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시간 끝없는 나와의 싸움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블록체인 해커톤 참가기’

기술업계에는 ‘해커톤’이란 것이 있다.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참가자들이 팀을 구성해 한정된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프로젝트를 만드는 행사다. 이틀 또는 사흘간 진행되는 해커톤에 참가해 쪽잠을 자며 연구하는 이들을 취재하며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해커톤이 내 이야기가 될 줄 몰랐던 때의 일이다.

‘도망가고 싶다.’

해커톤에 직접 참가해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해커톤에 비개발자로 참가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용기를 내 참가신청을 했다. 지난 11월30일 금요일부터 12월2일 일요일까지 서울 강남의 논스에서 메타디움(Metadium)의 후원으로 진행된 ‘테크스타 스타트업 위켄드(Techstars Startup Weekend)’였다. 황금 같은 주말 54시간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참가한 해커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압축판이었다.

테크스타 스타트업 위켄드 현장

첫 날 : 새벽 2시까지 이어진 프로젝트 기획

해커톤의 첫 순서는 주제 선정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투표를 통해 발표된 15개의 아이디어 중 10개를 뽑았다. 이후 참가자들은 마음에 드는 주제를 택해 팀을 구성했다. 같은 주제를 놓고 사흘을 함께 고민할 동료를 찾는 과정이다. 외국인, 중고등학생 등 다양한 참가자가 있었다.  

기자는 서베이 솔루션 주제를 택해 개발자 한 명과 디자이너 두 명, 기획자 두 명으로 구성된 팀에 합류했다. 기자의 역할은 기획 및 프로덕트 판매 포인트를 설계하는 일이었다.

아이디어 피칭 후 아이디어 투표

팀원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았다. 우리는 평소 설문조사 전화가 걸려오거나, 길에서 조사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거부감을 느끼는 문제에서부터 답을 찾기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표본이 많을수록 좋지만 설문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날 새벽 2시까지의 이어진 논의 끝에 블록체인 서베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블록베이(BlockVey)’라고 짓고 조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서로 다른 의견이 잇따라 나오면서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해커톤 체험기라는 목적이 없었다면 포기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모습도 기자의 발목을 붙잡았다. 용인신릉중학교에 재학 중인 고태건 군은 “모두가 주제에 맞춰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개발하는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다. 한 가지 주제를 많은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내 시각을 넓힐 수 있다”며 기자를 위로했다. 고 군과 같은 팀의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유승준 군은 “어른들의 생각과 노하우, 외국인들의 아이디어와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라며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테크스타 스타트업 위켄드 참가자 자기 소개 벽
해커톤에서 밤을 지새는 참가자들

둘째 날 : 구원의 손길에 모양 갖춰가는 프로젝트

둘째 날은 아침부터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설문조사를 대부분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데, 보상 만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토큰으로 보상을 준다면 자체 토큰을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ERC토큰을 이용할 것인가’, ‘디자인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설문 타깃은 누구로 정해야 할까’ 등등.

고민이 깊어질 즈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타트업위켄드의 코치 및 멘토가 20분씩 돌아가며 각 팀을 멘토링해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팀은 가입을 위한 신원인증 부분에서 신원인증 블록체인 플랫폼인 ‘메타디움’의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용자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메타디움의 고문을 맡고 있는 조이슬 멘토와 게임 디앱 ‘좀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룸네트워크의 김시준 멘토, 그리고 디자인 경험이 있는 대퍼네트워크(DApperNetwork) 에릭 정 멘토를 신청했다.  

멘토단의 멘토링을 듣는 블록베이 조
멘토단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블록베이 조
카이버네트워크 로이 루 대표의 멘토링

실제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인 멘토들은 타깃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과 이 프로젝트가 꼭 블록체인 기술을 필요로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던져줬다. 또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과 셀링 포인트 등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

멘토와 코치단은 우리팀에 한줄기 빛과 같았다. 멘토링 이후 팀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틀이 잡히자 팀의 개발자는 데모를 위한 코딩 작업에 들어갔고, 디자이너들은 프로덕트 디자인에 돌입했다. 프로젝트가 점점 완성된 모습을 띄기 시작하자 팀에 활기가 생겼다. 시작점을 찾기 못 해 침묵했던 이전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랐다.

셋째 날 : 프로덕트 발표날, 최종 우승팀은 과연

드디어 대망의 프로덕트 발표날이 왔다. 우리 팀은 데모 발표 준비에 오전부터 분주했다. 팀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만든 프로덕트 마케팅 모델부터 디자이너의 프로덕트 디자인, 개발자가 밤새 코딩한 데모까지 그간의 결과물이 한자리에 모이자 감격이 밀려왔다. 54시간 전 아이디어만 갖고 시작했던 일이 실질적인 결과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발표하는 블록베이 팀원
신중히 심사하는 심사위원들

최종 우승 팀은 뮤지션과 비트메이커를 연결해주는 블록체인 솔루션 ‘BEAT’팀이었다. 이어  링크드인과 같이 인력 정보를 블록체인 위에 올려 신뢰를 더하는 ‘커리어 체인’팀과 신조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인싸노트’팀이 각각 2등과 3등을 차지했다.

우승팀 ‘BEAT’

아쉽게도 우리 팀은 수상에 실패했지만, ‘무사히 끝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알기에 다른 팀의 수상에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과정에서의 논의. 그리고 이곳에서 처음 만난 팀원들과 밤낮으로 토론하며 전우애를 쌓은 지난 54시간은 끝없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참가자가 기자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프로덕트 데모를 만들어낸 참가자들의 열정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블록체인 업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