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암호화폐 부활 원년될까’…코인시장 넘어온 ‘정통 금융맨’ 황현철 대표 답은

2019년은 암호화폐 부활의 원년이 될까. 최근 1년 가까이 활력을 잃은 암호화폐 시장이 올해 크게 반등할 것이란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잇따라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기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로 활동하다가 암호화폐 커스터디 제공업체 아톰릭스의 대표로 변신한 황현철 박사와 지난 13일 논현동 패스트파이브에서 만나 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Q. 암호화폐 시장에 기관투자자가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현실성 있는 예측일까요.

기관투자자를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라고 가정합시다. 기관투자자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용할 수 있는 시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 한 그 시장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기관투자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실제 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현재 금융시장 수준 정도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합니다.

펀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펀드는 고객의 돈을 모아서 투자해주는 금융상품으로 자산운용사가 만들어 운용합니다. 하지만 펀드에 투자된 돈은 운용사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운용사는 자산의 운용지시만 할 뿐 그 자산은 제3의 수탁기관, 즉 커스터디 기관이 보관하며 관리합니다. 즉, 현행법에 의하면 운용사는 펀드를 발행 및 운용하고, 은행과 증권사는 펀드를 판매하고, 수탁사는 펀드 자금을 맡아서 보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렇게 기능을 나눈 것은 투자자 보호 및 이해상충 방지 등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프라이빗키를 잃어버리면 그 자산은 다시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안전한 보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얼마 전 콜드월렛 비밀번호를 유일하게 아는 캐나다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사망하면서 자금이 모두 묶여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은행이 고객 돈을 분실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암호자산은 프라이빗키를 잃어버리면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커스터디 서비스는 기관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인프라입니다.

이러한 인프라 외에도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시장의 유동성과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현재 모든 암호화폐 시가총액을 다 더해도 삼성전자 시가총액보다 작습니다. 이렇게 작은 시장에 수백 조 원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들어오는 것은 특별한 고려나 목적이 없는 한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이나 투자자산의 다각화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시장의 유동성과 규모가 매우 중요합니다.

Q.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일찍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에 최소한의 교환가치와 내재가치가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이를 거래하는 시장이 먼저 형성된 것이죠. 그래서 본질가치와 유리된 투기 수요가 몰려 암호화폐 가격에 버블이 만들어지고 시장이 투기시장으로 변질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암호화폐 공개(ICO)라는 수단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생긴 점은 긍정적입니다.그러나 이제는 유입된 자본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유용성과 가치를 만들어내야 할 때입니다. 블록체인은 현재 상당한 수준에서 기술적 시도와 진전이 있습니다. 이를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기대해도 좋은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Q.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암호화폐 금융상품은 시장성이 있을까요.

기관투자자들이 초기에 직접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암호화폐 직접 보유하면서 따르는 불편함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ETF나 파생상품이 있다면 이를 활용할 것입니다. 암호화폐 자체는 투자를 못하더라도 암호화폐 ETF가 나오면 이는 금융상품으로서 개인부터 기관투자자까지 모두가 투자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경제 생태계가 성장한다면 이에 따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은 당연히 시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금융상품의 등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Q. 암호화폐 장외시장(OTC) 거래 증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OTC 거래가 일반 거래소보다 규모가 크고 거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암호화폐의 소유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 ‘큰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큰손은 정보에 우위가 있거나 투기적인 거래를 하기 때문에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목적과 주체들이 적은 거래량부터 큰 거래량까지 모두 거래하는 시장이 좋은 시장입니다.

Q. 2019년 암호화폐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우선 암호화폐에 본질적인 가치가 만들어져 사용이 늘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블록체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술적 발전이란 블록체인이 그 장점을 살려 현행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거래 처리량이 적고 속도가 낮습니다. 보관의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중앙화된 인프라를 대체할 만큼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도 없습니다. 암호화폐는 결국 기술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고 용처가 만들어져야 본질적인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규제 측면에서도 이런 기술적 발전과 시도를 장려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규제 샌드박스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규제 샌드박스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게 또 다른 규제가 되지 않으려면 더 전향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승인해 주기 싫은데 하는 수 없이 제한적으로 샌드박스를 만드는 정도라면 면피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부가 제도를 적용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사업에 있어서 가장 힘든 건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입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제도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야 말로 산업 발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2019년은 변화의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황현철 대표는

  • 뉴욕주립대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20년간 한국과 미국의 실물금융시장에서 금융공학 및 금융 IT 전문가로서 활동
  • 경원대학교 교수, 미 시티그룹,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즈 및  금융 IT벤처 대표, 뉴트리노인베스트먼트 등 헤지펀드 대표 등을 역임
  • 현재 재미금융기술협회 회장, 핀테크 회사인 (주)큐빅힐 대표, 블록체인 컴퍼니빌더인 아톰릭스 컨설팅의 파운딩 파트너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