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WWW-이더리움, ‘중앙’에 돌을 던지다

흐름은 ‘탈중앙화’다.

1989년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했던 팀 버너스리는 본인의 다음 과제로 ‘솔리드(solid)’를 소개했다. 솔리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웹과 솔리드의 차이점이 있다면, 웹에서는 사용자 데이터가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의 서버로 모인다. 반면 솔리드에서는 사용자의 정보가 개인저장소(pod)에 저장된다. 사용자는 개인저장소 설정을 통해 외부에 제공하고픈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버너스리는 “현재 웹은 불평등과 분열을 가속하는 엔진이 됐다”며 “인터넷에서 개인의 힘과 영역을 회복하고자 솔리드를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솔리드는 네트워크상에서 생긴 데이터가 기업 서버가 아닌 개인의 통제권에 들어오는 ‘탈중앙형 플랫폼’이라 불린다. 그래서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을 주도했던 월드와이드웹의 차기 과제는 이더리움 2.0과 일맥선상에 놓여 있다.

이달 초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4회 이더리움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데브콘)에서는 이더리움 2.0, ‘세레니티’가 공개됐다. 세레니티는 다양한 기술을 복합적으로 접목해 여러 층위(multi-layer)의 시스템이 함께 연동되는 방식으로 확장성, 그리고 탈중앙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데브콘에서 나온 이더리움 2.0에 대한 구조 설명. 이더리움은 여러 겹을 품은 시스템으로 거듭난다. (image : consensys)

일단 건물의 주춧돌과 같은 메인체인(PoW Main Chain)은 기존에 이더리움이 구현하려던 탈중앙성과 보안성을 도맡는다. 이더리움상에서 ‘크립토 감자’라는 수집형 게임을 개발하는 비스타리랩 최승필 대표는 “작업증명(PoW)은 채굴자가 블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를 소모해 외부공격을 방지하고 룰을 지키게 하는 증명 방식”이라며 “신뢰도는 높지만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가 높은 게 문제였다”고 짚었다.

지분증명(Proof-of-Stake, PoS) 방식이라는 전혀 다른 룰을 채택한 체인도 이더리움에 포섭된다. 일명 ‘비콘체인(Beacon Chain)’으로, 캐스퍼 PoS를 바탕으로 한다. 체인 관리자(validater)는 기존 메인체인에 일정량의 이더를 예치한 후 비콘체인 관리자로 참여할 수 있다. 비콘체인에서 주기마다 블록을 마감해 보상을 얻는 책임자는 예치금(지분)에 따라 랜덤하게 지목된다.   

비콘체인에서 지명받은 책임자들은 또 랜덤하게 각 샤드로 배치된다. 샤딩(Sharding)은 네트워크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조(샤드, shard)를 짜서 나뉜 후 처리되는 기술이다. 비콘체인에서 임의로 선택된 책임자들은 할당받은 데이터를 각 샤드에서 검증한다. 지분증명으로 선출된 책임자가 매번 다른 샤드를 검증하면서 특정 관리자들이 담합하거나 해킹 표적이 될 우려가 줄어든다.

평평한 구조에서 계층적 구조로의 진화, 이더리움은 그간의 연구를 실전에 옮기는 실험 중이다. (image : shutterstock)

이더리움은 여러 단계를 거쳐 세레니티로 나아갈 예정이다. 처음에는 PoS를 도입한 비콘체인, 1단계에선 샤딩을 접목한 데이터 저장 방식, 2단계에선 샤드 위에서 기존 가상머신(Virtual Machine)을 개선한 eWASM 엔진을 구동해 스마트컨트랙트를 실행하는 식이다. 최종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성능과 기능을 개선하고 최적화 및 안정화 작업에 돌입해 완성된다.

결국 이더리움이 탈중앙화라는 흐름에 부합하면서도 확정성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관건으로 남았다. 아톰릭스컨설팅 정우현 대표는 “이더리움은 탈중앙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기 때문에 시스템 설계와 이를 검증하고 안정화하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며 “현재 기술 개발을 추동하는 탈중앙화라는 목적과 여기에 다다르는 방법이 일치할 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이더리움은 콘스탄티노플 버전을 기점으로 세레니티로의 닻을 올린다. 개발 보상 토큰 플랫폼 커밋그라운드의 임완섭 개발자는 “오랜기간 연구를 진행한 만큼 확장성 스펙을 고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 박재현 소장은 “이더리움 2.0의 실제 구현 후 상용화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이더리움 외 다른 블록체인과 호환가능하도록 표준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데브콘에서는 이더리움의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선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이를 통해 세레니티가 ‘블록체인은 불친절하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더리움 개발업체 컨센시스 창립자인 조셉 루빈은 데브콘 연단에서 2019년에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익숙한 의미의 ‘킬러 앱(killer apps)’이 (이더리움상에서) 등장해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컨센시스는 지난 7일 림블디자인시스템(Rimble Design System)을 론칭해 디앱 개발 지원에 나섰다. 컨센시스는 사이트를 통해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 dapps)의 경우 사용자가 새로운 패턴을 익혀야 하고, 프론트앤드 개발자와 디자이너 입장에선 새로 풀어야 할 문제를 얻었다”며 “이더리움상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디앱을 만들도록 디자인 표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