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실사용 어려워” vs “다양한 응용 가능”…당신 선택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는 이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그러나 정작 블록체인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대상기술선정위원회, 시민포럼 등 다양한 주체가 블록체인의 기술 영향을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는 “블록체인으로 실제 비즈니스를 도모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과 “향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주장이 맞섰다.

패널로 참석한 시민포럼 유수웅 대표는 “일반 시민 입장에선 비트코인으로 블록체인을 접했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쓴 경험이 거의 없다”며 “블록체인을 의식하지 않고 쓸 수 있는, 편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김승주 교수는 “블록체인으로 실제 비즈니스를 도모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점, 이게 과연 대체 불가능한 기술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인에게도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투자, 일자리 창출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열매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의 항공기 이륙 지연 보상 프로그램을 블록체인 응용 사례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특정 구간에서 탑승 시간이 지연되면 자동으로 보상금이 고객에게 지급되는 서비스가 실제 진행 중”이라며 “합의한 조건대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경제 개념이 구현 가능하며 여타 거래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상에서 합의된 거래가 효력을 가지려면 갖춰야 할 토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충정의 안찬식 변호사는 “현재 블록체인상 스마트컨트랙트는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자동결제 지급 등 간단한 내용”이라며 “예컨대 부동산 거래 시 등기가 오가야 하는데 블록체인상 거래 내역이 법률상 유효하게 인정되지 않을 뿐더러 법적 뒷받침만큼 부동산 거래를 위한 인프라가 플랫폼 위에 갖춰져야 한다”고 짚었다.

2018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 안 주제. (image : KISTEP)

이날 토론회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영향평가안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기술영향평가는 신기술 발전이 경제, 사회, 문화, 윤리,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부작용 가능성을 방지할 방안을 제시하는 평가 절차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영향평가안은 △경제(산업, 거래 및 소비) △윤리(법적 이슈, 정보노출, 기술 악용) △사회(신뢰 사회, 사회적 수용) △문화 콘텐츠 △에너지 소비 및 환경관리 등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블록체인은 산업 및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됐다. 기술영향평가위원장인 한양대 이상욱 철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은 서로 신뢰하기 어려운 협업 주체 간 상호 신뢰도를 높이고, 협력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산업에서의 활용, 분산 애플리케이션(디앱) 서비스 산업 창출, 일자리 변화, 기업의 자금조달 채널 확대가 해당 신기술의 순기능으로 꼽혔다.

중개자의 역할을 시스템에 내재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시는 콘텐츠 산업이다.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에 따르면 블록체인을 통해 문화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직접 거래가 가능해져 중개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을 통해 콘텐츠 활용 기록, 원산지, 제조 및 유통과정, 기부금 거래, 에너지 거래 등의 이력관리 및 추적을 진행할 경우 신뢰를 필요로 하는 거래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교수는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시스템에선 이 기술이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는 논의가 많이 오갔다”고 언급했다.

네이버,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 드러나지 않는 딥웹에서 비트코인이 불법 거래에 활용되곤 한다. (image : shutterstock0

반면, 블록체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정보는 정정 및 삭제가 어려워 ‘잊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보 주체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프라이버시를 타인이 조회할 수 있는 구조나 암호화하지 않은 형태로 데이터가 다국적 기업 형태에서 저장, 운영될 수 있다는 것 등이 그 예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최근 문제시 되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이 블록체인에 기록될 경우 극대화한 투명성과 비가역성, (문제를 중재할) 중앙 주체의 부재로 더욱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의 익명성, 합의 및 가격 교란 가능성도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역기능으로 거론됐다. 2018 기술영향평가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 시세차익으로 얻은 소득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조세 도피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 거래자를 추적하기 어려워 마약, 무기, 불법 포르노 등의 매매에 사용될 수도 있다. 또 블록체인 특성상 51% 이상의 네트워크 관리 지분을 가질 경우 합의 및 정보 조작에 부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논점도 평가안에 덧붙여졌다.

이용자 간의 기술 역량 차이로 소외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블록체인 네트워크 유지에 주로 쓰이는 작업증명(PoW) 기술이 과도하게 전기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 탈중앙화 시스템 도입에 대한 중앙기관 및 기존 산업계의 반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도 이번 기술영향평가에 포함됐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 파괴적이기보단 기존 기술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며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이는 면밀한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는 내달까지 최종의견 수렴이 이뤄진 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를 거쳐 내년 1월 결과보고서 형태로 공개 배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