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은 현실 됐다…블록체인계 쪽집게 모인 ‘디코노미’ 살펴보니

히 영화의 속편을 관람하기 전에 전작을 살펴본다. 전작을 봐야 속편의 이야기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영화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인프레스가 오는 4월 4~5일 양일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제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이하 디코노미)’을 앞두고 제1회 디코노미를 복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개막한 제1회 디코노미는 블록체인 기술부터 거버넌스, 규제, 분산원장 기술의 쓰임새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제2회 디코노미 참석을 예고한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1회 행사에도 참여했다. 당시 오갔던 이야기는 1년 후 그대로, 혹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2회차를 기다리고 있다.

1.1년 전 디코노미, 부테린은 한국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1년 전 부테린의 내한은 화제였다. 2014년 만 19세의 나이에 이더리움 백서를 쓴 그는 ‘천재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는 ‘외계인’이고 불린다. 그는 제1회 디코노미의 둘째 날이던 지난해 4월4일 ‘이더리움, 세계 컴퓨터의 미래(Ethereum, The Future of World Computer)’라는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당시 부테린은 기조연설을 통해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중요한 이슈이다. 그는 확장성이 중요한 이유를 짚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당장 수수료(가스)가 비싼 것이 상관 없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의 쓰임새가 코인 투기와 ‘실크로드’에 그칠 것”이라며 “난민이나 부랑자에게 신원 확인의 기회를 주거나 저마다의 암호화폐를 발행해 새로운 경제적 상호작용을 실현하는 등 더 많은 수요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중앙화 서버를 두는 기존 방식보다 덜 효율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단순히 효율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사용처를 늘리기 위해 네트워크의 폭과 넓이를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테린의 입장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올 1월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네바다주의 이더리움 기반 디지털 혼인증명서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크기는 작더라도 높은 가치를 띈 자료를 굉장히 안전하게 저장하는 것이야말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법적으로 활용한 용례”라며 “네바다주가 이더리움을 통해 행정 실험을 이어가는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트위터를 통해 “블록체인은 (최소한 기존 중앙화 서버보다) 컴퓨팅 비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컴퓨팅 비용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더리움은 그사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4회 이더리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더리움 2.0버전인 ‘세레니티’가 공개됐다. 세레니티는 여러 기술을 접목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탈중앙화 문제를 해결하는 청사진이다. 지난 1일 두 차례 연기 끝에 완료된 이더리움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는 세레니티로 향하는 첫걸음이었다.

  1. 화두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규제’…흐림 뒤 맑음

지난해 디코노미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규제를 화두로 다뤘다. 전 세계가 이 기술의 영향을 받지만,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규제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규제가 더욱 명확해지리라는 예측이 잇따랐다. 규제 당국이 입을 열기 전에 업계가 나서서 공조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암호화폐 규제(Regulating Cryptocurrencies)’라는 패널 토의에서 규제 전문 자문회사 레드플레그 컨설팅의 미국지부 총괄 존 콜린스(John Collins)는 “경쟁이 심한 산업이 대개 그렇지만, 암호화폐 회사끼리의 협업은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대신 자금세탁 방지나 암호화폐 거래 투명성 제고 등 업계에서 공조가 가능한 지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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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익스플로러 블록시어(Blockseer)의 대니 양 대표는 “블록체인이 신기술이라 이와 관련된 자금세탁방지(AML), 시장감시 등의 테크닉도 발전하는 단계”라며 “앞으로 블록체인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양상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강조했던 대목이다. SEC 제이 클레이턴 의장은 지난해 11월 “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반이 되는 상품이 당연히 조작 위험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거래된다고 믿는다”며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에는 여전히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시중에 있는 암호화폐 수탁(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해서도 “더 개선돼야 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업계 또한 규제 문을 두드리기 위해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사전 투자금 26억 원을 이른바 ‘먹튀’했던 퓨어빗 사태 때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라이즈(LYZE), 센티넬프로토콜의 웁살라(Uppsala) 사고대응팀 등은 탈취된 암호화폐의 자금 경로를 파악한 바 있다. 올해 코인원, 빗썸, 코빗, 업비트 등 국내 대표 코인거래소들은 건전한 암호화폐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금세탁방지(AML) 공조에 나섰다.

제1회 디코노미 현장에선 국내 규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의 임무영 변호사는 패널 토의에서 “2018년 하반기에는 암호화폐 공개(ICO)와 관련해 세심한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에서는 코인거래소에서 상장을 진행할 때 해당 종목에 대한 심사 내용을 일본 금융청(FSA)에 공유한다”며 “한국 규제도 비슷하게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한국 정부는 올 1월 ‘ICO 실태조사 및 향후 대응 방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예상과 달리 ICO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이를 제시할 경우 투자 위험이 높은 ICO를 정부가 공인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투기 과열 현상이 재발하고, 투자자 피해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반면 투자와 무관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다양한 육성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7억 원 규모의 민간주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서울시는 올해 1250억 원을 투자해 블록체인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 ‘핫한’ 분산원장기술, 올해도 이어진다

분산원장기술(DLT)도 제1회 디코노미가 주목한 주제 중 하나다.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신원증명 서비스의 가능성부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의 미래, 공개형 블록체인을 포함한 분산원장기술의 쓰임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본 핀테크사 소라미츠(Soramitsu)의 공동대표 마코토 타케미야(Makoto Takemiya)는 ‘DLT 사례’ 패널 토의에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연계된 멀티 트랜잭션에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이 유용하다”며 “기업형 블록체인의 경우 수백만 명이 쓰는 이더리움보다 참여자가 적은 게 특징”이라고 짚었다. 기업형 블록체인 솔루션 또한 수익성을 저울질하기 때문에 공개형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효과와 실제 창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골몰한다는 후문이다.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트러스톨로지(Trustology)의 알렉스 배틀린(Alex Batlin) 대표도 “스마트컨트랙트는 기존 중앙화 서버에도 구축할 수 있다”며 “예컨대 러시아가 영국 주재 은행을 통해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큰 중개 비용을 들이는 것처럼 특정 시나리오에서 블록체인이 대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사 ING그룹의 국제무역 및 상품거래 총괄 앤서니 반 블리엣(Anthony van Vliet)는 지난 1월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금융 인프라에서 회사끼리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선 수차례 상황을 맞춰봐야 한다”며 “분산원장에선 상호합의한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면 보험, 품질 보증(inspection) 서비스 등 여타 산업과 더 쉽게 연동(hooking)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ING그룹은 글로벌 석유회사 BP, 무역회사 군보(Gunvor) 등과 지난해 11월 출시된 에너지상품 거래용 블록체인 플랫폼 바크(Vakt)에 참여하고 있다.   

타케미야 대표는 “분산원장기술의 가까운 미래가 국제송금”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자체 코인 발행 소식이 이 예측에 무게를 더한다. JP모건은 ‘JPM 코인’을 통해 도매 사업자 간 결제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JPM 코인이 리플의 경쟁상대로 성장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반면 JPM 코인의 사용성이 한정적이라는 비판도 공존해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제송금은 이번 디코노미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신원증명도 주목해야 할 사례로 거론됐다. 이러한 예측은 올해 출범하는 여러 모바일 신원증명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했다. 지난달 SK텔레콤은 독일 도이치텔레콤 산하 연구소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신분증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는 블록체인 기반의 신분증명과 인증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블록체인 스타트업 TBCA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또한 페이스북 로그인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격 증명을 통해 인터넷 사용자들이 다양한 서비스에 로그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업형 블록체인 솔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분산원장기술이 쓰이기 시작했다. 올해 디코노미는 제1회에서 펼쳐진 논의의 연장선에서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개발사 클리어매틱스(clearmatics), 이더리움 기반 기술사 컨센시스(Consensys) 등 새로운 비즈니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사의 참여를 이끌었다.

제2회 디코노미는 ‘블록체인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았다. 부테린, <마스터링 비트코인(Mastering Bitcoin>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와 같은 블록체인 주요 인사뿐 아니라 뉴욕대 경영대학원 누리엘 루비니 교수, 국제통화기금(IMF) 싱가포르 책임인 조첸 슈밋만,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연구원 프란시스코 리바데네이라, 코넬대 교수 에민 권 시러 등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 및 학자들도 이 자리에 참석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심도 있는 기술, 산업 전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디코노미 티켓은 메인홀 행사와 기업 부스를 관람하는 ‘일반 티켓’(11만 원)과 기업 부스만 볼 수 있는 ‘부스 티켓'(1만1000원), 메인홀과 기업 부스를 관람하고 VIP 네트워킹 만찬과 공식 애프터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VIP 티켓'(112만 원)으로 구성된다. 티켓은 온오프믹스에서 ‘신청하기’ 버튼을 눌러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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