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9년, 암호화폐 거래소에 ‘중요한 해’인 이유는

[액트투테크놀로지스 오재민 대표] 2018년은 암호화폐 시장 역사상 가장 다이내믹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물론 예전에도 이 정도의 폭락은 있었지만, 그때는 소수 얼리어댑터들의 시장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파장이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급락한 시세로 인해 큰 손실을 보고 소위 ‘존버'(강하게 버틴다는 의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의 반등을 애타게 기다린다. 많은 투자자들이 반등 시기를 궁금해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반등이 오기 위한 조건을 생각해 봐야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2017~2018년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재가 몰렸다. 이는 블록체인이 미래에 가져올 기대감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업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고, 프로젝트에 대한 실망감은 해당 암호화폐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기대감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블록체인이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는 실제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당장 대단히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희망과 기대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혁신의 씨앗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이 반등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희망의 불씨는 ICO를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이들이 ICO로 모집한 자금은 좋은 사무실의 렌트나 무분별한 호텔 컨퍼런스 지출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번번한 프로덕트도 없는 프로젝트가 5성급 호텔에서 컨퍼런스나 밋업을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며 비현실적인 로드맵을 내놓는다. 화려해야 할 것은 컨퍼런스가 아닌 깃허브인데, 깃허브를 보면 개발의 진척이 불분명하고 내용도 빈약하다. 프로덕트 개발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목적조차 불분명하고, 현실성이 의심되는 파트너십을 남발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에 대해서 강조한다.

이렇다 보니 블록체인 산업의 양축인 프로젝트와 커뮤니티(사용자와 투자자) 간의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프로젝트와 커뮤니티가 만나는 접점이자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이 모이는 곳이고, 블록체인 산업을 움직이는 자본과 정보가 만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기업과 고객을, 그리고 고객 간의 금융 니즈를 연결한다. 일례로 증권사는 전국의 여러 지점을 통해 다양한 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그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장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주간사가 되어 로드 쇼와 상장 프로세스를 지원하여 성공적인 상장을 돕는다. 상장 이후에는 해당 기업과의 꾸준한 관계를 통해 증자, 채권 발행, 환전, 기업 유휴자금 운용 등을 지원하여 장기적인 파트너로 공생한다. 또한 여러 상장 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고, 해당 기업의 주가에 대한 독립적인 견해와 함께 매수나 매도 추천을 하여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초적인 상장 심사(사실 대부분 프로젝트는 아직 심사할 내용도 많지 않다)와 상장일 하루, 이틀 전에 상장 및 이벤트를 알리는 간단한 문자와 공지사항을 올리고는 끝이다. 상장 이후 해당 프로젝트의 프로덕트 개발 상황에 대한 주요 안내나 밋업 등을 제공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이러하니 프로젝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과 단톡방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많은 프로젝트가 커뮤니티 관리를 위해 커뮤니티 매니저를 고용하고 여러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지만, 대부분 신생 기업이다 보니 그 퀄리티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커뮤니티를 커버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결국 투자자는 방치되고 있고, 프로젝트에 무거운 책임을 진중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전문가는 부족하다.

이 엄청난 간격과 여기서 발생하는 무책임의 위험함은 산업 전체에 너무도 큰 비용으로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의 가장 큰 참여자 중 하나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상장을 위한 심사뿐 아니라 상장을 유지하는 심사 또한 필요하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 공개(ICO)와 상장을 위해 한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투명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프로젝트에 공개적인 경고를 해야 하고, 최후에는 상장폐지도 검토가 돼야 한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의 투자자에게는 고통스러운 상황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통제와 견제가 있어야만 프로젝트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미래의 금융회사라고 비전을 밝힌다. 앞서 언급한 금융회사로서의 기본 기능이자 책임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첫 걸음이여, 블록체인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다. 기본을 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산업에서 역할을 다할 때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기관의 기반인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 금융을 위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증권사와 비교할 때 일부 서비스에서 훨씬 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금융 거래의 가장 기본인 자산 예치와 자산 매매에 있어서 증권사는 예탁원과 한국거래소(KRX)에 의지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 기능 모두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장 크게 요구되는 기능은 매매였다. 매 순간 급박하게 변동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빠르고 안정적인 매매는 투자손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평소의 10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면서 서버가 불안정해지면 바로 거래소의 신뢰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앞으로는 매매뿐 아니라 자산 보관의 기능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의 단순 매매에서 벗어나 여러 블록체인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아직은 다소 부족한 탈중앙화 시스템을 지원하는 암호화폐 금융의 인프라 역할을 해야 한다. 최초 신분증명(KYC), 자금세탁방지(AML)를 거친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예치된 자산 중 지분증명(PoS) 채굴에 해당되는 것들은 위임을 통해 스테이크에 참여해 수익을 공유한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며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에 연결된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고, 암호화폐를 매개로 더 싸고 빠른 해외 소액 송금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맡길 수 있는 고객의 높은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고객이 더 많은 자산을 더 긴 기간 안정적으로 보관할수록 암호화폐 거래소는 더 원활한 자산 예치와 입출금 및 결제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만 있다면 어디서든 쉽고 간편하게 자산 관리, 결제, 송금, 환전이 가능한 완벽한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금융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다. 금융기관처럼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고객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주어진 시간 내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암호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2019년은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무거운 책임을 다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만 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