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주년] 블록체인 ‘제로 투 원’을 바라보다

[GBIC 이신혜 한국 대표]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9년 10대 전략적 기술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이 퀀텀 컴퓨팅, 증강분석(Augmented analytics), 인공지능 등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 전망했다. 중앙집중화 된 매개자를 없애는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뿐만 아니라 정부, 의료, 공급망 관리, 생산 등 수많은 산업에 기반 기술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피터 티엘은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 번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 어려운 과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세상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개인 간 거래(P2P) 형식의 전혀 새로운 프로토콜을 제안한다. 이 프로토콜을 사용한 전자결제 시스템은 ‘비트코인’ 이라는 암호화폐를 사용한다. 그 이후, 블록체인으로 인해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순간이 펼쳐졌다. 한 번뿐인 창조의 기회를 잡으려는 창업자들과 그들의 비전에 투자하려는 펀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이들 투자그룹을 보통 ‘블록체인·크립토 펀드’라고 부른다.

2017년과 2018년 전 세계에 150개가 넘는 블록체·크립토 펀드가 생겨났다. 특히 올해는 가상화폐의 가격 하락 및 규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크립토 펀드들은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전통적인 투자 세계에 엔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 헤지펀드 등 다양하고 세분화된 투자 방식이 있듯이 블록체인·크립토 관련 투자자들도 점점 세분화돼 가고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크립토 펀드들이 취하는 투자 방식은 엑셀러레이터, VC 그리고 헤지펀드이다. (사실 이런 모델을 생각하지 않고 기회적인 투자를 하는 펀드들도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엑셀러레이터의 경우 블록체인 스타트업 팀을 일찍이 발굴하고 백서, 토큰 이코노미 설계 등 초기 프로젝트 개발에 깊이 관여한다. VC 모델을 선택한 블록체인·크립토 펀드는 투자한 프로젝트들의 커뮤니티 성장, 프로덕트 개발 등 성장 과정에 도움을 주고, 헤지펀드 모델은 장외시장(OTC) 및 시장 조정(Market making) 등 2차 거래 시장(secondary market trading)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다. 많은 중국 펀드들은 헤지펀드 모델을 택하고 있고, 미국의 펀드들을 포함해 기존 스타트업에서 파생된 블록체인·크립토 펀드는 VC 모델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

블록체인·크립토 벤처캐피탈인 GBIC (Global Blockchain Innovative Capital)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동문들이 모여 2016년 말 암호화폐 트레이딩으로 시작해 2017년 초 펀드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엘프(Aelf), 아르고(Aergo), 코르텍스(Cortex), 데이타(DATA) 등 50개가 넘는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했고 미국, 중국, 한국에 오피스를 둔 글로벌 블록체인·크립토 펀드이다. 2017년부터는 포트폴리오 프로젝트의 성장을 돕기 위해 리쿠르팅, 마케팅/홍보, 커뮤니티 관리, 거래소 전략 등 다양한 리소스 및 전략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런 컨설팅 역할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올초 펀드와 컨설팅 조직을 분리해  Block72라는 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업체를 설립했다.

투자의 시작은 좋은 프로젝트의 딜 소싱이다. 이는 기존 VC와 크게 다르지 않다. VC의 소셜 네트워킹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핵심 네트워크에 들어가 있는지’의 여부가 얼마나 좋은 프로젝트를 초기에 볼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블록체인·크립토 산업은 훨씬 더 글로벌하고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위챗, 텔레그램과 같은 온라인·메시징 앱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 같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정 블록체인·크립토 펀드들은 서로 좋은 프로젝트를 초기에 공유하고 협력하는 추세다. GBIC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이징, 상하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미-중을 잇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딜 소싱뿐만 아니라 현지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는 타 블록체인·크립토 펀드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에 관심이 있는 전통 벤처캐피털과의 파트너십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GBIC는 중국의 세콰이어 캐피털 차이나와 함께 몇몇 프로젝트의 펀딩을 같이 진행하기도 했다.

한-미-중에 퍼져있는 네트워크는 기술 및 비즈니스 실사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미국의 UC 버클리, 스탠포드, 콜롬비아, MIT, 그리고 중국의 청화대, 북경대, 상해 교통대, 저장대 등의 교수 및 리서치 연구기관에 기술 자문을 받기도 하고 해당 학교에서 발굴되는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다른 스타트업 투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크립토 투자에서 창업 팀에 대한 이해와 실사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이력서에 있는 타이틀이 아니라 이 팀이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한 열정이 있고,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지, 과거에 했던 다른 스타트업에서의 성과는 어땠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팀을 만나 직접 시간을 보내는 것 이외에도 각 지역에 퍼져있는 프로페셔널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가 및 팀에 대해 평판 조사를 중시한다.

투자 후 프로젝트의 사후 관리는 GBIC가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다. 팀의 채용이 필요할 때 유수의 대학교에서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전통 미디어를 포함해 블록체인 미디어와의 협력을 통한 홍보, 바이럴 및 오프라인 마케팅, 기존 업체와 파트너십 가능성 타진, 거래소 협력 등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도라핵스(DoraHacks)라는 해커톤 전문 기업과 보스턴, 옥스포드, 벵갈루루, 서울, 도쿄, 샌프란시스코 등 전 세계에서 개발자를 위한 해커톤을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사후 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GBIC의 자회사인 Block72 덕분이다. Block72는 한-미-중 세 지역에서 약 50명의 팀원이 프로젝트의 세계화 및 각 지역의 GTM(Go-to-Market)전략을 도와주고 있다. 팀을 만나고 있지 않을 때도 어떻게 하면 블록체인 팀 간, 그리고 기존의 기업들과 연결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투자는 기존 스타트업 투자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딜 소싱 및 창업 팀에 대한 실사가 중요한 점, 프로젝트 성장을 위해서는 여느 스타트업처럼 많은 리소스와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생태계는 기존 산업과 여전히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핵심 인플루언서(Key Influencer) 및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다르다는 점은 자명하나, 그 이외에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점,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특히 부각된다는 점, 기존의 스타트업들은 평균 8.2년에 걸려 기업공개(IPO)나 인수를 통해 자금회수(Exit)가 가능했다면 블록체인·크립토에서는 6개월 후에도 자금회수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차이점이다. GBIC는 기존 VC의 우수한 점을 배우고 그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블록체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중에서의 전략적 포지션을 적극 활용하고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펀드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글로벌 혁명의 최전선에 서서 블록체인으로 인해 향후 펼쳐질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