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올해 시장 키워드는 ‘STO’…더 나은 선택지일까

올해 시장의 키워드는 ‘증권형 토큰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이하 STO)이다. 유동성이 큰 암호화폐 공개(ICO)가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안 창구로 STO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STO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임을 표방한다는 점, 토큰으로 법적 권리를 사고파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제도권 안에 있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닮았다. 이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장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STO는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가 한데 섞여있는 시장의 복잡한 목소리를 블록인프레스가 정리해봤다.  

◆ STO는 왜 더 나은 선택지일까

STO는 미술품, 부동산, 기업주식 등 특정 자산을 기반으로 증권 형태의 토큰(ST)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투자자 공개모집을 통해 토큰을 발행한다는 측면에서 ICO와 비슷하지만, ‘증권’의 옷을 입고 기반 자산이 상대적으로 분명하다는 점에서 맥을 달리한다. 또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과는 법적 권리를 매매하는 방식이 같다. ICO의 문이 닫히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제도의 벽에 부딪힌 올해 STO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국내 최초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나서 성공한 맥주회사. 모회사의 보통주를 발행한 형태다. (image : 제주맥주)

현재 정부는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연간 투자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기업에 대해 연간 최소 10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회사가 온라인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연간 금액은 7억 원으로 한정돼 있다.

크라우드베이스 고훈 대표는 지난달 13일 서울 역삼동 논스에서 열린 STO 세미나에서 “소액공모자금 조달은 자금 규모나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임팩트에 비해 제도가 무거운 편”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바른 한서희 변호사는 지난달 21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블록체인산업육성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현행 자본시장법상 허용한 펀딩 규모가 너무 작아 사실상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사장돼 가고 있다”고 짚었다.

STO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디콘의 김성중 파트너는 미디엄을 통해 “토큰은 일반적으로 소수점 18자리까지 분할 소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폭넓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크라우드베이스 강윤구 변호사는 “기존 증권시장 입장에선 어차피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편리함을 위해 토큰화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형 토큰이 거래되는 인프라 구조. ST 발행, 유통, 거래를 아우르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image : DS protocol)

◆ 더 나은 선택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까닭

이 같은 시장의 기대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는 거래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현재 STO가 시장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블록체인 바깥에 있는 자산과 블록체인 위의 토큰을 연동하는 게 아직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ST를 발행하는 블록체인상의 변화와 현실세계의 자산 권리가 맞물리는 호환성은 여전히 풀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즉, 기술적으로 오라클 문제를 해소할 때 STO가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라클이란 블록체인 외부(off-chain)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상(on-chain)에 기록하는 주체다. 그 종류로는 자동화 오라클, 보고형 오라클, 심판형 오라클이 있다.

예컨대 STO를 통해 미술품을 분할 소유할 경우 블록체인상에 해당 미술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실제로 보관됐는지 여부를 데이터로 반영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것과 같다.

오라클의 이론적 구조. (image : chainlink)

코드박스 서광열 대표는 “개인 키를 잃어버려서 본래 증권 토큰을 되찾을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토큰을 재발행해줘서 미스매치를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 비트코인과 달리 증권형 토큰은 여건에 따라 소유자로부터 도로 가져오는 구조까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규제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STO이 당장 받아들여지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강 변호사는 “증권형 토큰을 체인상에서 양도하면 주식을 이전하는 것으로 이해하자고 하지만, 기존 상법에선 주식을 전자발행할 경우 전자등록기관부터 거쳐야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현재 한국에서 분류되는 증권의 종류. 명목상 ST가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금융위가 증권신고서를 수리해줘야만 한다. (image : 크라우드베이스)

현재 자본시장법은 ‘종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STO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법무법인 충정의 안찬식 변호사는 “등기가 오가는 부동산 거래의 경우 블록체인상의 거래 내역이 법률상 유효하게 인정되지 않을 뿐더러 법적 뒷받침만큼 부동산 거래를 위한 인프라가 플랫폼 위에 갖춰져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에 고 대표는 “STO가 규제를 추월하는 수단에 가깝다”며 “기존 자본시장법이 디지털화한 증권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라 산업에서 건전하게, 원활하게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어주면 법률은 따라온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