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암호화폐 투자를 돌아보며 中-가치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의 저자이자 미국 부동산 재벌인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는 그의 최신작 <속임수(Fake)>에서 세상에 세 가지 종류의 돈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세 가지 종류의 돈은 ‘신의 돈(God’s money)’과 ‘정부의 돈(Government’s money)’, 그리고 ‘사람들의 돈(People’s money)’이다. 신의 돈은 금과 은(Gold and Silver)이며, 정부의 돈은 달러와 유로(Dollar and Euro)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Bitcoin and Ethereum)을 말한다.

이 분류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이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부동산 재벌이 자신의 저서에서 암호화폐를 언급하는 것은 이제 특이한 일이 아니다.  

◆ 네트워크의 가치(Network value)

불과 2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는 소수의 마니아들이 누리는 마이너 문화이자 전유물로 여겨졌다.

2년 전에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대다수가 “그게 뭔가요”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질문에 대해 “사기다”, “좋은 투자수단이다”, “투기다” 등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트코인’이라는 단어가 자리잡은 것이다.

‘존버’, ‘가즈아’ 등 전국을 강타한 신조어와 단톡방을 통한 정보 공유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암호화폐는 익숙한 것이 됐다. 또한 참여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발생하는 네트워크 이펙트(Network effect)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암호화폐가 전파됐다.

2018년 한해 동안 암호화폐는 충분한 숫자의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독립된 영역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암호화폐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들어보고, 접한 사람들의 증가는 암호화폐의 근본 가치 중 하나인 ‘네트워크의 가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경우 지구상에서 전기와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없앨 수 없고, 개인 간의 전송도 막을 수 없다. 또한 총 발행량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으며, 이를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의 가치는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에서 나온다. 이러한 특성의 비트코인을 이해하고,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가치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좋아요’, ‘하트’, ‘리트윗’은 네트워크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image : shutterstock)

◆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오픈 장부(Open ledger)와 전송(Send), 채굴(Mining)이 전부이다.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진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시스템의 복잡성과 구조적 우월성이 아닌 ‘탈중앙화된 것’에서 나온다. 탈중앙화됐다는 의미는 누군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존 화폐 시스템의 경우 중앙은행이 빚을 내서 화폐를 발행하고, 그렇게 발행된 화폐가 은행에 들어가 지급준비율을 제외하고 또다시 빚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즉, 빚을 기반으로 빚을 만드는 시스템이 은행(Banking)이다.

기존 뱅킹 시스템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특정 주체가 빚을 내 화폐를 끝없이 발행하고, 그 빚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는 ‘끝없이 빚을 내는 것’과 ‘인플레이션의 억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와 은행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단체와 기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은행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발권력은 세계 경제를 움직인다. (image : shutterstock)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가진 비트코인은 특정 집단의 신뢰와 보장이 없어도 조작 불가능하고, 전송이 가능한 오픈 장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어떤 개인과 기관, 심지어 국가도 비트코인의 발행 총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으며, 특정 비트코인 계좌에 들어있는 비트코인을 임의로 회수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이것이 탈중앙화된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이다.

이미 합의된 코드로 만들어진 룰을 임의로 훼손하거나 어길 수 없는 비트코인의 탈중앙화된 가치는 기존 화폐 시스템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 될수록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의 탄생 이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 유동성(Liquidity)

유동성은 현금화가 얼마나 쉬운지를 의미하는 지표이다. 부동산의 경우 현금화를 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이다. 주식의 경우 청산 후 개인의 통장에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3일을 기다려야 한다.

암호화폐는 판매하는 즉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또한 주식과 부동산은 미들맨인 은행의 중계가 없으면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암호화폐는 인터넷만 되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은행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도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높은 유동성과 거래를 막을 수 없다는 특징은 암호화폐 투자와 트레이딩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미국 나스닥 선물(Nasdaq future)의 경우 거의 24시간 거래할 수 있지만, 거래소가 휴장하는 법정 공휴일은 거래가 멈춘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 기반의 암호화폐는 365일 24시간 거래가 멈추지 않고 이뤄진다.

이러한 높은 유동성과 거기에 동반되는 높은 변동성은 암호화폐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가치이다. 하지만 유동성과 변동성은 시장 상황과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우 가변적이다.  

1년 전,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24시간 트레이딩이 이뤄지는 시장을 쫓았다. (image : shutterstock)

◆ 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

특정 주체가 임의로 조작 및 조절할 수 없는 비트코인의 특징 중 하나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기존 화폐 시스템이 화폐를 끝없이 발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

주식의 경우 매출이라는 지표가 존재하고, 금은 산업에서 실제로 금이 사용되기 때문에 실수요가 존재한다. 또 달러는 마스터 에너지인 석유를 거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화폐이다. 이렇게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거나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경우’ 해당 상품에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정의해보자.

이 정의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암호화폐의 경우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반드시 필요한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암호화폐에 본질적인 가치가 없음을 의미한다. 즉, 탈중앙화된 비트코인으로 반드시 석유를 사도록 강제할 강력한 주체가 없는 이상 본질적인 가치를 갖지 못한다.

전 세계에 전쟁이 없고,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유지하고, 동일한 문화와 법을 가지고, 빚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화폐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비트코인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차이와 경계가 있다. 또 기득권이 존재하며, 끝없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 균열과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트코인이 태어나고 성장했다.

(image : 영화 ‘빅쇼트’)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인 뱅킹 시스템은 끝없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화폐가 발행되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가격이 상승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반감기라는 개념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4년마다 반감기가 도래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명백한 점은 비트코인은 임의로 설계된 시스템이 아니다.

이러한 특징이 있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본질적인 가치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끝없이 화폐를 발행하는 시스템 하에서 끝없이 우상향하도록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기존 뱅킹 시스템에서 돈이 발행될수록 강력해진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금융 엘리트가 역설하듯 비트코인에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비트코인 가격은 기존 뱅킹 시스템이 더 많은 돈을 찍어낼수록 상승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속에 가장 많은 가격 상승을 이뤄낸 시스템이 무엇일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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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을 준비할 시간

지금까지 ‘가격’과 ‘가치’ 측면에서 2018년 한 해를 돌아보았다. 이제 가격과 가치 측면에서 2019년 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준비가 됐다.

변화의 시기에는 큰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은행 시스템에 도전하는 기술이 탄생한 격변의 시기를 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image : Robert Kiyosaki <F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