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주년] 어떠한 권력도 기술 진화를 막을 수 없다

20여 년 전 우리 사회는 인터넷 광풍에 휩싸인 적이 있다. 강남의 테헤란로에는 00닷컴이라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 당시 부도 위기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맡았던 필자는 인터넷시대가 한글과컴퓨터를 살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고 ‘인터넷시대의 오피스’라는 비전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400원하던 주가가 불과 1년 반 만에 5만8000원까지 치솟은 경험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IT버블의 정점이었다.

그 이후 추풍낙엽처럼 주가는 하락하고 수많은 닷컴기업은 사라졌지만 지금 인터넷은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닌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마치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정보화 혁명이라고도 하고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블록체인은 그 중 핵심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아직 많은 사람들은 그저 사기꾼들의 도박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 초기에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상당 부분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은 ‘가치의 인터넷’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비전과 가능성이다. 인터넷이 정보를 국경 없이 유통되게 했다면 블록체인은 돈, 원장, 자산 등의 가치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할 것이다.

사실 기존의 기득권으로서는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지만 기술은 늘 그랬듯이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향해 진화한다. 그리고 어떠한 권력도 기술의 진화를 막지 못 했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신기술이 탄생하면 늘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치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열망을 막지는 못 했다. 이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인간의 지적 능력마저도 기계노예가 대신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인류가 수많은 기계노예의 도움을 받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개개인의 자아실현 욕구의 구현일 것이다. 내면으로부터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자가 다수가 되는 세상,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 사회가 아닐까.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개인의 가치를 고도화하고 유동화하는 데 기여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은 첫 째로 유동성의 천문학적인 확산이다. 시공을 초월한 사람과 사람 간의 거래는 물론이고 기계와 기계, 기계와 사람 간의 거래도 활발하게 만들 것이다. 둘 째로 마이크로 트랜잭션(Micro Transaction)을 가속화한다. 기존 거래보다 훨씬 더 작은 거래들까지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로 인해 마이크로 잡(Micro Job)이 대세가 될 것이다. 셋 째로 다양한 자산을 세분화한다. 모든 것이 마치 레고 블럭처럼 세분화하여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공유개념 속에 훨씬 윤택한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넷 째로 화폐화가 어려웠던 것들을 가치화한다. 가사노동, 품앗이, 기부 등이 창조하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가능해진다.

이런 시스템의 발달은 개인으로 하여금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게 만들며 자아실현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 공유경제, 공유차량 등 수많은 공유시스템은 바로 이런 마이크로 잡의 확산을 의미한다. 정규직은 기계노예들의 몫이 될 것이다. 또한 교육시스템도 자아실현을 위한 새로운 형식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일생 동안의 배움을 기록하여 실제 자신의 삶의 기록으로 졸업장이나 증명서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를 지원하는 마이크로 과정이 확대되고 기존의 학교시스템은 붕괴된다. 가장 중요한 주거환경도 자급자족 기반의 자아실현이 가능한 첨단 자족도시 형태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엄청난 구조적 혁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이 혁명에 빨리 동참해야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텐데 이 기회를 애써 무시하고 놓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