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블록체인 설파한 버클리 교수…2019년 전망 들어보니

올해 암호화폐 공개(ICO), 증권형 토큰 발행(STO) 등 다양한 단어가 블록체인 업계를 수놓았다.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선 이 업계가 ‘신조어의 무덤’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여러 해를 지낸 이들에게 ‘블록체인’은 흩어진 이 단어들이 한데 엮이는, 진득한 흐름에 가깝다.

지난 4일 서울 강남 디캠프에서 만난 맥스 팡(Max Fang)도 이러한 흐름 속을 헤쳐 온 인물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가르치는 ‘버클리 블록체인 아카데미’의 창립 멤버이자 버클리대 법학부 겸임교수로 일하는 그에게 3년 가까이 블록체인을 설파한(?) 경험과 2019년 산업 전망을 들어봤다.  

-어쩌다 블록체인 업계에 입문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 분야에는 2014년도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당시 그래픽스 처리장치(GPU) 기반의 채굴 스타트업을 세웠어요. 비트코인, 도지코인, 지금은 ‘대시’로 알려진 다크코인 등 여러 가지 코인을 채굴했습니다.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가르치게 된 시점은 2016년 봄이었어요. 어떻게 더 많은 이들에게 흥미를 돋워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확장할까 고민하다가 이 기술을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버클리에는 학생이 직접 강좌를 구성해서 여는 프로그램이 있었고요. 그래서 버클리 최초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강좌를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더라고요. 교육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지난 4일 디캠프에서 ‘버클리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진행 중인 맥스 팡. (image : Startup Alliance Korea)

-3년 가까이 이 업계의 교육자로 몸담았는데, 화두가 어떻게 변해왔나요.

이 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양한 화두가 떠올랐어요. 예전에는 대부분 주제가 비트코인이었어요. ‘비트코인이 미래’라는 식이었죠. 그 다음에는 암호화폐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지캐시, 모네로 등이 잠재력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젠 완전히 일반화한 스마트컨트랙트 플랫폼에 대한 논의도 오가고요.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도 비슷한 성장을 겪었습니다. 맨 처음 강좌를 열었을 때는 기술에 초점을 뒀습니다.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주로 다뤘어요. 그러다가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를 발견했고, 실무를 교육 과정에 녹여 인스퍼(inspur), 퀄컴과 같은 회사를 교육했습니다.

2017년 11월에는 버클리 비즈니스 및 법률 센터의 아담 스털링 전무와 “블록체인 관련 경영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대화를 나눴어요. 이번 달에 한국에 방문한 것도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함께 주최한 ‘버클리 블록체인 아카데미 코리아‘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함이죠. 매 발표마다 방대한 주제를 쏟아내야 하니 3~4일간 진행된 교육 과정에서 매우 긴장했습니다.

-반대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도 있나요.

블록체인에 관한 학제 간 접근은 늘 일관되게 강조해 왔습니다. 블록체인은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컴퓨터 과학, 기술 지식만 필요한 게 아니라 비즈니스 경험, 규제 요건, 프로토콜의 경제적 모델, 민주적인 거버넌스, 정부의 기술 수용도 등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배우는 입장에선 잘 모르는 영역으로까지 경험을 뻗어야 합니다.

또한 기술을 이해해서 이 산업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점은 변함 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이 기존의 중앙화한 데이터베이스보다 어떤 점에서 더 잘할 수 있는가’는 지금까지 이어진 제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블록체인이 어디에 적용될 수 있는지 실사례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암호화폐 분야 자체에서 더 많이 쓰일 것으로 봅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것을 지탱하는 네트워크의 효과가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쓰일 겁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도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확장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 비트코인 확장성 솔루션.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모든 트랜잭션을 기록하지 않고 빠르게 전송 및 결제를 처리하는 기술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암호화폐, 블록체인은 금융이나 자산 기반 토큰에도 쓰일 거라 봅니다. 기존 자산에 대한 탈중앙화한 소유와 거래가 가능해지는 거죠. 이로 인해 시장 유동성, 자산 운용 및 관리 투명화, 토큰을 가진 이해관계자의 신원 확보가 동반됩니다.

비금융 분야에서의 사례는 그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라우드펀딩, 인센티브 디자인, 데이터 공유 등 고도화한 경제 모델을 품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겠네요. 이 주제로는 밤새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맥스 팡은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강조했다. (image : Startup Alliance Korea)

-’초등학생도 블록체인을 알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왕왕 받습니다.

저는 그 의견에 반대해요. 전반적인 블록체인 산업은 똘똘한 고등학교 졸업생에게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배우려는 사람을 막고 싶진 않지만 이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컴퓨터과학, 경제학, 정치과학, 제품 생산 등에 대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지식이 영글고 나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초등학생에게 “이건 비트코인이고 기존의 돈과 조금 다른 거야”라고 설명할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은 중앙정부 없이 알아서 굴러가는 시스템이라고 말이죠. 어린이들은 앞으로 비트코인과 함께 성장할테니 이런 설명이 그들에게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마다 블록체인 강좌를 듣는 수강생들의 분위기가 다른가요.

한국 수강생은 블록체인을 배우는 데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낯선 분야임에도 열심히 따라오죠. 투자뿐 아니라 이 기술이 세상에 미칠 영향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연단에 섰을 때는 수강생과 토론을 벌이는 일이 많았어요. 회의론이 적잖았습니다. 마치 매 강의마다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인도의 경우 리스크를 우려하고 익숙한 것을 추구하려는 반응이 많아 ‘블록체인이 왜 필요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수업에서 단단한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블록체인 업계에 어떤 움직임이 등장할 것으로 보시나요.

2017년부터 2018년 초반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영역에 뛰어들면서 각자의 관점으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내년 연말에는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개념이 보다 보편화, 표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가 책을 집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간 익힌 것 중에 가장 적절한 것을 길어올려 사람들이 읽음직한, 단단한 하나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