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냐” …코인 거래소 7곳 국회 모인 이유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냐.”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결론이다. 글로벌 규제 흐름과 달리 국내 규제는 빈터로 남아있어 투자 사기, 사칭 등의 부정적인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고인물로 썩지 않기 위해 정교한 규제를 마련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순기능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 한국만 규제 공백…“규제 당사자가 규제해달라 외치는 의아한 상황”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건전성을 형성하는 순기능이 있다. 연단에 선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이석우 대표이사는 “이미 코인 거래소는 증권거래소의 역할을 향하고 있다”며 “코인 거래 및 유통을 담당하는 한편 실명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의 연동, 거래 내역 모니터링, 과세자료 확보 및 제공, 상장 기준을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검증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규제 기관은 거래소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등록제를 마련하는 추세다.

크리포드찬스 김현석 변호사는 패널토론에서 “일본에선 자금결제서비스법 개정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 참여자는 해당 지역 재무국에 등록해야 한다”며 “안정적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보안 시스템 구축, 투자자 자금과 관리자 자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의무 등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토큰 발행과 거래소 설립 등에 당국의 허가를 요구한다”면서 “태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올해 8월 5개 암호화폐 거래소의 사업을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거래소가 아닌 ‘취급업체’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관중에서 “관련 용어 정리조차 되지 않은 것이냐”는 불만이 튀어나왔다.

한국의 ‘규제 공백‘은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고인 물로 남을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법무법인 광장의 윤종수 변호사는 “규제 당사자인 거래소가 나서서 규제해 달라고 외치는 경우가 매우 의아한 상황”이라며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법적 예측 가능성, 사후 규제 경험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방향 자체가 불분명하고, 그런 상태에서 비공식적인 규제만 들어온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 황현철 회장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기존 증권거래소가 여러 개라서 어느 거래소에서 거래해도 투자자가 한 상품에 대해서 만큼은 그 시간대에 최선의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제 조항(order protection rule)을 갖췄다”며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도 이런 파편화한(fragmented)한 증권시장에 준하는 질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 분산·전문화된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답은 ‘고도화’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존 증권시장을 참고할 때 암호화폐 거래소 환경은 분산화, 전문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투자회사인 컴벌랜드코리아 홍준기 대표는 “기존 미국 증권시장에는 암호화폐를 맡는, 수탁 전문 은행나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연구소가 따로 있다”면서 “기관 투자자가 들어오기 위해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징(hedging)* 기능도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헤지(hedge) : 환율, 금리 또는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 등을 보유한 위험자산의 가격변동을 제거하는 것.

미국의 파편화한 증권 시장에 대한 간략한 그래프. (자료 : KFTA)

황 회장은 “미국 기존 증권시장을 보면 마켓메이킹을 하는 딜러, 거래 청산, 결제 업무 등이 복잡하게 분리되고 연결된다”며 “현재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선 이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담당하면서 생기는 이해상충 이슈, 투자자 보호 문제가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시장 고도화를 위해 규제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 이준행 대표는 “산업에서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규정이 없을 경우 거래 투명성 등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보 공개, 내부거래 방지, 공모 관련 규정은 정부 기관이 더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암호화폐 거래소 7곳은 이 자리에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금융범죄 예방 및 투자자 보호, 이상거래 모니터링, 고객확인 강황, 불법거래 방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협약에 참여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 씨피닥스(CPDAX), 한빗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