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SEC 입에 쏠린 눈…비트코인 ETF, 답은 이미 나왔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면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코인판’ 침체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호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조만간 SEC의 입에서는 어떤 말이 나올까. 그간 시장에 던져온 SEC의 입장을 되새겨보면 그 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제 막 열 살이 된 비트코인, 초등학생에게 대학 입시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현재의 답이다.

◆ 답은 ‘거절’ 하나?…9개 ETF 판결 예측은

SEC는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꾸준히 거절해왔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 받기 어려운 이유는 ‘ETF가 말 그대로 상장지수펀드이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는 특정 자산의 가치가 오르내리는 지표(index)를 따라가는 펀드 상품이다. 공인된 주식시장에서 여타 상장된 주식처럼 개인 투자자도 자유로이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을 기초로 한 상품이 ‘공인된 시장(오픈마켓, open market)’에 상장하기 어렵다는 점, 특정 거래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 비트코인 거래 가격을 ‘상장지수’로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이 ETF 승인을 막는 원인으로 손꼽힌다.

비트코인 ETF가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려면 그에 준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image : shutterstock)

실제 그간 SEC는 ETF 승인을 거절하면서 “기존 증권거래소가 사기행위와 조작으로부터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거래소 또한 ‘감시-공유 협약(surveillance-sharing agreement)’을 체결해야 한다”면서 “해당 거래 시장에 대한 주요 규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한결같은 거절에도 다시 SEC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달 5일 비트코인 ETF 관계자의 의견을 제출받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토대로 한 향후 입장 변화에 기대를 건다.

관련 기사 : 비트코인 ETF, 신기루인가 오아시스인가? – 종합 전망

그 기대가 더 쏠리는 쪽은 선물 기반 ETF다. 비트코인 ETF는 크게 비트코인 현물 거래 지수와 선물 거래 지표 기반 등 두 종류로 나뉜다. 비트코인 선물은 현물에 비해 기존 규제에 맞춰져 있어 현물 ETF보다 선물 ETF에 더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총 아홉 건이다. 두 건은 프로쉐어즈(Proshares)에서, 다른 두 건은 자산운용사 그라나이트쉐어즈(GraniteShares)에서, 나머지 다섯 건은 디렉시온(Direxion)에서 각각 낸 ETF다. 이들이 낸 ETF는 대규모 증권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Global Markets, CBOE)이나 시카고상업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 CM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지표를 토대로 형성된다.

암호화폐 투자사 코인쉐어즈(CoinShares)의 다니엘 마스터스 의장은 “주요 기관이 암호화폐 자산을 책임지고 보관하는 수탁 업무(커스터디, custody)를 맡기 전까진 미국에서 실제 암호화폐 기반 자산으로 ETF가 승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SEC로부터 승인받을 확률은 (이미 규제 권역에 있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 기반 ETF에 더 크다”고 내다봤다.

◆ ETF 승인 받으려면…’공정한 게임’ 필요  

SEC의 거절에도 비트코인 ETF 승인 요청이 잇따라 제기되는 데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안에서 자산으로 인정받길 바라는 기대 심리’가 있다. ETF 구조상 큰 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및 선물 시장으로 들어오며 거래 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제도권에 자리매김 시킬 수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연구소의 ETF 전문가 에릭 발추나스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암호화폐 자산을 기반으로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면 1년 안에 50억 달러는 거뜬히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2~3년 안에 100억~150억 달러 규모로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 경우 ETF 구성, 시장 유동성 공급에 덩치 큰 플레이어들이 참가하게 된다. (image : KB증권)

업계에서는 ETF가 승인돼 암호화폐 시장을 성장시키려면, 그보다 먼저 비트코인 시장의 안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앞서 SEC는 비트코인 ETF를 휘두르기 위해 거래 플랫폼 안팎에서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져선 안 되며, 이런 행위를 탐지 및 방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비트코인 ETF가 추종하는 ‘상장지수’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숫자에 대한 신뢰가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인사이트] 비트멕스 점검 시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 상승, ETF 거절 원인 됐나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서로 다른 호가창(오더 북)을 가지고 있어 특정 국가의 거래소에서 같은 상품에 대한 호가창이 괴리되는 사례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명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부르는 값보다 더 비싸게 책정되는 현상이다. SEC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거래 가격 자체를 공신력 있는 지표로 간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현재 암호화폐 거래에 관한 규제가 부재한 상황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GDAX는 비트코인캐시 상장 관련 내부거래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는 테터사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조작 혐의로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증권시장 또한 규제가 전무했던 초창기를 거쳐 지금의 상태에 도달했다. 결국 비트코인 ETF도 SEC 승인을 거치려면 상장시장에 필요한 ‘공정한 게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회사 스카이메도우의 한인수 파트너는 “ETF가 기업 상장보다 빈번한 이유는 신청할 때부터 기술적으로 정보 공개, 견제 및 감시가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며 “비트코인 ETF 또한 오픈마켓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게 전제”라고 말했다.

image :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