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까지 송금 수수료가 단돈 200원…블록체인 ‘소셜 임팩트’ 논하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의 사람이 암호학 전문가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비트코인: 일대일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란 제목의 아홉 장 분량의 논문이 공개됐고, 비트코인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비트코인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블록체인의 역사에서 우리는 어떤 사건을 주목해 볼 수 있을까.

블록체인 네트워크 오딘의 지명근 매니저는 지난달 31일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과학책방 갈다의 <블록체인과 문화> 살롱에 이에 대한 답으로 ‘소셜 임팩트’를 제시했다.

지 매니저는 이 자리에서 블록체인을 ‘장부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국제연합(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UN SDG)’ 중 10번째인 불평등 해소에 이 장부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현 천문학자, 오딘 지명근 매니저

그는 “금융소외지역에서 암호화폐는 훨씬 더 저렴하게 플랫폼 상에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며 “이메일이 등장하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정보에 대한 가격이 극단적으로 낮아졌는데, 암호화폐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지 매니저는 스텔라가 진행한 파일럿 테스트를 언급하며 ” 금융소외지역인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으로 송금 시 은행의 수수료와 암호화폐 스텔라를 이용한 수수료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각각 600만 건을 송금했을 때, 기존 은행에서는 1억5000만 달러의 수수료가 들지만 스텔라가 진행한 파일럿 테스트에서는 수수료가 200원 수준이다”고 전했다.

지 매니저는 “아프리카 등 지구 반대편으로 송금을 하는 데에는 많은 수수료가 든다”며 “이에 UN에서는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법 등으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UN이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실험도 있다. UN 세계식량계획(WFP)의 ‘빌딩 블록스(Building Blocks)’ 프로젝트이다. WFP는 그간 바우처를 나눠주고 필요한 물품들을 살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 이러한 지원에는 중개인이 필요했다. 그간 ‘어카운팅’과 ‘페이먼트’의 역할을 해온 중개인에게는 행정 비용이 지급됐다.

빌딩 블록스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러한 중개인을 없애는 프로젝트다. 시리아 난민들이 모인 요르단 난민 캠프에서 홍채인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후 블록체인으로 해당 인물의 자산을 조회하고 이를 통해 가게에서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통해 중개인 없이 신원 확인을 하고 빠르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 매니저는 신원 인증을 위해서도 블록체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민캠프를 돕고 싶다는 의사 지원자들이 있는데, 지원자를 검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는 “범세계적인 기준이 마련돼 블록체인 상에 경력을 올릴 수 있다면 급박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록의 저장소가 될 수 있다”며 “신원 인증은 아이덴티티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 반대편 10억명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고, 정부에는 이들이 투명인간”이라면서 “현재 5세 이하의 2억 명의 유아들은 신분을 증명할 수 없어 매년 100만~200만 명이 납치되는 인신매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분산 장부를 이용해 소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산지 곳곳에 농경지가 있어 농경지 조사가 어렵다.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농부에게 보상을 해주고, 이걸 통해 신용평가 기준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지 매니저는 “은행에서 해당 농부들의 농작물을 기반으로 신용평가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면서 “식량과 직결되는 날씨 정보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공해 정보의 선순환을 이루는 생태계 구성 또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윤형중 기자

한편,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17일 갈다에서 ‘블록체인, 화폐를 넘어 플랫폼으로 간다’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윤형중 블록체인 전문 기자는 인터넷, IT 전반으로 취재했던 경험을 살려 인터넷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현재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기술로 인터넷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기 보다는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탈중앙성, 분권화, 개인의 정보 주권 등 블록체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인터넷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공짜 경제, 광고산업, 독점, 플랫폼의 편향성, 프라이버시, 여론조작, 데이터 주권’ 등에 대해 블록체인이 실제적인 해결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중인 ‘블록체인 문화살롱’은  오늘 정지훈 박사가 ‘블록체인 기술 성공의 조건’을, 14일에는 블록인프레스 윤승완씨가  ‘근 미래 블록체인 기술전망’을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21일에는 SF 작가 윤여경 씨의 ‘블록체인 장편 SF <더파이브>에서 바라본 블록체인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