy of commons)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사람이죠. 블록체인이 바꿔나갈 공동사회(radically open and collaborative society)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많이 던져주고 있어요.

최 : JP모건의 JPM코인 발표, 삼성전자 갤럭시S10 블록체인 지갑 탑재 등 기관 및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블록체인 채택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문 : 삼성 갤럭시에 블록체인 기능이 탑재된 것은 매우 좋은 신호라고 생각해요. JPM코인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큰 틀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무력에 의해 강제되는 법 체계를 기반으로 한 국가체제잖아요. 반면 블록체인은 코드와 암호학에 의해 강제되는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네이티브한 사회, 경제 생태계를 탄생시켰죠. 그런 측면에서 두 가지 다른 시스템의 접점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어린이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테고, 온라인 상에서의 활동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겠죠. 결국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세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장기적’이라는 게 몇 년이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과도기가 길 수도 있다고 봐요. 장기간 두 가지 시스템 공존하면 다양한 현상이 나타날텐데 그 접점에 있는 것을 보고 있어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회자되는 증권형토큰(ST)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중단기적으로 효용성을 보이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요.

최 : 논스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문 : 오픈소스 블록체인 개발자와 분산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초연구기관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 국내 및 해외의 블록체인 생태계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싶어요. 논스의 태그라인(tagline)은 ‘미래 혁명가를 위한 베이스캠프'(Basecamp for future rebels)예요. 각 분야에서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매력적인 분’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 우리가 올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사진 : 문영훈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